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마당/삶을 노래하며

휴가 첫날(09. 8. 16)

나무소리 2009. 8. 24. 13:26

2009.  8.  15 ~ 16일

 

  일요일 오후 지리산을 향해 출발을 한다.

지리산 어디로 간다는 계획도 없다.

그냥 지리산이다.


  네비게이션의 안내를 받으며,

지리산 칠선계곡이 있는 추성리로 간다.


  함양IC를 빠져나가면서 국도를 지나고,

지리산을 조망공원을 올라서는 곳의 풍경은 진풍경이다.

관문 위에서 아래를 조망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어두워지는 시간에 쫓겨 길을 재촉한다.


  추성리 민박집에 도착해

작년 칠선계곡에서 천왕봉을 올랐다가

두류봉 능선으로 하산을 하면서 길을 헤메

밤 10시에 하산을 했던 사람이라고 말을 건네자

작은 키에 시(B)음쯤 되는 높은 톤의 목소리 주인아주머니가 반가이 맞아준다.


 저녁식사를 청하자 갖가지 산채를 반찬으로

맛깔스런 저녁을 먹고, 숙박비와 식사비를 계산하려니

숙박비 5만원에 식대가 7천원이란다.

조금 비싸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어쩔 수 없지.

 

 잠자리에 들어 내일 어디로 산을 오를까를 고민하면서

잠을 청해보지만 쉬 잠이 오지 않는다.


 맑은 하늘엔 작은 눈의 별들이 환하게 웃는 모습이

그리운 사람의 빛나는 눈동자를 보는 것 같아 안타깝다.

마음이 잘 맞고 나를 이해해주는 사람과 함께 왔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알람을 3시30분에 맞춰놓고

샤워를 하고 9시쯤 잠자리에 들어 깊은 잠에 빠졌다.

몹시 피곤했었나보다.


  잠을 깨우는 폰을 원망하며 자리에서 일어나 햇반을 하나 데워먹고,

5시에 지리산 종주를 목표로 추성리에서 출발해

용소를 지나 좌측 두류봉 능선으로 길을 잡아 오른다.


  아침이 오기전 푸르스름한 신새벽이 가장 어둡다는

생각을 하면서 렌턴 불빛에 의지해 어두운 새벽길

사람의 흔적을 찾아 오르는데 우측 계곡에서

계속 물 흐르는 소리가 들려온다.


 지금쯤이면 산 능선에 올랐어야 정상인데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어

지도와 나침반을 꺼내 확인하니 한참을 잘못왔구나 싶다.

 

에헤이~!! 이렇게 또 알바를 하게 되네.....


 그 위치에서 좌측능선으로 길도 없는 곳을 헤치고 오르는데

싸리버섯이 어찌나 많은지......

결국 내 욕심으로 버섯을 잔뜩 따 짊어지고 오르는데

본래의 비박 장비와 먹거리만도 무거운데

버섯 무게에 도저히 산행을 할 수가 없다.


 오르던 길을 되돌려 능선을 타고 민박집으로 하산해

모든 짐을 차에 풀어놓고 빈 배낭을 메고

아예 버섯을 따기 위해 산을 오른다.


 하산했던 길을 다시 오르며 능선을 타고 가면서

버섯을 더 채취하다보니 촛대봉 정상을 지나쳐

이젠 하산을 해야 싶은 생각에 칠선계곡으로 하산로를 잡았다.

 

  버섯 욕심에 길도 없는 곳을 이리저리 헤메다

자신의 영역 침범을 용납하지 못하는 산신령의 징벌인지

벌에 4번이나 쏘이는 호된 고생을 하고

등산로도 아닌 곳을 헤메다 계곡으로 하산하니 칠선계곡이다.


 정상적인 산행을 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이 있지만

체력적인 부담과 채취해놓은 버섯이 상할까하는 안타까움에

지리산을 뒤로 하고 3시 반쯤 지리산을 출발하며,

휴가 중 하루를 보낸 것으로 마무리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