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지 : 포함산
산행일 : 2005. 8. 7
지난 주
[먹뱅이]의 죽음이라는 안타까운 일로 침울한 버스 안.
그 암울함을 밀어내자는 떠돌이님 말씀.
하늘재에 도착하니 [계립령 유허비]가 외로웠는지
반가워하는 기색이다.
「청아한 기운을 머금고.....(중략)
태초에 하늘이 열리고,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면서...」
(이하 생략)--솔직히 못 외움...
되게 뻔뻔하게 서 있는 포암산.
‘좀 다소곳하게 허리 좀 굽히지 뻣뻣하긴......’
뙤약볕이 잘 익혀놓은 산을 오르니 온 몸에선 진한 육수를 뽑아 내는데
‘잔고기 가시가 더 억세더라’고 그리도 비탈진 포암산 정상에 올라서니
시원한 전망도 볼거리도 없이 돌 몇 개 쌓아 놓은 곳에 표지석 하나.
1월이 크면 2월이 작다고 한주 쉬더니 이번 산행이 몹시 된지
신대장님이 F킬러 맞은 모기처럼 하늘이 돈다던가 다리가 꼬인다던가......
포암산에서 여나무 발짝 내려선 그늘에서
지나는 바람을 잡아 호흡을 가다듬고,
소금 두어알 집어먹으니 걸을 만 하단다.
아침이 부실한 탓인지 뱃속에 회충이 우리도 먹고 살자고 난리를 친다.
다른 기생충도 동조를 하는거 같은데....
‘아~~!! 진짜 좀 참아라 자식들아~~~!!
나두 죽것다....‘
넓고 시원한 나무그늘에 마련한 식당.
풍성한 야채 뷔페.
더할 나위 없는 널널한 입담.
‘고추는 달려있는 걸 먹어야 맛있지..’
‘재수 좋은 여자는 앉으면 요강꼭지에만 앉고, 자빠지면 가지 밭이라지유~~!!‘
‘자다가 남의 다리는 왜 긁어~~’
고정 선두 석화와 신대장님과 자리바꿈을 하고,
늘상 후미에서 회원님들을 챙기시던 총무님이 날개를 달고,
고추달린 천사가 됐다던가 뭐라나 아주 선두에서 날아다닌다....
‘하긴 요즘 천사들도 성전환 수술하는지 누가 아남???’
만수봉을 눈앞에 두고 선두와 함께 한 일행들과 잠시 쉬는데
허름한 솜씨라도 하모니카를 불어보라나......
‘이 아픈 날 콩밥하랜다’고
아직도 울쩍한 마음이 안가셨는데 하모니카를 불라니
‘목포의 눈물’ ‘황성 옛터’ 등
마음이 가라앉는 노랫가락만 떠 오른다.
선두일행과 일어서는데 dool님을 포함한 중간 팀이 또 한곡조 부탁.
‘이거 참 뻘쭘해지네... 잘 하지도 못하는구만....‘
이러니 저러니 후미인 신대장님 일행까지....
‘에델바이스’ 한 곡조에 신청곡 ‘아침이슬’까지.....
이번 산행에 새로운 회원이 많아 잠시 소개하는 시간.
‘애들도 집적거리다 울어야 제 맛 난다’고
잘못 비틀어진 꽈배기처럼 배배 꼬며 일어선 하늘호수님과
빛그림님의 옆지기 소개가 웃음을 던진다.
그 옆에서 연신 셔터를 누르는 느티나무님이 정겹다.
만수봉 정상에서 사진 한장을 남기고, 하산 길로 접어들며,
그 동안 쌓였던 한주간의 아픔을 허공으로 날려본다.
‘자루 벌린 놈이나 퍼 넣는 년이나’
[명태]가 듣고 싶다는 신대장님 말씀에 고래 고래 소리를 지르며,
두들기면 벌거지만 나올 것 같은 [명태]를 불러본다.
어차피 벌린 입에 노랫가락이나 흘리자.
[사노라면] [찔레꽃]을 눈에 흰자위만 잔뜩 드러내고
게거품을 물고 악을 쓰다보니 시원한 만수계곡.
옷을 훌훌 벗어던지고 물로 풍덩.
「이거 장마철이 아니라 해도 고추를 물에 집어넣으면 않좋을낀데......
이 더운 날씨에 고추 푸대에 넣어만 놔도 문제는 있지.
가끔 환기도 시키고, 시원한 바람이 불면서 말라야 양근이 되긴 하는건데...
아무리 그래도 잘 마르지는 않을거 같기도 한데
요즘 벌크가 좋으니 한번 믿어보고 설사 잘 안말라도 할 수 없지. 더워 죽겠는데......
이거 고추 잘 못 말려 희나리 지면
집에서 밥도 못얻어먹고 쫓겨나는 거 아녀??」
시원한 만수계곡.
이 곳에서 지난 주의 아픔도 씻고,
새롭게 다가올 한주를 위해 재충전도 하고,
함께 훌렁 벗고 살을 맞댄 님들과 정도 나누고......
사는 그 날까지 오늘만 같아라.......
'사진창고 > 인자요산 지자요수'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설악산(한계령~귀때기청~대승령~장수대) (0) | 2009.08.27 |
---|---|
금수산 망덕봉(05. 9. 24) (0) | 2009.08.27 |
지리산(노고단~반야봉~뱀사골) (0) | 2009.08.27 |
북한산(비봉~사모봉) (0) | 2009.08.27 |
계룡산(090801) (0) | 2009.08.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