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십이선녀탕 계곡 ~ 복숭아탕
산행 전 하늘에서 잘 헹궈 놓은 계곡의 바위와 돌.
그리고,
산내음의 선녀들을 맞을 준비로 깨끗이 청소한 열두 선녀의 목욕탕.
사전 속에서나 찾을 수 있는 명경지수라는 말을
단어의 의미가 아닌 산행을 통해 볼 수 있는 행운을
남교리 계곡을 따라 오르는 산행에서 맛 볼 줄이야.
발길 닿는 곳의 돌부리도 눈에 마주치는 나무들도
물길에 흘러 떠내려가는 철늦은 철쭉의 꽃잎도
내 친구가 아닌 것이 없고, 정겹지 않은 것이 없다.
아직도 꽃을 피우지 못한 철 늦은 목련은
늦다고 투덜대지 않고 그냥 살포시 웃어주기만 한다.
슬쩍 웃는 목련은 웃어도 소리가 들리지 않고,
그 옆에서 울고 있는 새는 울어도 눈물이 보이질 않으니
산새는 울고 있는 것이 아니라
산내음 식구를 반기는 웃음을 보내는 것이려니......
12선녀탕에 도착하니 계곡물도 반가운 소릴 낸다.
그리 많은 물이 흐르는 것은 아니지만
넓게 펼쳐진 바위 위를 조심스럽게 미끄러지는 물은
눈에 고인 피로를 씻어 내는데 부족함이 없고,
삶 속에서 얻은 소음을 흘려버리기에는 넉넉하고도 남음이 있다.
한걸음씩 떼면서 오르는 산행.
설악산이라는 커다란 산은 한줌의 흙도
단 한 개의 작은 돌도 사양하지 않고 받아들이고,
열두 선녀를 위한 계곡은 작은 물도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 없다.
듣기 좋은 말과 더 많은 가치를 부여하는 것만을 받아들이는
우리네 사람들의 살아가는 모습과 자연은 어찌 저리 다른지.
계곡을 만나면서 물이 떨어지는 조금 낮은 곳에서
자연이 주는 감동을 눈과 귀로 느끼기엔 너무 아까운지
온 몸으로 느끼고자 물로 뛰어든 선녀와 나뭇꾼들.
‘휴~~!! 얼마나 시원할까?’
풍덩 뛰어들고 싶은 심정은 굴뚝같은데
입고 온 옷에 커피를 쏟아 여벌 옷으로 갈아입었는데
이것마저 젖어 버리면 찝찝해서 어쩔꼬......
"설마설마하다 앞집처녀 놓친다”고
결국 고민을 접어 놓고 발길을 내딛다보니
우리의 발목을 잡고 놓아주지 않는 “복숭아탕”
저 복숭아탕이 있기에 12선녀탕이 된 건 아닌지......
본디 선계(仙界)에는 천도(天桃)라는 복숭아가 있어
그것을 먹고 불로장생을 한다는데
이곳이 바로 선계이고
저 복숭아 탕은 신선들이 천도를 씻던 그 탕은 아닌지......
매끈하게 파여진 바위 위로 떨어지는 물줄기는
먼저 떨어졌다고 앞서 가려 다투지 않고,
주어진 공간을 휘돌면서 앞선 물과 뒤섞여 흐른다.
신선이 사는 마을은 이렇게 여유가 있는데......
남의 경치를 내 것처럼 보는 것을 차경(借景)이라 한다는데
열두 선녀가 노니는 이곳을 빌어 보는 내 눈으로
혹여 이 좋은 곳이 부정타진 않았으면 좋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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