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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수]하악하악

나무소리 2008. 7. 19. 23:26

16. 소나무는 멀리서 바라보면 참으로 의연한 자태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가까이서 바라보면 인색한 성품을 그대로 드러내 보인다.

    소나무는 어떤 식물이라도 자기 영역 안에서 뿌리를 내리는 것을 절대로 허락하지 않는다.

    소나무 밑에서 채취한 흙을 화분에 담고 화초를 길러보라

    어떤 화초도 건강하게 자라서 꽃을 피울 수가 없다,.

    그래서 대나무는 군자의 대역에 끼일 수가 있어도 소나무는 군자의 대열에 끼일 수가 없는것이다.

 

19. 길을 가다 돌부리에 걸려 넘어졌다

    길을 가던 내가 잘못이냐 거기 있던 돌이 잘못이냐

    넘어진 사실을 좋은 경험으로 받아들이면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인생길을 가다가 넘어졌을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당신이 길을 가면서 같은 방식으로 넘어지기를 반복한다면

    분명히 잘못은 당신에게 있다.

 

20. 비만에 대한 백신

  현대인들은 정신적 빈곤을 물질적 풍요로 위장하려는 어리석음을 반복하고 있다.

  이는 안대로 눈을 가려서 그리움을 차단하려는 어리석음과 동일하다.

  때로는 정신적 공복감이 육체적 식탐으로 전이되기도 한다.,

  거기에 편승해서 티브이들은 아침마다 경쟁하듯 먹거리들을 소개하면서

  '정신이 빈곤한 자는 복이 있나니 비만이 저희 것이요'라는 복음을 전파한다.

 

21. 남자는 태어나서 세 번만 울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횟수를 정해놓고 우는 것은 뻐꾸기 시계다.

   가슴이 메마르면 눈물도 메마른다,.

   모름지기 인간이라면 타인의 아픔에도 눈물을 흘릴 수 있는 가슴을 간직하고 있어야 한다.

 

25. 지성을 초월한 대화 모기가 스님에게 물었다.

   파리가 가까이 가면 손으로 휘저어 쫓으면서

   우리가 가까이 가면 무조건 때려죽이는 이유가 뭡니까.

    스님이 대답했다.

   얌마, 파리는 죽어라 하고 비는 시늉이라도 하잖아.

    모기가 다시 스님에게 물었다.

   그래도 불자가 어찌 살생을 한단 말입니까.

    그러자 스님은 태연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쨔샤, 남의 피 빨아 먹는 놈 죽이는 건 살생이 아니라 천도야. 철썩!

 

28. 인간이라는 이름으로 살아가면서 진실을 못 보는 것은 죄가 아니다

   진실을 보고도 개인적 이득에 눈이 멀어서

   그것을 외면하거나 덮어버리는 것이 죄일 뿐이다.

 

36. 사람은 손이 두 개다.

   오드리 햅번의 말처럼 한 손으로는 자신을 보살피고

   다른 한 손으로는 남을 보살피라는 뜻이다.

   그럼 다리가 두 개인 이유는 무엇일까.

   한 다리로는 자신을 지탱하고 다른 한 다리로는 나쁜 놈들을 조낸 걷어차주라는 뜻이다.

   아놔. 자비심.

   나쁜 놈들에게는 때로 발길질도 자비요 축복이다.

 

55. 그대가 만나는 사람들 중에는

   조금만 시간이 흘러도 망각의 늪 속으로 사라져버릴 사람이 있고

   아무리 많은 시간이 흘러도 기억의 강기슭에 남아 있을 사람이 있다

   혹시 그대는 지금 망각의 늪 속으로 사라질 사람을 환대하고

   기억의 강기슭에 남아 있을 사람을 천대하고 있지는 않은가.

   때로는 하찮은 욕망이 그대를 눈멀게 하여

   하찮은 사람과 소중한 사람을 제대로 구분치 못하게 만드는 경우도 있나니,

   훗날 깨달아 통탄한들 무슨 소용이 있으랴

 

68. 아무나 죽어서 꽃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살아서 가슴 안에 한 송이 꽃이라도 피운 적이 있는 사람이

   죽어서 꽃이 될 수 있는 것이다.

 

84. 인간반성

   병아리들이 "엄마 우리는 왜 하늘을 못 날아"하고 물어볼 때

  어미닭은 제일 복장이 터진다.

  그대가 만약 자녀로부터 열등한 부분을 지적당한 어미닭이라 하더라도

  "한 번만 더 그 따위 소리를 지껄이면 주둥이를 확 뭉개버릴 거야"라고 윽박질러서는 안된다.

  적어도 부모라면 "우리의 먹이는 땅에 있기 때문에 하늘을 날 필요가 없단다"라고

  의연하게 대답해 주는 성품이 필요하다.

 

90. 간만에 외롭지 시리즈

   법이 만인에게 공평하게 적용되지 못하는 나라에서

   어찌 제헌절을 공휴일로 기념하겠습니까.

   한글이 만인에게 나랏말씀으로 사랑받지 못하는 나라에서

   어찌 한글날을 공휴일로 기념하겠습니까.

 

   365일 닥치고 포맷, 일이나 열심히 하세요-

   라는 포스팅을 올리면서 조낸 외롭지 말입니다.

 

119. 자기가 마음대로 돈을 그려서 무제한으로 쓸 수 있는 시대가 온다면

     그대가 제일 먼저 하고 싶은 일은?

