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창고/인자요산 지자요수

감암.황매산 1

나무소리 2005. 7. 18. 13:40

일시 : 2005. 5. 14

 

5월 13일 금요일 저녁
예약을 하지 않은 아내가 감암산에 함께 가겠다고 한다.
산행 공지의 꼬리를 보니 예약이 차고, 넘쳐,
대기자가 꽤 많았었는데......

산내음 식구들의 인격과 아량을 믿기도 했지만
불필요한 마찰을 피하기 위해 함께 가기로 하고
아침에 주섬주섬 짐을 챙겨 집을 나선다.
체육관까지 가는 동안도 졸라 찝찝~~~~

체육관에 도착하니 운영진의 반가운 웃음과 함께
강원인터넷 방송에 올랐으니 한턱을 쏘란다...

‘이구 난 울 식구들한테는 말 한마디도 안했는디......’

내가 집에서 컴퓨터를 하지 않다보니
아내는 인터넷 방송인지 뭔지 알 리 없고
뭔 말인지도 모른 채 뒷좌석에 앉아
방송에 나왔다는 게 뭔 말이냐고 묻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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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삼랜드 휴게소에서 물을 따라 놓고 오는데(화장실에다)
버스에 오르기 전 또 화제가 그쪽으로 간다.
이러거나 저러거나 무덤덤.....

산청휴게소에서 김정기 기사님의 한마디.
“시뿐간 셨다감다~~~”

- 10분 후 -
한사람이 타지 않았는데도 총무가 인원을 셈하고 있다.

나 : 한사람이 아직 안 왔는디요
회장 : 아니 누구지?? 어디 갔는디유???
나 : 나 화장실서 나올 때 들어가든디요.
총무 : 아~~!! 지금 고구마 심구있내 벼~~!!!

‘켁~~!!! 고구마를 심고있다고???...
ㅋㅋㅋㅋㅋㅋ~~~~
고구마 찌고 있다는 소리는 들어봤어도
고구마 심는다 소리는 첨 들었는데
그거 표현 한번 쥑인다......ㅎㅎㅎㅎㅎ~~~‘


버스 안에서 회장님과 총무님이 앞뒤를 오가며,
“거지 똥꾸멍에 콩나물 대가리를 뽑아 먹지~~!”
“그려~!! 흥부 볼때기 밥풀두 떼먹는데 뭐~~!!”
이런 저런 말로 간간히 웃다보니 목적지에 도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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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머리에서 일상적인 증명사진을 찍는 뻘쭘한 표정에
웃음을 주려 회장님이 앞에 나선다.

사람 닮았다는 이유로
과천 침팬지 우리에서 왕따를 당한 침팬지가 뛴다고 표현하면
침팬지가 기분 나쁘시겠지만
그 덕분에 활짝 웃는 사진이 남는다.


산행 10분도 안됐는데
세탁기에서 방금 건져낸 세탁물처럼 육수를 뽑아내는 회장님.

“아고~~!!! 회장님 육수 뽑는 것 좀 봐.
냉면 두 그릇은 말겠네....“ 한마디에

“그려~!! 인자무적님 아니면 저런 말 못햐~~~”
하고 리아님이 한마디 던진다.


‘아니 내가 뭘 어쨌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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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정상에 보이는 철쭉의 색감에 취하고,
가까이 거대한 바위의 기상에 눌려
산이 이끄는 대로 끌려간다.

매바위를 벗으로
인간이 만든 카메라라는 기계 앞에서 재롱을 떨고
조금이라도 젊고, 화려하게 보이려
드러나지 않는 삶의 그늘을 뿌리 채 감춰버린다.


산을 오르면서 늘상 느껴왔던 거지만
산길을 가다보면 쉬기를 잊고,
자릴 잡고 쉬면서 산에 취하다 보면
갈 길을 잊는 경우가 허다한데
누룩덤에 오르니
또 다시 그 마음에 발길을 떼기 싫다.


멀리 눈길이 닿는 나지막한 산 중턱 쯤부터
아래로 내려 온 계단식 천수답 논둑은
어떤 화가가 그린 선보다 부드럽고,
어떤 악기로 내는 소리보다 섬세하게 느껴진다.

누룩덤에서 바라보는 자연의 풍취.
그 봄의 색감과 바위의 투박한 질감.
바람과 함께 바위에 매달린 말벌집의 섬세함으로
자연은 아름다움을 넘어선 신비함으로 다가온다.

크고 웅장한 바위.
그 틈새에 연약한 뿌리를 박고 살아가는 철쭉 한포기.

'아~!!
자연은 강한것과 약한 것이 조화롭게 어울어지는구나
우리의 삶도 저래야 하는데......'


그 강한 생명력은 사진을 찍는 산벗님의 손을 통해
산내음에서 영원히 지지 않는 꽃으로 피어나지만
바람의 간지럼에 웃는 모습을 어찌 담을 것이며,
그 옆에서 우짖는 새소리는 어찌 담을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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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릉을 따라 정상을 향한 발돋움의
발길에 닿는 촉감이 사뭇 편안하다.

같은 암릉이지만 주작산이나 덕룡산의 산행때는
발길이 닿는 곳에 돌이 부서져 흘러내리면서
정상을 향해 오르는 나를 끌어 내리는 느낌으로
서로 시기하고 질투하며,
올라가는 자를 끌어 내리는 현대인의 삶 같았었다.

허나 이곳 감암산 바위에 닿는 발길의 느낌은
행여 미끌어질까 바위가 조바심을 내고
상처를 줄까 둥그렇게 바람에 자신의 모습을 깎아내고
아래로 부터 위로 떠받쳐주는 듯한 편안함과 바위에 붙는 촉감.

이 모든 것이 서로에게 힘이 돼주는
산내음 식구들 같은 정겹기도하고
안정 느낌에 어찌나 산행의 맛이 좋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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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룩덤에서 내려서 감암산 정상을 향하는 길.

‘주작산에서 징징거리며 울었다던가?
아니 일설에 의하면 뭘 흘렸다던가??‘
‘아니 지렸다는 표현이 맞는다던가?’하는
그 산내음 식구가
여기에서 또 뭘 어쨌다던가????

어쨌든 산신령같은 신대장님과 산도적님의 도움.
친구인 산길따라의 품에 안겨 내려와 놓고는
어찌나 좋아하는지......


‘이구 저럴 줄 알았으면 내가 안아볼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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