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공룡능선
대피소에서 약간의 내리막길이 지나고,
가파른 길을 가쁜 숨을 몰아 쉬며,
공룡의 꼬리를 밟고 서는 순간
온 몸이 짜릿해 옴을 느낀다.
용이 승천하기 위해선 비가 필요하고,
그 비를 부르는 구름이 필요하다던가???
저 멀리 울산바위를 감추고 있는 운해와
밝은 햇살에 환히 빛나는 산등선들......
울산바위는 운해에 자신의 몸을 담그고,
그 포근함과 편안함에 잠에 취해 있다.
따가운 햇살에 검게 그을린 얼굴의 고사목은
운해 속에서 긴 잠들어 있는 울산바위에게
정겹게 말을 건넨다.
‘자네가 신선이네~!!!
그래도 이제 좀 일어나시면 어떻겠나??
저 먼 청주에서 산내음 식구들이 왔다네......’
공룡의 꼬리에서 등을 밟고 올라서니
용아장성능, 화채능선, 대청, 중청이 한 눈에 들어오고,
조금도 어색함이 없는 그 산들의 조화로움에
그저 감탄할 뿐이다.
고사목의 잠 깨움을 탓하지 않고
부스스 눈을 비비고 잠을 깬 울산바위는
운해를 헤치고, 옅은 웃음으로 우릴 반긴다.
오랜만의 만남에 달려와 반길 만도 한데
발은 운해에 담근 채 그저 손만 흔든다.
과유불급(過猶不及)
“지나치면 부족한 만 못하다”고
반가움의 표시도 바위만큼 묵직하니
지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게 적당히 모습을 드러낸다.
‘아~!! 저런 것이 더 아름다운 모습이구나.
적당히 자신을 나타내는 저것이......‘
10. 시지프스의 신화]의 신화
공룡의 긴 등줄기를 밟고 오르내리며,
‘사람 살아가는 모습이 산을 오르내리는 것과 같지 않나’
생각하며, [시지프스의 신화]를 떠 올린다.
‘인간 중에서 가장 현명하고 신중한 사람’
하지만, 신들의 입장에서 보면 너무 똑똑하고,
신들을 우습게 본다고 생각되는 껄끄러운 존재.
헤르메스가 이복형 아폴론의 소를 훔친 것을 알려주기도 하고,
제우스가 요정을 납치해가는 것을 알아 내
요정의 아버지께 알려주는 조건으로 가뭄에 시달리는
코린토스에 있는 자신의 백성을 구해내는 인간.
그 벌로 자신을 잡으러 온 저승사자를 붙잡아 감금하므로
전쟁의 신 [아레스]를 보내자 백성의 고통을 염려해
신에게 스스로 붙잡혀 갔다 신을 속이고 탈출한 영악한 인간.
그로 인해
높은 산 꼭대기에 항상 큰 바위가 머물도록 하라는
[하데스]의 벌을 받아 육체의 고통을 받는 인간.
산 꼭대기로 큰 바위를 밀어 올리면
그 바위는 제 무게를 못 이겨 굴러 떨어지고
굴러 떨어진 바위를 또 다시 밀어 올리는
끝없이 영원의 시간동안 반복되는 [시지프스]의 무의미한 행위.
우리네 사람의 삶이 [시지프스]의 형벌과 같은 것은 아닌지......
알베르 카뮈는 [시지프스의 신화]에서
돌이 굴러 떨어지는 절망적이고, 혹독한 끝없는 고통 속에서
[시지프스]는 바위를 향해 다시 내려 오는 순간
자신의 운명을 이기는 ‘승리의 순간’이라 했는데......
오르내림을 반복하는 산행 속에서
새로운 삶을 생각하는 시간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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