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내가 살고 있는 이 집은 내 것일까요?
아닙니다. 이 집은 그 안에 몸담아 사는 동안 하느님께서 내게 빌려주신 물건입니다.
내가 입은 이 옷은 내 것일까요?
아닙니다. 이 옷은 낡아서 해지거나 나보다 헐벗은 이에게 벗어줄 때까지 하느님께서 내게 빌려주신 물건입니다.
지금 여러분이 보고 있는 이 몸뚱이는 내 것일까요?
아닙니다. 이 몸은 내가 태어나던 날 하느님께서 빌려주셨다가 내가 죽는 날 도로 가져가실 물건입니다.
내가 지금 하고 있는 말을 구성하여 만들어내는 머리는 내 것일까요?
아닙니다. 이 또한 내 생일에 하느님께서 빌려주셨다가 죽을 때 도로 가져가실 물건입니다.
그러면, 나는 무엇을 가진 걸까요?
도대체 내 것이라고 할 만한 게 있기는 한 겁니까?
있지요. 내가 살아 있는 동안 성장하고 내 안에서 아름답게 피어나는 덕목들, 그것들은 내 것입니다.
내가 사랑 안에서 성숙한 그만큼 나는 사랑을 가진 거예요.
믿음 안에서 성숙한 그만큼 나는 믿음을 가진 겁니다.
온유함 안에서 성숙한 그만큼 나는 온유함을 가진 거지요.
이것들은 없어지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하느님께서 그것들로 하늘나라가 가득 차기를 바라실 테니까요. 이 모든 덕목들을 담고 있는 내 영혼도 물론 내 것이지요.
-- 성 요한 크리소스토무스 '단순하게 살기'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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