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지 : 별유산 의상봉
산행일 : 2005. 10. 19
허겁지겁 체육관에 도착해 보니
아뿔싸~!!
신부를 빼놓고 신혼여행을 가지
세상에 등산화를 빼놓고 집을 나섰으니......
목적지인 경남 거창의 별유산 주차장에 도착하니
지난 밤 잠에서 덜깬 벼는 고개 숙여 졸다가
잠 깨우는 바람에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인사한다.
눈이 부시다 못해 시려오는 넉넉함.
메뚜기와 날파리가 하늘을 날며,
오래 서있어 허리가 아픈지 짝다리 집고선 허수아비를
기분 좋은 놀리며, 가을 유희를 펼친다.
이 깊은 골짜기까지 길이 참 잘 나있구나.
사람이 그리운 시절 정을 나누기 위해 사람은 길을 만들었다.
짐승의 출입을 막기 위해울타리를 만들어 놓고
그 울타리 위로 웃어주는 정겨운 이웃들......
언제부터인지 정을 나누기 위한 길은 대화의 단절이 징표가 되고,
짐승의 출입을 막던 울타리는 이웃과의 벽으로 바뀌고,
콘크리트 건물에 자신의 몸을 가둬놓고
샷시라는 쇠창틀의 투옥생활을 매일 하는 현대인..
이것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은 욕망.
정을 나누기 위한 길을 찾고 답답한 콘크리트 건물 속의 옥고에서 벗어나
벽과 담을 허물어 버리고 진정한 자연인의 삶으로 사는 이를 보고파하는 마음.
그것 때문에 우리는 산을 찾는 것이 아닌지......
제비봉에서 들머리를 제대로 잡지 못했을 때
[떠돌이 형님]이 하신 말씀.
“길이 끝나는 곳이 산을 오르는 곳이랴~!”
그 말을 듣는 순간
“아~~!!! 명언이다. 꼭 마음 깊이 새겨둬야지” 생각하곤
집에와서 몇 번을 곱씹어 생각하다보니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되었는데
산에 오르는 길이 몇 갈래 눈에 띈다.
김영석 선생의 [산]이라는 시에 보면
아주 먼 옛날 가슴이 무겁고 답답한 사내가 살았는데
밤낮으로 먼 길을 달려가다가 길이 끝나는 곳에
무겁고 답답한 짐을 모두 갔다 버렸단다.
그 뒤로 사람들은 그 길이 끝나는 곳에
저마다 지닌 무거운 짐을 갔다 버리게 되고
그 무거운 짐들이 쌓이고 쌓여
길 끝에는 높고 낮은 산이 있다는 글이 있다.
그 글을 읽는 순간 떠돌이 형님 생각과 함께
어쩌면 우리 모두가 산을 찾는 이유를
가장 멋지게 설명한 글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산 아래에서 바라보는 별유산 의상봉.
파란 하늘을 조금은 엉성하게 떠받치고 있는
그리 높지 않아도 의젓한 기품의 산 능선들.
키 큰 소나무 숲 사이를 통화하며,
행여 송이가 있지 않을까 하는 욕심에
발정난 숫캐가 암캐를 찾듯 코를 벌름거리고
오직 먹거리에만 마음을 빼앗긴다.
별유산을 배경으로 적당한 그리 크지 않은 사찰
일주문 입구에서 여유롭게 비질하는 두 스님과 인사를 나누고
고려, 조선 두 왕조의 삶에 이어 근,현대까지
700여년 뿌리내린 은행나무에 감탄한다.
계단을 올라 [우두산 고견사]라는 사찰명패가 달린
문 위 지붕에 듬성듬성 솟아 오른 풀이
돈 많은 유명사찰과는 다르게 친근감이 느껴진다.
대웅전에는 조용한 미소의 주인공이 환영하고
좌측으로 나한전이 자리잡고 있는데
현대의 시대 조류에 맞게 칼라 옷을 입고 있는 나한상들이
어딘지 모르게 어색한 느낌을 준다.
별유산에 대해 이태백의 시 “산중문답”에 나오는
별유천지 비인간(別有天地 非人間)에서 유래한
글귀를 [떠돌이]님께서 조용한 음성일러 주신다.
“인간이 거할 수 없는 다른 신비의 경지”라고
들머리를 잡아 오르는 사찰의 뒷 길에 가을이 가는 길을 밝혀주려 감나무는
빨갛게 홍시로 등불을 켜 놓고 옷을 벗고, 몇 발짝 뒤에 밤나무가 오르는 길을 안내한다.
‘우리는 과연 왜 산을 오르는 걸까?’
