산행지 : 금수산 망덕봉
산행일 : 05. 9. 24
늘 그랬다.
금요일 저녁이면 그냥 뒤숭숭.
이마트를 통째로 들고 와??
아니 롯데마그넷이 가까우니 롯데마그넷을???
먹거리는 하나로마트가 좋다고 하는데......
이런저런 생각에 안절부절 똥마려운 강아지 마냥
아니 설사나는 강아지던가???
그처럼 허둥대다가 얼렁뚱땅 배낭을 꾸려놓고
토요일 아침이면 이마트, 롯데마그넷, 하나로마트는 없고
달랑 도시락하나에 짱아찌 한가지만 가지고 체육관 앞으로......
엊저녁 술에 절은 게슴체레한 얼굴.
마라톤을 한 탓인지 방금 잡아올린 망둥이처럼 팔팔한 모습.
산행의 설렘으로 바짝 약오른 고추처럼 빳빳한 모습(??????)
이런 저런 산내음 식구들과 나누는 반가운 인사.
생선훔친 고양이 새끼처럼 슬글슬금 뒷자리로 가
뱃속을 채우려 적당히 눈치를 본다.
[화니@]님이 준비한 약밥 이것저것 영양만점에 그 맛은 어떻고????
게다가 은박지로 하나씩 싸놓은 정성.
맛과 정성을 방앗간에 집어 놓고 열심히 믹서기를 돌리니 배가 불뚝......
이거 참....
다른 사람이 했으면 대단한 정성이라할텐데
산내음의 번잡스런 분위기 메이커가 하면 혹시 극성되는거 아녀???
정성과 극성.... 그 차이는 뭐지????...
어쨌든 잘 먹었시유....
제가 보기엔 정성....ㅎㅎㅎㅎㅎ
지난 여름 햇볕을 배불리 먹은 곡식은 햇님을 닮으려는지 누렇게 변해가더니
엊그제의 폭우로 삶의 무게를 버티지 못하고 엎드러져 있다.
살아가는 삶이 너무 무거워도 엎어지고,
너무 가벼워도 뒤로 넘어지는게 삶이거늘 우리네 삶도 그런 건 아닌지.....
능강 콘도 앞에서 들머리를 잡아 산을 오른다.
허름하게 얼기설기 엮어놓은 외나무다리에서
엉거주춤 똥마려운 자세로 징징대는 ***님도 있고,
신기하다는 듯 가벼운 발걸음을 걷는 님까지 모두 정겨운 산내음 식구들......
만신이 집으로 보이는 허름한 농가 텃밭에는
빨간 꽈리가 고개를 갸웃이 웃음 지으며,
주인 손길을 덜 받아 꼬부라진 가지는 삶을 낚으려는지 잔뜩 꼬부라져 있다.
삶의 아픔을 쌓은 것인지...
마음의 고통을 쌓아 놓은 것인지......
군데군데 쌓아놓은 돌무더기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들뜬 발길을 재촉한다.
버섯채취를 위해 빛그리님과 함께 정겨운 님들과 헤어져
부산하게 움직였건만 한개의 소득도 없이
다리품만 팔다 점심 시간 일행과 합류....
역시 어딜 가든 먹는 시간은 즐거워......
풍성한 먹거리 식단에 널널한 입담으로
먹는 재미를 더욱 맛깔스럽게 한다.
오르미님이 준비한 새우젓 맛이 얼마나 좋은지....
십만송이 : 이거 누구꺼여??? 젓이 되게 맛있네.
???????? : 난 젖이라면 어떤 젖이든 아주 환장을 하는데......
아니 맛없는 젖도 있시유??
근데 이게 누구 젖이랴????
함께 식사를 하던 일행이 웃음을 터뜨리는데
?????? : 나가는 김에 좀더 나가볼까??
떠돌이 형님 말씀이 고추는 달린 고추가 맛있다는데
젖두 달린 게 제맛인데......
그 중 남자들은 조개젓을 젤 좋아한다지 아마......
또 한바탕 웃음꽃이 피어오르고
?????? : 에이 나가는 김에 좀더 나가지 뭐
남자들은 조개젓 중에서 새(新)조개젓이 또 최고라지???
(이거 한참 생각해야 할 사람들 많을 걸요....)
산아님이 한마디를 거든다.
“어떤 아줌마 말이 이 고추 저 고추 먹어봐도
역시 지고추가 최고라는데......“
옆에서 몹시도 부러운 눈치를 하면서 웃는 사모님들...
도대체 뭔 생각을 하고 저래 웃을까??
“[이 고추 저 고추 맛을 본 아줌마가 부럽다는 생각??]
그건 아니것지유????“
듣는 이들이 몹시 괴로웠겠지만
하모니카 두어곡에 노래한 자락이 즐겁다고 말하는
그런 넉넉함으로 산내음 식구들의 너그러움을 맛본다.
자일을 잡고 오르내리는 암릉에서 서로 정은 나누고, 힘은 모으고,
그럼으로 너와 나는 이미 우리가 되어 버린 산행.
하늘을 닮아 파란 충주호와 어울어지는 금수산자락..
산은 물을 건너려 애쓰지 않고,
발부리를 깊이 담가 놓고 여유로움을 부리고,
물은 산의 발부리를 거부하지 않고
그저 부드럽게 어루만짐으로 더욱 정겨운 자연의 조화.
사람 사는 모습도 저래야 하는데....
이웃의 발부리도 감싸 안는 너그러움으로 살아가며,
나와 같지 않아도 배척하지 않는 관용도 있어야 하고......
망덕봉 정상
오르미님, 산아님, 봉선화님을 포함해 많은 회원님들이 내 놓은 먹거리에는
정성과 땀 흘리며 가져온 정겨움이 담겨져 있다.
하산 길
새내기의 카랑카랑한 목소리의 [사랑가]를 통해
어깨춤이 절로 나고 산행의 기쁨은 배가된다.
굽이굽이 이어진 용담폭포의 다정한 모습과 시원한 물줄기.
용담폭포를 내려보는 바위슬랙의 용이 승천한 자리.
시원한 바람을 잡아 한줌 들이 마시며,
땀을 식히고, 피로는 바위 위에서 벼랑으로 굴린다.
거대한 바위틈에 삶의 터전한 소나무는
바위를 잔뜩 움켜쥐느라 붉은 핏발이 서 있다.
저렇게 악착같이 열심히 살아야지.
오늘의 이 산행에서 느낀 기쁨으로
가정에서도, 이웃에게도, 직장에서도,
웃음을 나누며 열심히 살아야지.
산 그림자도 외로워 찾아드는 상천리.
"오늘 하루 고생했습니다."라고
서로에게 나누는 인사는 피곤함에 대한 위로가 아니라
헤어짐을 앞에 둔 아쉬움을 나타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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