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창고/인자요산 지자요수

설악산(12선녀탕) 3

나무소리 2005. 7. 18. 13:57

4.  점심시간 ~ 마등령까지

 

안산으로 올라가는 삼거리에서의 점심식사.


“어장이 안되려면 해파리만 들끓는다”고

장소도 옹색한데다가 웬 놈의 파리는 그리 많은지.

풍성한 식단인데도 파리를 쫓느라 정신없어

똥마려운 계집년 국 썰 듯 대충 먹고 자리를 뜬다.


안산으로 오르는 길에서  그동안 함께 한 계곡을 남겨두고

습기를 잔뜩 먹은 산길을 오르는데

아름드리 주목과 키 큰 나무들이 그늘을 만들어

더위에 지칠까 조심스레 우릴 달랜다.


주목의 뾰족한 잎은 햇살을 꿰지만

바늘귀를 찾지 못한 햇살은 주목에서 미끄러지고

햇살을 다 꿰지 못한 주목은 안타까와 몸을 떨어댄다.


정상을 향해 오르는 산길에

자꾸만 울어대는데 슬픈 뻐꾸기 소리에

이제 막 꽃피운 연분홍 철쭉과

아직 피워보지도 못한 목련이 떨어질까

몹시도 안타깝다.



대청봉의 향기를 담고,

주걱봉의 소식을 담고,

공룡능선에 걸린 구름의 포근함을 담은 바람은

한참을 기다렸다 우릴 반긴다.


‘아~!! 시원하다....’


안산에서부터 마등령으로 향하는 길.

좌우에 어깨동무를 하고 선 봉우리들은

계곡이 주는 시원함을 뛰어 넘어

정상이 주는 편안함을 받아들이며 걷는다.


어째 이리 능선 길이 오르락 내리락 하느냐는 말에

그리스,로마신화에 나오는 “시지프의 신화”를 이야기한다.


신들 중 가장 현명하면서도 인간을 사랑한 신이 있다면

[프로메테우스] 일테고

인간 중 가장 현명한 인간이면서 인간을 사랑한 사람은

[시지프]라고......


둘 다 진정한 인간을 사랑함으로 인해

[프로메테우스]는 자신의 간을 3,000년 동안 독수리에게 내주고,

[시지프]는 지금까지 돌을 굴리고 있다고......


[一日心閑 一日仙(일일심한 일일선)]

하룻 동안 마음이 편안하면 바로 그가 신선이라고

오늘 하루 편안히 떠들면서 아무 걱정없이 산행을 하는

바로 내가 신선이겠지......

 

5. 마등령~대승폭포~장수대

 

마등령 정상 표지가 있는 곳에 서니

좌우로 사열받는 사병처럼 서있는 나무들에

주변의 조망도 보이질 않으니 정상이라는 느낌보다는

그저 발길 무거운 산사람들의 쉼터같라고나 할까?


마등령에서부터의 하산하는 길

시몬님과 산사랑님의 조심스레 내딛는 발걸음이

살아온 시간의 무게만큼 조금 힘들어 보이지만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데......


죽은 거위 발 놀리 듯 더듬적거리는 걸음 앞에

널따란 바위가 펼쳐지고, 앞은 시원하게 트여

설악 특유의 산들이 어깨를 걸고 병풍처럼 놓여있고,

뒤쪽으로는 햇볕에 검게 그을린 대승폭포가 버티고 있다.


오랜 세월을 버틴 대승폭포.

어머니 사랑의 전설을 담고 있는 너.


아침 먹을 때 보은관광 김정기 기사님이

“마누라 샤워소리만 들어도 경기를 한다“ 니까

부회장님은 “곰국 끓이는 소리에 경기를 한다”더니

40대들 나뭇꾼들이 대승폭포 물소리에 경기할까

물은 흐르지 않고, 대승이 어머니의 목소리만 기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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