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지 : 설악산(한계령~ 귀때기청~대승령~장수대)
산행일 : 2005. 10. 8
가을이라는 말 속에는
그리움, 외로움이 들어있다.
산내음이라는 말
그 속에는 산이 들어있고, 풋풋한 정을 나누고,
넉넉한 웃음을 나누는 살아있는 사람의 냄새가 들어있으며,
정 깊고, 삶을 아는 사람이 들어있다.
버스 안은 화니@님이 준비해준 약밥으로
차가 출발하기도 전에 믹서기를 돌리고,
설레임으로 들뜬 버스는 분주한 가을 방앗간이다.
민예마을에 도착하니
무박산행을 떠난 탓인지 별들은 보이지 않고
뭔가 불만이 잔뜩 쌓인 꼬맹이 표정으로 찌뿌리고 있다.
‘너도 외로운 게로구나....’
삶을 구걸하는 개새끼는 열심히 목젖을 울려댄다.
‘그래 그렇게라도 해야 목에 넘어가는게 있지.
오늘 같은 날은 씹히는 것도 있을 걸.....‘
한계령 어둠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개똥벌레들.
잔뜩 비탈진 계단을 오르며
조금은 두려움과 부담을 안고 최선두에 선다.
정품이 아닌 피반령산 비품(非品)의 내눈은
잠을 이루지 못한 탓도 있지만
본래 유사품 형태의 모양만 있는 탓인지
길이 보이질 않아 더듬적거리며 발품만 팔아댄다.
매표소를 지나 만만챦은 경사로를 오르면서
어둠을 발로 다지면서 두어차례 미끄러지고,
발목잡는 돌부리를 뿌리치고 그저 위로 올라간다.
가을의 외로움을 끌어안고 온 인파들.
물안개와 가스로 인해 보이는 것은 아무것도 없고
앞 사람의 발길따라 그저 습관적으로 떼는 발길.
대청봉과 귀때기청이 갈라지는 길목에서
그나마 조금은 뿌옇게 아침을 통해 시야가 열리고
오르는 길 흘린 땀을 가랑비가 잠재운다.
정상으로 향하는 1시간 가량의 너덜겅지대.
치질를 앓아본 적이 있는 사람은 이런 길이 좀 익숙하려나????
운무에 가려 조망은 보이질 않고, 그렇다고 아기자기함도 없고,
여유로움이나 넉넉함도 없는 귀때기청으로 가는 길....
귀때기청에 도착하니 물안개에 휩싸인 깃발이 추위에 떨며
힘겹게 오른 산내음 식구들을 온 몸으로 환영한다.
‘지난 밤 추위에 고생했지????’
귀때기청에서 능선을 잡고 오르내리는 서북능선.
아래로 깔린 운무와 썰렁한 바람에 가을이 잘 익었음을 실감한다.
부는 바람에 잠시 비껴선 안개 사이로
눈웃음을 보내는 단풍의 미소가 얼마나 고운지......
대승령으로 가는 능선길에서
잠시 걷힌 운무 사이로 멀리 보이는 절경을
이 조잡한 글 솜씨로 어찌 표현을 할꼬.....
지난여름 온 대지에 널려있던 햇살을
살콤살콤 집어 삼킨 나뭇잎들은
어떤 것은 갈색으로, 어떤 것은 노란색으로 물들여 놓고,
더러는 빨갛게 자신의 마지막 삶을
화려하게 치장하기도 한다.
그 서로 다른 빛깔의 단풍과 어울어진 바위들.
그와 어울어져 어깨 춤추는 설악의 능선.
짙은 질감의 화려함에 조금은 부드러움을 주는 안개.
‘가히 절경이라는 말은 아마도 저런 것일게다.’
‘과연 저 나무들이 하나씩 따로 떨어져 있을 때
저 빛바랜 나뭇잎들이 각자 나뒹굴어 다닐 때
그때도 저리 아름답게 보일까???
자연끼리 저렇게 어우러짐으로 더욱 아름다워지고,
함께 어깨를 걸고 있음으로 조화로운 것.
어쩌면 그게 자연이고 진정한 아름다움일지도 모르는데......
우리네 살아가는 삶도
가족과 함께 어우러져 사랑을 나누고,
이웃과 어우러지면서 더욱 조화롭고,
산내음 식구들과 어우러짐을 통해 아름다워지고
네가 있어 내가 행복한 것은 아닐까????‘
미끄러운 바위 능선을 오르내리는 길에
조금은 힘들어하는 산내음 식구들 속에서도
자연에 취해 힘든 줄 모르고 콧노래가 절로 난다.
대승령을 30여분 앞둔 남겨두고,
자일이 매어져 있는 곳에서 발길을 멈추고,
힘겹게 발걸음을 떼는 동행들과 합류해
서로를 위로 하며 힘을 얻는다.
대승령에서의 느낌을 사진 한 장에 담고
장수대로 향하는 발길을 무겁게 떼어본다.
대승폭포에 도착하니 널따란 바위 위에서 탁 트인 시야를 통해
환한 햇살이 가을 속으로 나를 이끌고 간다.
등 굽은 소나무와 긴 세월을 견뎌온 바위와의 어우러짐.
또한, 소나무와 단풍이 어우러짐에 취해
거침없이 자연의 품으로 뛰어내리는 대승폭포의 물줄기.
대승폭포에서 장수대로 향하는 철계단을 밟으며,
산행의 끝자락에 매달린 발길이 몹시 아쉽고,
가을의 깊어감이 못내 아쉽다.
장수대의 폭포 아래서 진흙에 찌든 바지를 훌훌 벗어 놓고,
땀에 절은 셔츠를 벗어 버리고, 물속으로 빨려드니 서늘함이 뼈 속으로 들어선다.
운명을 다한 낙엽하나가 물줄기를 따라 돌틈으로 곤두박질친다.
어쩌면 새잎을 위한 희생은 아닌지......
‘아~~!! 이젠 가을도 푹 물렀구나’
2005. 10. 8.
서북능선 귀때기청 산행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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