 

121. 장인정신이 투철한 도공은 흔히 마음에 들지 않는 도자기를 모조리 깨뜨려버리지만

      예술적 안목이 없을 때는 명품만 골라서 깨뜨린다. 캐안습이다.

 

122. 영국사람이 영어를 잘 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한국 사람이 영어를 잘 하는 건 놀라운 일이다.

     그런데 한국 사람이 영어는 잘 하면서 한국 말을 잘 못하는 건 캐안습이다.

     일찍이 퇴계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내 손자가 뜰 앞에 천도복숭아가 있는데 먼 데까지 가서 개살구를 줍고 있구나. 즐!

 

128. 지대공감 자작속담

    악플 끝에 살인나고 친플 끝에 정분난다.

 

130. 어느 중학교 한문시험에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한자말의 뜻을 적으시오라는 문제가 출제되었다.

    한 학생이 '백 번 묻는 놈은 개만도 못 하다"라고 답을 적었다.

    한문 선생님은 그 학생의 창의력을 가상스럽게 생각하여

    반만 맞은 걸로 평가해 주었다.   실화다.

 

137. 외롭지 시리즈

   한적한 살길을 걷다가 날개가 기막히게 아름다운 나비를 발견하고 탄성을 질렀는데,

   곁에 있던 친구놈이 시큰둥한 목소리로

   '너는 돈 안 되는 일에만 관심을 기울이는구나"하고 씨부리면

   지독하게 외롭지 말이다.

 

139. 아내들이여.

    남편들이 사랑고백을 자주 하지 않는다고 투정 부리지 말라.

    남편들이 날마다 출근해서 녹음기처럼 되풀이되는 상사의 역겨운 잔소리를 참아내고

    자존심을 있는 대로 죽이면서 거래처에 간곡한 목소리로 전화를 걸고,

    헤비급 역도선수의 역기보다 무거운 스트레스를 어깨에 걸치고 퇴근하는 모습,

    그 자체가 바로 그대와 자식들을 사랑한다는 무언의 고백임을 명심하라.

 

141. 하나님, 인생말년에 어쩌다 축복 한번 다운 받아보고 싶은데

     버퍼링이 너무 깁니다. 파일의 용량이 너무 많아선가요.

 

159. 물질에 천착하는 인간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보다

     눈에 보이는 것들을 중시하는 성향이 있지만,

     알고 보면 문에 보이지 않는 것들이 눈에 보이는 것들을 지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것 한 가지만 알아도 성품이 달라지고 인생이 달라진다.

     이 말 속에 인생역전의 비법이 숨겨져 있다.

 

163. 하나님께서 코끼리에게 커다란 날개를 달아주셨다면 세상은 어떻게 달라졌을까요.

 

167. 부부싸움을 하다가

      아참, 울 마누라가 여자였지, 라는 사실을 자각하면

      즉시 전의를 상실하게 된다.

 

180. 마음에 들지 않는 인간을 만나면

      그래, 산에는 소나무만 살지는 않으니까,

      라고 생각하면서 위안을 삼는다.

 

196. 후배가 담임을 맡았던 학생 중에서

     시험을 보면 수학점수만 월등하게 높은 녀석 하나가 있었는데

     후배의 판단에 의하면 어떤 가능성을 감안하더라도

     그렇게 놓은 점수를 얻어낼 재목이 아니었다.

 

      어느 날 후배는 은밀하게 녀석을 다그쳤다.

      솔직히 말해라 커닝했지.

      그러나 녀석의 대답은 의외였다.

      마음을 비우고 찍었어요.

      후배가 다시 물었다.

      그런데 언어영역은 왜 점수가 그 모양이냐.

      녀석이 대답했다.
      아는 글자가 많이 나오면 마음이 안 비워져요.    실화다.

 

199. 산은 정지해 있으되 능선은 흐로고 있고,

     강은 흐르고 있으되 바닥은 정지해 있다.

     그대가 두 가지를 다 보았다고 하더라도

     아직 산과 강의 진정한 모습을 보았다고는 말하지 말라.

     산은 산이 아니고 물은 물이 아니다.

 

 210. 인간 반성

      대부분의 동물들은

      먹이가 생기면 서열이 높은 우두머리가 먼저 먹이를 차지하는 습성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닭의 우두머리는 다르다.

      서열이 낮은 놈들이 먹이를 배불리 먹을 때까지 주위를 경계해 주고

      자기는 제일 나중에 먹이를 먹는다.

      우리는 가끔 머리가 나쁜 사람을 닭대가리에 비유하지만

      탐욕에 사로잡혀 부모형제도 몰라보는 인간들이 늘어가는 현실을 생각하면,

      아놔, 만물의 영장, 닭과 함께 살아 갈 면목조차 없는 입장이다.

 

212.  운이 꼬일 때가 있다.

       그럴 때는 하는 일마다 실패를 초래한다.

       하지만 헤어나는 방법이 있다.

       일부러 어려운 사람들을 찾아다니면서 무조건 베풀어라.

       그러면 거짓말처럼 모든 일이 잘 풀리게 된다.

 

214. 돈도 암수가 있어서

       교미를 시키고 새끼를 치게 만들 수만 있다면 얼마나 재미있는 일들이 많이 생길까요.

       인간을 사료로 삼지만 않는다면.

 

215. 지성을 초월한 대화

     뱁새가 황새를 쫓아가면 가랑이가 찢어진다 - 인간.

     조까, 명색이 새인데 날아서 쫓아가지 미쳤다고 걸어서 쫓아가냐 - 뱁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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