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창고/인자요산 지자요수

낙영. 도명산 1

나무소리 2005. 7. 18. 14:02

일시 : 2005. 7. 2

 

뒷간에 앉으면 쿠린내.

빵집에는 구수한 개떡 냄새.

산내음에 들어서면 은은한 정과 산 내음......


「복 있는 사람은 악인의 꾀를 쫓지 아니하며,

오만한 자의 자리에 앉지 아니하고,

......이하 생략......」(성경 시편 1편)


벼락 맞아 죽는 놈 옆에 서 있다보면 뒈지기 십상이고,

개떡이라도 먹는 놈 옆에 있으면 뭐라도 얻어먹는다는데....


지금은 어떤지 모르지만

옛날 석교국민학교 소풍, 운동회 때는

기상대가 뭐라든 상관없이 비가 내렸지....


헌데 허구헌날 퍼붓는 비로 몹시 심란한 장마철.

허벌나게 비 올테 외출 삼가라고 기상대에서 떠들어도

산내음에서 산행일정을 잡으면 아침까지 내리던 비는

산내음이 가는 길  청소부에 불과하니......


역시 사람은 자리를 잘 잡아야 혀...

허고 많은 산악회 중 산내음이라는 명당에 자릴 잡은 나.

뼈 묻을 명당을 제대로 고른 걸 보면 직업을 바꿔서 지관을 하든지,

썬글라스를 끼고 중앙공원에서 자릴 깔아도 될거 같은데...... 


산내음의 일설에 의하면

번잡스런 두 아줌마 올 때 잠자려 뒷쪽에서 자리 잡은 사람은

본드를 마신사람이나 부탄가스 마신 사람으로 보면 맞고,

똥배 나온 사람이 산도적님 옆 자리 앉아도 역시 마찬가지...


대신 주름이 늘 지언정 웃음으로 꽃을 피워 좋고,

언제나 맛있는 먹거리로 입을 즐겁게 할 수 있어 좋고......

(무슨 말인지 대부분 아시죠???....)


이번 역시 청주의 많은 산악회 중 산내음에 자리한 덕에

우중의 산행이 아닌 편안하고 상쾌한 산행....


목적지에 도착하니

고개를 쑥 빼 머리를 하늘에 올려 놓은 낙영산이

머리는 뵈이지 않고, 몸체만 내 보이고 있고,

무영산은 안개 뒤에 숨어 그림자가 없는 게 아니라

형체조차 뵈이질 않는 운치있는 날씨.....

 

 


여기 고구마 맛이 일품이라는 말로

가을철 고구마 판매에 열을 올리는 회장님과

고구마 밭 사이를 오르다 보니 공림사.

(회장님 장모님이 거기서 고구마 농사를 짓는거 아녀?????)


이름있는 큰 사찰을 갈 때마다 느껴지는 거부감이 있었다. 

한마음이 되라는 일주문은 권위의 상징으로 느껴지고,

착하게 살라는 교훈을 주는 금강역사나

사천왕상은 뭔가 모르는 위압감으로 섬뜩함을 주는데

여기 공림사는 검소함과 편안한 느낌을 준다....


“百年貪物一朝塵(백년탐물일조진)”

[백년동안 재물을 쌓아도 하루아침의 먼지 같으니...]

저 글은 계룡산에 갔을 때 신원사에서도 봤는데....


“三日修身千載寶(삼일수신천재보)”

[몇날의 몸과 마음의 수양이 천개의 보물보다 귀한데....]


“爲他爲己守微善(위타위기수미선)

[남을 위하고, 자신을 위하는 것이 작은 선을 지키는 일이거늘.....]


해석이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대충 그런 뜻의 법어들이

사찰 기둥에서 마음을 울리는데 마음으로 느낄 시간이 없어

머리에 얼렁뚱땅 몇 개를 담아 온다.

 

나쁜 머리로 담은 글귀가 행여 잊혀질까

수건으로 머리를 질끈 동여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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