‘지금 오르고 있는 산을 우리와 같은 생각을 가진
외계인이 보고 있다면 무슨 생각을 할까?‘
‘혹시 짝짓기를 하러 산에 오르는 동물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까?’
‘벌, 개미 등은 짝짓기를 위해 공중으로 비행을 하는데
인간에게는 그런 곤충 같은 날개가 없으니 높은 곳으로 가서
짝짓기를 하려는 건 아닐까?‘
이런 저런 나름대로의 상상을 떠들며 산을 오른다.
10여분 오른 지점에 큰 불상을 둘러보며
“석가모니와 예수가 둘이 만나 얘길 하면 어떨까??”
하는 말로 시작해 되지 않는 소릴 지껄여본다.
예수 : 어이 석형 다이어트 좀 하셔야것수. 거 배가 뭐유??
석가 : 음~~!! 진짜 짱나네.. 석형이 뭐야???
내 나이가 몇인데... 남들이 보면 또랜줄 알것다..
예수 : 글타고 성인이신데 형님하면 조폭같고,
[가모니]형 해도 이상하쟎수????
석가 : 그건 맞는 말이긴 한데 내 걱정말고 예형 걱정이나 하셔
삐쩍 말라 불쌍해 보이니 살 좀 쪄야 쓰것수다.
예수 : 나 원... 석형이야 세 개의 궁전에 연꽃이 있는 정원에서
왕자로 태어나 잘 먹고 잘 살았으니 뭘 모르는거 같은데
난 마굿간에서 태어나자마자 [헤롯]이 죽일락해서
그때부터 도망다니면서 뭘 얻어먹은게 있어야쥬.
울 아빠 미스타 요셉은 노가다 판에서 목수에 미장일까지
X 뺑이치게 고생해야 근근덕신 끼니를 잇고 그것도 안돼
갈릴리에서 낚시도 하고 더러 목수일도 거들고
그렇게 30년을 동생들과 살았는데 오죽하것수.....
옛날에 그렇다고 미성년자 보호법이 있길한가
근로기준법이나 노동법이 제대로 있길 한가
졸라 혹사 당하면서 밥 세끼 얻어먹었는데......
석가 : 이 양반 참 사람 맘 약해지게 하네.
그딴 소리 집어치고, 면도도 좀 하고 옷 좀 잘 입으슈..
내 같은 성인입장에서 충고 한마디 하겠는데
조리스레빠(발가락에 끼는 끌신) 끌고 다니면서
옷도 안 빨아 입어서 지저분한데 잘 좀 하고 다니슈.
빤쓰도 제대로 안 입어 사타구니 다 보이게 하고 다니는데
쪽팔림 당하지 말고 잘 하고 다닙니다 좀......
우리와 같은 레벨의 마씨나 소씨를 보면 다 그래도 멀쩡한데.....
예수 : 석형이 먹고 살만하면 신발 한켤레에 나시티라도 하나 사주슈.
목구멍이 포도청이라고 먹을 것도 제대로 없어
벳세다 광야에서는 보리떡 다섯 개에 물고기 두 마리가지고
5000명이 나눠 먹었는데 옷이 어디 있것수.
석가 : 당신 뻥튀기 장사하슈??? 말도 안되는 소리는....
그걸 가지고 그 많은 인원이 어찌 먹어???
이 양반 완전 사짜 다됐네....
예수 : 아니 진짜유... 내 아랫것들 얘기가 애들하고 여자는 뺐다는데......
그라고 여나무 광주리가 남았다던가???
석가 : 이 양반 진짜 사람 잡네...
당신 지금도 배고파???? 자꾸 헛소리 하게......
그럼 여기 있는 돌로 떡을 만들어 보셔......
예수 : 허~~ 참.... 석형!!!
사람이 떡으로만 살 게 아니고, 하나님 말씀으로 사는거유.
석가 : 예형 이빨은 알아줘야 혀.....
그걸 말이라고 하냐??? 일단은 먹어야 살지.
예수 : 하긴 먹는게 남는다는 얘기가 있긴 한데
담에 만나 한번 자세히 얘기 하자구요.
지금 시간이 없어 산행기 진행해야 하니까
시간 되면 한번 산내음 카페에서 붙어보자구요.....
널널하고 농익은 입담과 야한 농담으로 껄떡거리다보니
가파른 철계단이 의상봉의 길을 안내한다.
좁은 계단이 건교부 탓이라고 헛소릴 하고,
문화관광부 탓이라고 헛소리도 해본다.....
더불어 옛날 김영삼 대통령의 돼 먹쟎은 발음에 대해
또 헛소리를 해보는데......
오래 전 경주시가 관광도시로 선정되면서
당시 김영삼대통령이 축사를 하는데
“갱주를 강간의 도시로 선정된 것을 추카하며.....”하니
옆에 있던 외무부 장관이
“각하~!! 강간의 도시가 아니라 관광의 도시......”
