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외귀
암이라는 검사 결과를 통보 받고, 병원 문을 나서며
자신의 마음을 이해해 줄 사람을 찾아 나서는 박기철.
대기업 비서실에 근무하는 형은 회장을 모시고 골프장 가느라 바쁘고.
어머니와 같았던 누님은 고스톱 치느라 바쁘고,
친구 명우는 술판에서 그저 술 마시기에 바쁘고,
동생 기순은 주식투자에 열을 올리기에 바쁘고,
고향친구 교수인 종수는 논문 끝냈다고 자신의 일에 바쁘다.
큰아들 역시 시험을 망쳐 여자친구나 만난다고 하니
어느 누구도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은 없다.
자신의 아픔을 말하기보다는 아들을 위로해주고 싶지만
아들은 그 말조차 들을 마음의 여유도 갖지 못한다.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나 이해보다는
오직 자신의 입장만을 말하는 현대인들.
그러면서 스스로 찾아갈 곳 하나 없는 현대인.
그는 돌아가신 어머니의 무덤을 찾아가 오열을 한다.
가야할 곳은 단 한 곳(외귀) 어머니의 그늘이다.
비록 돌아가셨더라도 그만이 우리의 위로가 된다.
가장 가깝다고 여겨지는 내 이웃이
돌아가신 어머니 무덤만도 못한 현대인들.
군중속의 고독이다.
2. 말채나무집 까치
효라는 말은 국어사전에나 존재하는 옛날 아득한 전설이 되고,
부모는 그늘이 아닌 짐으로 여겨진지 오래다.
소, 대변을 가리지 못하는 중풍 걸린 어머니를
모시는 일이 자기에게 돌아올까 전전긍긍하는
물질의 풍요를 누리고 있는 지식인 며느리들
비대한 육체에 커다란 머리에 반해 빈곤한 가슴.
현대인의 전형이다.
그나마 생활은 빈곤할 지라도 마음은 부자인
막내 재종이 댁이 형제들 가슴의 문을 두드려 열어놓는다.
3. 산으로 간 동해
이해관계와 자기만족에 충실하려는 얍삽한 현대인들.
그 가운데도 바보스러울 정도의 우직한 사람도 있다.
그 우직함이 행복으로 이어지니 통쾌하다.
4. 큰 대 자
페미니스트 문학이라고 할 수 있을 거 같다.
여성의 가치와 가사노동의 비중을 새롭게 인식케 하는 소설.
여성스럽던 아내는 두 아이를 키우면서
그저 눈앞에 일만 겨우 처리하며, 본능에만 철저한 동물.
여성스러움도, 미래에 대한 자기 투자도 없으며,
늘 큰대자로 누워 잠만 자는 무뇌충으로 치부하는 안문배.
이로 심한 부부싸움 끝에 아내가 집을 나가자
그 빈자리가 얼마나 큰지 알게 된다.
초인종도 없이 살며시 문을 열고 들어오는 아내가 사랑스럽다.
5. 빛나는 튼 배
아름다움의 가치를 다시 한번 생각한다.
진정한 아름다움은 눈에 보여 지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랑을 바탕으로 한 자기희생과 헌신이다.
자식을 낳아 축 쳐지고 늘어지고 튼 배.
이것은 사랑의 표식이며, 자기희생의 열매이다.
육체적인 자신의 아름다움을 위해 피나는 노력보다
진정한 자식의 사랑과 가족애를 그려낸 이야기.
6. 마누라와 작업복
막일로 버겁게 생계를 이어가는 창구는
늘 잔소리뿐인데다 추레한 미모에 다소곳하지도 않고,
돈 몇 푼이라도 쥐어짜기만 하는 아내에 비해
자신을 인정해주고 대접하는 술집 미스 민에 빠져든다.
간조 때 받은 몇 푼으로 후줄그레한 작업복을 팽개치고,
미스 민에게 찾아가려는데 못난 아내는 강짜를 부리니
결국 폭력으로 아내를 짓누르고 작업복을 걷어차고 미스 민에게 달려간다.
밤새 비가 내렸고, 만취해 집에 어떻게 돌아왔는지 모르지만
이튿날 잠깨보니 화창한 날씨에 일을 나가려니
작업복은 비에 젖은 채 베란다 한쪽 구석에 있고,
아내는 어디론가 가버리고 없다.
두 번 다시 찾지 않을 것 같은 작업복이 일하는데 필요하고
두 번 다시 보고 싶지 않은 아내가 삶에는 절실히 필요한데......
아내는 작업복과 같은 꼭 필요한 존재.
7. 홍달선생과 츄리닝
시골학교 평교사인 홍달선생에겐 두 제자가 있다.
평범하게 농사를 지으며 시도 때도 없이 불쑥 찾는 조명구와
그럴 듯하게 출세해 도지사가 되어 찾아온 박준호군.
빈한한 살림에 평교사로 늘 옹색하기만 할 뿐이지만
명절이나 일이 있을 때면 도지사가 찾는 것이 자랑스럽다.
행여 스승으로 제자에게 짐이나 누가 될까 늘 조심스런 가운데
명절 아침 도지사가 방문한다는 연락을 받자
고급 양복을 입고 도지사인 제자를 기다린다.
생각지 않은 조명구가 농산물을 가지고 찾아왔다 돌아가고
잠시 후 근사한 선물을 안고 도지사 박준호가 들어서
홍달선생의 동기에게 중앙으로 올라갈 수 있도록
간곡한 협조를 부탁하고 돌아간다.
양복을 츄리닝으로 갈아입으며, 조명구를 떠올린다.
참 편한 친구라고.....
근사하고 멋진 것보다 편안함이 좋다.
8. 내기
젊은 한때 그런 내기를 했던 적이 있었던 것도 같다.
헌데 이 소설의 제목이 별로 맘에 안든다.
더러는 의미없는 일에 정신이 팔려
정작 중요한 것을 잃는 경우가 있다.
그게 바로 내기가 아닐까?
승자도 패자도 없는 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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