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은 문을 닫았습니다. 학생들은 아무도 들여보내 주지를 않습니다.”
“무슨 사정인지 모르지만 학생이 학교에 들어갈 수 없다면
소가 외양간에 들어갈 수 없는 경우와 다름없구만.
이치로 미루어 따져 보면 앞으로 밭갈이할 일이 걱정 아닌가.”
“모든 병은 마음으로부터 오는 것이니
마음이 고요하고 맑은 사람은 몸도 고요하고 맑아서
언제나 자연과 잘 조화를 이루고 불로장생을 누릴 수가 있는 것이네”
농월당 할머니가 강은백에게 이르는 말.
“나 하나의 마음이 탁해지면 온 우주가 탁해진다고 네 할아버지께서 말씀하셨느니라.
공맹이나 노장의 말씀도 어느 것 하나 그른 것이 없지만
네 할아버지 말씀도 어느 것 하나 그른 것이 없었다.”
-곡식의 이삭을 주우면서-
“역시 세상을 모질게 사는 것이 아니다.
우주가 둥글 듯이 인간도 둥글게 살아야 한다고
농월당 선생께서 항시 사람들한테 가르쳤거늘
어찌 마음속에 새겨두지 못하고 저런 변을 당하는고.
하늘은 자비롭게도 누구에게든 지난 일을 후회하면서
한번쯤 눈물을 흘릴 수 있는 기회를 주시는 법이지만
뉘우칠 수 있을는지 모르겠다.”
- 오달주집의 화재를 보며... -
“세상만물 중에서 아무리 하찮아 보이는 미물이라고 하더라도
스승 아닌 것이 없다고 말씀하셨느니라.
아주 작은 먼지 한 점조차도 우주의 절대적 요소 중의 하나라고 말씀하셨어.
허나 그런 사실을 실감하려면
우선 마음으로써 모든 사물들을 지극하게 바라보는 태도를 가져야 하느니라.
그리고 되도록이면 자기 자신의 가치를 최대한 낮추어서 바라보아야 하느니라.
흔히 사람들은 개나리 진달래 꽃다지 민들레가 봄에 핀다는 사실들을 잘 알고 있지.
허나 그것들이 겨우내 얼마나 간절하게 햇빛을 그리워한 표정들을 짓고 있는가를
잘 모르 고 있어. 마음을 닫아걸고 사물을 바라보는 습관을 가졌기 때문이지.
(중략) 마음공부가 되어있지 않으면
머릿속에 산더미처럼 들어 차 있는 지식인들 대체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
“개인과 개인끼리는 서로 온정이 통하는 법이지만
나라와 나라 사이에는 서로 온정이 통하지 않는 법이라고 말씀하셨지.
아무리 하찮은 물건들을 주고받아도 종국에는 반드시 손익계산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게야.
대개 강대국들이 약소국들에게 베풀어 주는 아니꼬운 온정 속에는
항시 보이지 않는 낚시바늘이 은밀히 감추어져 있는 법이니라.
입질 한번 잘못해서 그 바늘에 걸리게 되면 좀처럼 빠져 나오기가 힘이 들지.”
“한 마리의 사자가 사냥하기 위해서는
하루에 스무 번씩 사력을 다해 다른 짐승을 쫓아다녀야만 한다네.
허나 스무 번 중에 겨우 한 번꼴로 사냥에 성공할 뿐 다른 때는 항시 허기가 져 있지.
백수의 왕이란 게 알고 보면 별것도 아닐세.
아직도 내 배도 허기져 있는데 새끼까지 한 마리 딸리게 되면 얼마나 불편 하겠는가”
- 고산묵월이 침한스님에게 -
일천 겁의 같은 선근을 인연으로 해서 같은 나라에 태어나고,
이천 겁의 같은 선근을 인연으로 해서 하루를 동행한다는 뜻이었다.
일 겁은 사전적으로 말하면 천지가 한번 개벽하고
다음개벽이 시작될 때까지의 시간인데 불교에서는 버선발로 승무를 추어
바윗돌 하나가 다 닳아 없어지는 시간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인연이란 얼마나 지중한 것인가.
“자연의 마음을 알지 못하면 인간의 마음을 알 수 없고,
인간의 마음을 알지 못하면 하늘의 마음을 알 수 없느니라“
- 고산묵월이 제자 백득우에게 -
“그림을 그릴 때는 자신이 그리고자 하는 대상이
진실로 아름답다고 생각되지 않으면 절대로 붓을 잡아서는 안 되느니라”
- 고산묵월이 백득우에게 -
“골동품이라는 말은
송나라 때 문인 소동파의 구지필기 중 골동이라는 음식에서 유래되었습지요.