“애무부 장관은 애무나 하세요.” 했다나......
‘아니 강간의 도시를 맹글어서 어쩌구
장관한테 애무나 하라고 하면 우찌되노???‘
내 딴에는 무쟈게 웃겼는데 아무도 웃는 사람이 없다.
‘우쒸~~!! 뻘쭘해라....’
눈치가 없어 못 알아 들은 거 같아서 산행기에 써보는데
여기서도 웃는 사람 없으면 나 쪽팔려서......
의상봉 정상에 오르니 우리가 올라온 계단 쪽으로 가야산이 보이고,
뒤로 지리산 천황봉에서 노고단으로 이어지는 넉넉한 품새가 있고,
지리산 좌측으로 미인봉이 누워 쉬고 있고,
지리산 우측으론 덕유산에서 남덕유산에 이르는 길이 펼쳐있다.
의상봉에서 우리가 가야할 장군봉까지의 길엔
가을을 맞아들이는 작은 봉우리로 이어진 암릉은
초경을 치른 10대의 앙증맞은 모습으로
발그레하니 속눈썹을 치켜뜨며 우릴 바라본다.
정상에서 자리를 펴고, 나누는 맛깔스런 점심.
반찬은 아무것도 준비하지 않은 나로썬
뻔뻔스런 얼굴을 들이밀고 배를 불린다.
“우쒸~~!!!
나가나 들어가나 젖이 최곤데......
전에는 고추세가마 젓 먹었는데 오늘은 젖 없어?????“
첫 산행을 한 [슬비]님이 쑥시런지 소리도 못내고 웃는다.
“저 젓 싸왔는데요.”하는 빛그림님.
“그럼 얼른 줘 봐요. 젓은 조개젓이 최곤데....
어~!! 조개젓이네. 이거 쥑인다.“
조개젓 위에 얇게 썰어 놓은 청양고추.
“햐~~!! 이거 궁합 제대로 맞는 음식인데.....
조개에 맛 제대로 든 약이 바짝 오른 고추라...하하하~~~
조개가 본래 고추를 좋아하지....
아닌가 고추가 조개를 좋아하던가?????“
“제발 밥 좀 먹게 그만해요...”
‘나 참~~!! 내 말이 틀렸나???’
[산도둑]님이 싸온 송이버섯 무침의 기막힌 맛.
게다가 세상에서 가장 궁합이 잘맞는 음식을 준비한
[빛그림]과 여러분들이 준비한 맛깔스런 반찬.
이 하나 만으로도 오늘의 산행은 남는 장사.
의상봉에서부터 이어지는 암릉의 정겨움.
발에 닿는 암릉의 촉감과 더러 보는 암릉의 손맛.
아직은 조금 덜 익었지만 맛이 들어가는 가을 산의 정취.
거기에 더욱 깊은 산행의 맛을 주는 [한사랑]님의 가곡.
음악에는 문외한이지만 듣기를 좋아하는 난
봄에는 가벼운 왈츠와 흥겨운 행진곡을 좋아하고,
여름이면 정열적이고, 웅장한 교향곡을 좋아한다.
가을이면 깔끔한 느낌의 가곡에 깊이를 좋아하고,
겨울이면 단아하며 정적인 실내악 듣기를 좋아한다.
헌데 산행중 덤으로 듣는 한사랑님의 가곡에
산을 오를때마나 늘 남는 기분...
장군봉에 도착을 해 눈 아래 펼쳐진 들판에서
잘 익은 가을과 넉넉한 가을을 맛보며
하산 길도 암릉의 바리봉으로 잡아 내려간다.
그리 힘들지 않으면서도 아기자기한 산.
주위의 기막힌 경관에 감탄하며,
발길에 붙는 바위의 질감이 너무 정겹다.
바리봉에 널게 펼쳐진 바위에 주질러 앉아
하모니카 한곡을 바람에 선사하니
한사랑님이 바위에게 서너곡의 가곡을 선사한다.
시원한 바람이 샅을 슬쩍 훔치니
썰렁한 촉감에 다시금 발을 떼야지.
암릉을 내려선 후 주차장으로 향하는 길이
조금은 답답하고 지루하게 느껴지지만
그 속에서 가을을 다시 한번 느껴본다.
가을이 아직 남았는데도 성질 급한 빨간 열매 몇 개가
나무에서 펄쩍 뛰어 내려 길바닥에서 뒹굴며,
새로운 나무로 꿈을 키워가고 있다.
하루의 산행을 마치고,
서로 마주보는 눈길들은 그저 정겨울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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