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한계령 가는 길
신대장님의 산행일정 설명은 언제나 마음을 들뜨게 한다.
“바위에선 항상 배낭이 나를 밀어낼 수 있으니 조심하고,
공룡능선은 무엇보다 안전에 주의해야 돼유~!!
그라구, 물을 조금이라도 버릴 때는 조장한테 꼭 얘기하구 버리세유“
‘엥~~??? 물을 버릴 때 조장한테 얘기하라로???’
‘휴~!! 우리 조장은 부회장님인데 넘사시럽게 우찌~!!!
나야 그렇다 쳐도 울 여자회원님들은 남자조장한테
그거 표현하기 되게 뻘쭘할텐데 우쩐댜~~~
‘저~!! 배꼽아래 물 버려도 돼유~!!!’
이거 무쟈게 어려운 말인디~~~~~
잠시 들른 휴게소에서 고무신을 본 회원들이 박장대소 한다.
지금도 저런 신발이 있냐느니
그거 어디서 샀냐는 둥...
버스가 출발하니 신대장님의 엽기적인 발언
“인자무적님~! 고무신 가지고 가세요.
화장실 갈 때 그거 신고가게~!!“
‘얼레리~!! 난 시내도 신고 다니는 외출화인데
화장실 갈 때 신고 간다고요???
좀 심한거 아닌가유????‘
잠시의 쉼을 얻으려 고개를 젖혀 잠을 청하는데
뒤에서 번잡스런 회원님의 머리가 내 머리에 닿는다.
“옛날 주세붕이 어머니의 머릿이를 자신이 옮겨 받고자
어머니와 머리를 맞대고 잤다는데
머릿이 옮길려구 그러우?? 왜 이러실까?“
“괜챦어유~~!! 이 좀 있으면 어뗘유???”
‘허~~ 이거 참......’
이런저런 잡다한 것으로 시간을 보내다 보니 목적지에 도착한다.
*주세붕 : 조선 전기의 학자로 효성이 지극해 어머니 머리에
이가 어머니를 괴롭히자 자신의 머리로 옮겨 받으려
머리를 맞대고 잠을 잤다는 지극한 효자로 손꼽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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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장도에 오르며.....
햇반을 나누고, 신발끈, 배낭끈을 조여맨다.
한계령을 출발해 가파른 길에 발 디딤을 한다.
장거리 산행에 대한 두려움인지,
웅장하게 솟아 오른 설악산에 대한 엄숙함인지
차 안에서의 산만함과 부산함은 찾을 길 없다.
이리저리 오르내리며 분주한 그린박사의 캠코더가
뜨거운 햇살을 이고 산을 오르는 산행에
또 다른 운치를 더해준다.
30분 가량의 경사길을 올라서니
이리저리 휘돌아드는 물결처럼 일렁이는 산 능선에
시원한 바람 한 가닥에 천하를 얻은 기분이다.
모든 산내음 일행들의 널찍한 쉼터에 자릴 잡았는데
매미만큼이나 큰 파리떼가 부산하게 움직이는데
전망 좋은 자릴 찾던 신대장님이 뒤돌아서며
지뢰밭이니 절대 들어가지 말라고 경고한다.
‘에이씨~~!! 지뢰를 설치해놨으면 매설을 해야지...
헌데 울 총무님 같으면 저걸 고구마 밭이라 하지 않을까??
총무님~!! 제 말이 맞습니까????‘
지뢰밭 부근의 파리떼는 얼마나 살이 올랐는지
그 날아다니는 소리가 헬리콥터 수준인데
어지간히 귀챦게도 따라 붙는다...
노는 입에 염불한다고 심심하니 헛소릴 한번 지껄여본다.
[일본, 중국, 한국 삼국 대표들이 모이는 검도대회가 있었는데
시합이 있기 전 대기실에서 있었던 일이라네.
파리 한 마리가 샥~~ 날아오니까 일본 놈이 칼을 뽑는데
순간 파리가 두 동강이 나서 다들 놀랬다나.
조금 있다 또 한 마리가 날아오니 중국놈이 칼을 뽑는데
날개 두개하고 다리만 몽땅 짤려서 뒹굴더래.
검도 시합 할 것도 없이 중국이 우승이라고 하는데
또 한 마리의 파리가 날아드는데 한국대표가 칼을 뽑았는데
파리가 그냥 날아가더래나...
다들 야유를 보내고 있는데 한국대표가 하는 말
“저거 이제 새끼 까긴 틀렸어~!!!”했다나]
다들 아는 이야기다 보니 재미가 없는건지
남사스러서 모르는 척 하는건지 그것도 아니면
뭔 말인지 잘 모르는건지 반응이 없으니 영 쑥스럽다.
사람이 웃겼는데 아무도 안 웃고,
유머를 설명하는 것처럼 비참한게 없다는데......
졸라 비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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