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고향사진관
글쓴이 : 김정현
읽은날 : 2월 18 ~ 2월 20일
읽게된 동기 : 교보문고 서평단 응모 채택
언제부터인지 사진관은 ‘스튜디오나 포토’라는 서구적인 단어로 바뀌어
이젠 책이나 사전에서 찾아볼 수 있는 말로 치부된 지 오래
[고향사진관]이라는 제목이 참 구수하게 느껴진다.
이 책의 주인공 서용준이나 작가 김정현님은 나와 비슷한 나이로
같은 시대를 살았고, 소설의 배경이 된 영주라는 도시 또한
내가 살고 있는 충북 청주와 비슷한 규모의 중소도시로
이들의 성장기, 학창시절, 군생활 등의 일상이 같을 수밖에 없는데다
저들의 부모역시 내 부모님과 똑같은 삶을 살아오셨기에
이 소설은 내게 감동과 함께 더없는 공감으로 읽는 내내 행복했다.
젊은 시절 자신의 삶은 없이 자식들에게 삶을 송두리째 내놓고
뒷모습의 그림자가 초라해지던 어느 날 부터
자식의 눈치를 보면서 살아가는 우리네 부모님의 모습 또한
더없는 안타까움의 대상이 아닌가 싶다.
주인공 서용준은 대학을 휴학하고 군대를 갔다 25살에 제대를 했을 때
[고향사진관]을 운영하던 아버지가 뇌졸중으로 쓰러지게 된다.
복학을 포기하며, 장남으로 가정을 책임져야한다는 생각에
아버지가 운영하던 [고향사진관]을 이어받아 운영하며,
평범한 여자 희순과 결혼해 의식이 없는 아버지의 병수발에 전념한다.
식물인간 상태인 아버지의 긴병수발에 지칠 만도 하건만
용준부부는 시간이 지날수록 아버지에 대한 정은 깊어만 가
그렇게라도 살아계시는 아버지에게 한없이 감사하며,
아버지의 손 때 묻은 [고향사진관]에 더없는 애착으로 꾸려나간다.
그는 아버지를 바라볼 때마다 그동안 아버지에게 받은 사랑에 날마다 감동한다.
“아버지...... 이대로는 안돼요. 어머니도 어머니지만 제게도 시간을 주셔야죠.
뭘 몰랐어요. 한이랄 건 없지만 그래도 아쉽기는 했습니다.
(중략)
하지만 이제는 아버지에게 제 의지대로 자식 된 도리를 하고 싶어요.
사랑이라면 사랑이고 도리라면 도리겠지만,
뭐든 망설이고 의심들지 않는 마음으로 말이에요. 그런데......“(84~85쪽)
“아버지, 시간을 줘요. 아무리 힘드시더라도 제게 시간을 좀 주세요.
아버지에게 받은 사랑, 제가 어찌 그만큼이야 할 수 있겠습니까마는
절반만큼이라도 하고 싶네요.”라는 절규에서 마음이 아릿하다.
용준이 자식을 낳았을 때 그의 장인은 용준을 이렇게 평한다.
“자식 또한 다르지 않네.
소중히 여기는 마음으로 경건함을 잃지 않으면 결코 비뚤어지지는 않는다네.
난 자네를 보며 언제나 그 점이 흡족했네.
소중하게 여김을 받은 사람이구나, 그래서 사람을 소중히 여길 줄 아는구나......”(114쪽)
용준은 그런 사람이었다.
17년이라는 긴 세월을 조금의 의식의 변화없이 누워있는 아버지에 대한
용준의 효심은 모래알을 삼킨 조개의 고통을 안은 진주처럼 빛난다.
“치매를 앓는 분들 모시며 고생한다는 사람들 꽤 많잖아.
몰라, 그분들이 들으면 뭐라 할지.
그렇지만 난 그쪽이 부럽고 차라리 아버지가 그랬으면 할 때가 많아.
감당이 안 되는 때는 안 되는 대로, 정말 못 견뎌 미워질 때면 미워도 할 수 있는.....
그런데 당신에게는......“(159쪽)
또한, 아버지의 죽음을 눈앞에 두고 아내와의 대화에서 스스로를 질책한다.
“나 아버지한테 지은 죄 많아.”
“왜 그런 얘기를 해요. 당신이 죄가 많다면 나는 어떻하라고요.”
“아니야, 괜한 소리가 아니야.
나...... 그때, 그저 넉넉잡아도 삼 년쯤이면 끝나겠지 생각했어.
까짓, 대학 삼수한 셈 치자 마음먹기도 했고.
물론 그렇다고 아버지가 어떻게 되길 원했다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오래지 않아 끝날 수 있으리라 쉽게 생각했어.
참 섬뜩한 짓이었지. 자식으로서 어떻게 아버지를 두고.......”
“누구나 그럴 수 있어요. 괜한 자책 말아요.”
“누구나 한다고 자식이 부모에게 함부로 할 수는 없는 거야.
더구나 아버지는 다른 분이셨어. 자식들이라고 말 한번 함부로 하신 적이 없어.“(184쪽)
이 대목에선 내 아버지를 생각하며 눈물 흘렸고,
중풍으로 쓰러지신지 만9년을 맞고 있는 내 어머니를 생각하다보니
더 이상 책을 읽어 내려가기가 쉽지 않았다.
‘어쩌면 내 마음과 저리 똑같았는지.....’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용준은 간암으로 3개월 정도의 시한부 삶을 살며,
어머니에게 몹시 죄스러워하면서 남겨진 가족들로 안타까워하면서
죽음에 임박해 아들 승호에게 할머니를 부탁하는 말이나
친구 재수와 나누는 대화에선 목이 메어 읽을 수 없다.
“그래. 이제 할아버지 제사도 네가 지내야하고, 할머니는 널 가장 의지할 테니 씩씩해져.”
“예에......”
“그래, 특히 할머니는 네 몫이야. 아빠가 다 못 한 책임 네가 져야 돼.
그건 애초부터 네 의무인데 조금 일찍 시작되는 거뿐이야.
지금은 네가 제일 어린 나이니까 그렇지만 이제 좀 더 크면
네가 할머니 엄마 누나들 다 돌봐줘야 돼.“(266쪽)
난 29년 전 아버님의 장례식에도 참석하지 못했다.
9년째 중풍으로 불편하신 어머님과 함께 살아가고 있으면서
그 그늘에 있기에 이나마도 난 그 아픔을 조금이라도 위로할 수 있다.
이 소설은 눈물이며, 마지막 효를 실천하는 아들의 마음으로
지금의 내가 어머니에게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며,
내 자식들에게 뭘 어떻게 해야 할 지를 가르쳐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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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을 써야 한다는 부담감에 다른 책보다 꼼꼼히 읽었다.
그러다 보니 발견할 수 있는 오자가 두어군데 있다.
154쪽 13행 “네가 널 왜 좋아하는지 아냐?”에서 네는 내가 돼야하고,
230쪽 10행 “혹시 우리가 잘못 판단할 걸 수도 있으니...” 할은 한이 돼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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