뼈를 오래도록 고아서 국물을 엉기게 만든 음식이었답니다.”
인생을 살아가다 보면
때로는 신화보다 현실이 몇 배나 더 신비스럽다는 사실을
체험으로 알게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비록 운명이 하늘에 의해 정해져 있다고는 하나
마음을 어떻게 다스리는가에 따라 때로는 방향을 달리할 수도 있는 법일세.
약복재봉(若福再鋒)이면 반위파란(反爲破亂) 이라는 말은 그 때문에 생겨난 것일세.
좋은 운이 닥쳐도 마음을 바로 쓰지 못한 자에게는
태산 같은 복조차 사태같은 액으로 덮쳐든다네.
- 노파가 점술사에게 -
하루살이에게 내일 일을 말해 준들 어찌 알며
매미에게 내년 일을 말해 준들 어찌 아랴.
허나 내 분명히 말해 두지만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고,
나는 놈 위에 쏘는 놈이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시게...
사방을 둘러보아도 첩첩산중. 온 길은 천 리인데 갈 길은 만 리라.
허나 군자는 이런 때 마음을 맑게 하고 덕으로써 세상만물을 바라보아
자신을 더욱 아름답게 가꾸는 법이라네.
낮은 자들의 인생에는 고통과 슬픔이 항시 따르는 법이라네.
허나 그 때문에 인생은 더욱 아름다워지는 법이지.
세상만사가 새옹지마 격이라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도 있는 법
슬픔과 고통으로부터 도망칠 이유가 무엇인가.
그것들도 어차피 그대가 껴안아야 할 그대 자신의 몫이라면
은혜처럼 생각하고 받을 일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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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월당 선생(弄月堂)
부와벼슬을 겸비한 지체 높은 가문의 삼대독자로
어려서부터 머리가 총명해 다섯 살에 천자문을 익히고,
열 살에 사서삼경을 통달했고,
열다섯 살에 금강산에 들어가 영산거사에게 도를 공부했다.
병을 치료하는 의술에 특히 능했으며
시와 거문고와 수묵화에도 깊은 조예를 가지고 있는 풍류도인.
명산대천을 벗 삼아 떠돌기를 좋아하여
한 번 집을 나가면 몇 년이 지나도록 돌아오지 않았다.
농월당 선생이 돌아올 무렵만 되면 유난히 마을에 학들이 많이 모여들었다.
학문과 덕망이 높았으나 벼슬에는 전혀 뜻이 없는 사람 같았다.
마을 사람들로부터 몹시 어려운 부탁을 받고 일을 성사시켜주어도
절대로 공을 내세우는 법이 없었다.
강은백(姜銀柏)
어려서 할머니가 돌아가시자 할머니가 보고 싶어 들판을 쏘다니다가
무영강의 운무에 끌려 도로무기소 쪽으로 갔다가 실족해 정신을 잃고
오학동(梧鶴洞)이라는 신선의 마을로 들어가게 된다.
짙푸른 오동나무들이 숲을 이루고 있는 마을로
백학, 현학, 금학이 살고 있는 마을에서 사흘동안 행복한 생활을 하다
그림 한 폭을 얻어가지고 돌아오면서 예언을 듣게 된다.
40이 넘은 나이에 정육점을 운영하면서도 물질주의와 이기주의로 가득찬
현실사회에 적응을 하지 못하고 늘 벽오동과 편재(遍在)를 꿈꾸며 살아간다.
함태산에서 보름달이 뜰 때 고산묵월, 침한스님과 함께 만나
모든 욕심과 집착을 버리고 심지어 벽오동에 가고자 하는 집착도 버리고,
벽오금학도를 찢으므로 신선의 세계로 들어가게 된다.
백운산(白雲山) :
함양과 장수 경계에 있는 산으로 삼국사기에는 고운 최치원 선생께서
고려 광종 2년 천수를 누리고 신선으로 되었다는 기록.
야사기록에는 백운산 정상에다 지팡이를 하나 꽂아 놓은 채
황학을 타고 하늘로 날아갔다고 기록이 되어있다.
바보 취급받는 삼룡이. 포악하고 간악한 오달주. 고산묵월 제자 백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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