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창고/인자요산 지자요수

설악산(공룡능선) 4

나무소리 2005. 7. 18. 13:48

7. 대청봉에서 희운각 산장까지


대청봉에서 희운각 대피소 구간의 하산 길은

공룡능선의 절경을 감상하기엔 제격인데

오랜 시간 산행 경험이 없는 아내는 꽤나 힘들어한다.


급한 경사면을 따라 내려서는 길에

목적지가 얼마나 남았는지 자꾸만 묻곤 하지만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고

그저 안타까울 뿐......


하산 길에 자릴 잡고 주질러 앉아

하모니카를 꺼내 불어본다.


함께 하는 일행들이 좀 편히 쉬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서너 곡을 불어보지만 어차피 가야할 길이라면 떠나야지.


먼저 가서 밥을 하고 있을 거라던

[고추세가마][감꽃] 두 분도 힘이드는지

아래서 하모니카 소리를 듣고 쉼을 얻고

함께 길을 떠난다.



하루의 산행을 마치고 도착한 희운각 대피소.

계곡의 시원한 물에 발을 담그니 발이 저려온다.

자연의 청정함은 이렇게 시원함을 주는데......


식사 후 피곤에 지친 회원님들이 잠에 떨어지고

4조원을 포함해 흥있는 몇몇 산우님과 함께한 오락시간.


산에 취한 산우님들은 한잔 술에 취기가 돌아

하모니카 한곡에 취하고, 산아님의 노랫소리에 취하고,

4조원들의 흥겨운 추임새에 취한다.


멀리서 산 뻐꾸기가 울어댄다.

어떤 시인은 ‘목 놓아 울어 제친다’고 했는데

지금 저 뻐꾸기는 우는 걸까? 웃는 걸까?


이렇게 또 하루를 마감한다.


***********************************************

8. 희운각 대피소의 풍경


희운각 대피소에서의 잠자리에 있는 회원님들은

벌집 속의 꽉 배겨 몸을 움직이는 벌들 같기도 하고,

누에고치 속의 번데기 같기도 하다.


바뀐 잠자리와 불편한 잠자리 탓인지

들뜬 분위기에 잠자리도 뒤숭숭하다.


킥킥거리며, 심란하게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하고

이런 분위기에 익숙치 않은 님들은

조금 짜증스럽게 받아들이기도 하는 것 같은데......


비좁은 산장에서 콤콤한 곰팡이 냄새.

거기에 정겨운 산내음 식구들의 땀 냄새.

그 틈에서 잠자리를 찾아보지만

적당하게 뉘일 만한 자리가 없다.


침상의 중앙에 몸 하나 뉘일 만한 공간에서

자릴 찾던 박 총무님이 자기 자질 내게 내어주고

자신은 상반신만 침상에 뉘고, 하반신은

신발 벗어 놓는 곳으로 내려놓고 잠을 청한다.


몹시도 피곤할 텐데 어찌 저렇게 잠을 잘 수 있을까?

회원들을 위한 극진한 마음이 감동으로 다가선다.



양쪽에서 십 여명의 발길 축복을 한 몸에 받지만

불편한 잠자리를 탓하기 보다는

총무님의 그 따뜻한 배려가 감동으로 다가선다.



먹뱅이님은 밤하늘의 별을 촬영하려는지

하늘에 별이 보이는지를 물어보고,

2시경 한잠 자고 일어난 dool님은 밥을 한다고 일어나고,

이런저런 일들로 하룻 밤의 시간이

뻐꾸기 울음소리를 타고 지나간다.



아침 식사.

이른 아침부터 햇반을 삶아 내는데

옆 자리의 7조는 버너도 속을 썩이고,

밥도 죽도 아니고, 라면하나도 끓이지 못하는데

이쪽저쪽에서 물이 잘 끓지 않는다고 불만이다.



몇 번의 비박과 야영에 다른 조보다 조금 익숙한 우리는

대피소 뒤쪽 식탁에 화력발전소를 만들어 놓고,

20여개의 햇반을 삶아 낸다.


밥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모르게

아침 식사를 마치고, 공룡을 잡으러 길을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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