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 2005. 6. 4 - 5
1. “무식한 도깨비 부적도 몰라본다” 고......
“무식한 도깨비 부적도 몰라본다”고
산내음 문재들의 정갈한 산행기가 줄을 잇는데
그 틈에 나도 한번 써보겠다고 이러고 있으니
내가 그 무식한 도깨비가 되는 기분이다.
하지만, 국토의 70%가 산이라는 우리나라 산 중
여러 여건에서 자주할 수 없는 설악산 산행 후
산행기를 쓰지 않고서는 뭔가 빠뜨린 것 같은 느낌.
그 느낌에 이끌려 비록 초라한 산행기라도
내 삶의 한 조각 메모로 이렇게 남겨봅니다.
먼저 웅장하고, 섬세한 자연을 볼 수 있도록
좋은 날씨를 베풀어 준 나의 하나님께 감사하며,
그 좋은 여건을 잘 활용해 뜨거운 눈물이 솟을 만큼
자연에 감동할 수 있도록 해준 운영진께 감사드리고,
힘든 산행 길 서로에게 격려를 통해 힘이 되어주고,
안전 산행을 위해 서로 협력한 모든 회원님께 감사드립니다.
또한, 몸과 마음이 바쁜 월말임에도 기억을 되살려
산내음이라는 병풍 속에 설악산을 다시 한번 그려내고,
시원한 바람소리와 새소리를 교향악과 실내악으로 연주하고,
깔끔한 한편의 수필로 글을 써내는 문재들과
사진을 통해 새로운 감흥을 일으키는 예술가들께 감사드립니다.
2. “명당 고르지 말고, 이웃 골라”라......
이거 내 수준에 맞지 않게 글을 시작하다보니
써 내려가기가 보통 어려운 게 아니지만
어차피 시작한거 개갈안나도 기억을 더듬어 써 봐야지......
들뜬 마음에 잠을 설치고 서너시간 자고 일어나
허둥지둥 아침식사를 하고 다시한번 배낭을 점검한다.
산내음 식구들의 평소의 인간성을 보니 날씨가 좋겠지만
높은 산의 날씨와 여름철 날씨라는 게
살살 눈치 보며 사부인 고쟁이 벗기는 놈 같이 믿을 수없어
옷가지와 먹거리 등을 다시 한번 점검한다.
이것저것 챙기며, 3년여 동안 청주시내를 활보한
검정 고무신도 설악산 구경을 시킬 겸 신고 나서는데
아내는 몹시도 못마땅한 눈친데
내가 편하면 그만이지 남 눈치 볼게 뭐람......
내가 꼬맹이였던 어린 시절부터 신고 다니기 시작해
경제적으로 몹시도 어렵던 대학 4년 중 반 이상을 신고 다녔었고,
지금의 아내를 처음 만날 때부터 신었던 고무신이다보니
어쩌면 내 발은 고무신에 잘 적응이 됐는지도 모르는데......
버스의 아래 짐칸에 배낭을 밀어 넣고 차에 오르니
설악산이라는 명산에 대한 기대와 장거리 산행.
그리고, 산장 숙박이라는 들뜬 기분들에
산내음 식구들의 눈빛은 혁혁하게 비장한 각오로 번쩍인다.
웃음으로 맞는 산우님들과 정겨운 인사를 나누며,
뒤쪽에 자리를 잡고서도 들뜬 마음은 가라앉질 않는데
번잡스런 목소리의 주인공들이 나를 반긴다.
집식구에게 붙임성 좋게 “언니, 언니”를 연발하고,
결혼 후 첫 외박이라고 목에 핏대를 세우기도 하고
어물전 경매시장만큼이나 번잡스러워 진다.
총무님 배고파 죽겠는데 밥 안준다고 하더니
현미쑥떡, 사탕을 주면서 먹으라고 하니
이거 고맙긴 한데 귀가 적응을 못하니
떡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도 모르겠다.
잠시 후 스프레이 피부 보습제를 뿌려대기도 하고
썬 크림을 얼굴에 척척 발라주기도 하고,
산신제물에 메뚜기 뛰어들 듯 엄청 나부댄다.
‘휴~~!!! 절간이 망하려면 새우젓 장사가 기어든다는데
이번 산행이 괜챦으려나??
이거 요철 위에서 출발하는 기분이니......‘
어저께 서너 시간 밖의 수면이 내겐 부족해
그 부족분을 차에서 채우려 생각을 했었는데
이 일을 어쩌면 좋노????
뒤로 머릴 기대고 잠을 청하는데
그 옛날 내 아버지가 하시던 말씀이 생각난다.
“명당 고르지 말고, 이웃 골라라”
죽은 다음 명당 차지할 생각말고,
이웃 잘 만나 다투지 말고, 웃는 낯으로 살라는 말씀
이제까지도 기억에 없었던 아버님 말씀
오늘에서야 실감나게 느껴진다.....
잠시 후
뒷좌석에서 어깨를 주물러 주는데
그 손맛이 얼마나 시원하고 좋은지
한주일의 피로가 싹~~ 가셔나가는데
역시 명당자리 고를게 아니라 이웃을 잘 골라야 해..
좋은 뒷좌석에서 지루하지 않게 와서 좋고,
맛있는 먹거리 실컷 얻어먹어 좋고,
게다가 안마까지 받으니
이번 산행에 명당자릴 잡은 거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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