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창고/인자요산 지자요수

감암.황매산 2)

나무소리 2005. 7. 18. 13:43
1시가 돼 가는데
밥 먹으라는 소릴 안하는 대장님이 몹시도 야속하다.
(나 말고.. 내 뱃속의 회충이.....)

길옆에서 점심을 먹는 다른 산악회의 산우님들을 보니
뱃속에 있는 회충들이 난리를 친다.

“이놈이 나죽이네~~ 이 놈이 나죽이네~~!!”
(이래서 옛날에 회가 동한다는 말이 나왔나???)

이 몇 마디 말에 앞뒤를 가던 일행들은
주린 배에 힘없는 웃음을 나누는데
언제 만들어졌는지 모르지만 이젠 비쩍 말라비틀어진 무덤 옆에
신대장님이 식당으로 정하고 자릴 잡는다.


‘죽은 사람이 산사람에게 편안한 쉼을 주는구나.
헌데 어찌 무덤이 이리도 비쩍 말랐노??
자손들이 어지간이 조상을 굶겼구나
그러니 봉분이 저리도 주저앉았지.....‘

‘고수래’ 한마디로 무덤 속 어른과 정을 나누고,
식사를 마치고 나니
웃음을 주기위해 회장님이 哭(곡)을 한다.

‘어르신 이나마도 위로를 삼으시고,
편히 누워 쉬세요’
이 한마디를 남기고 발을 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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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암산 정상에 올라서니
문득 윤선도의 五友歌(오우가)가 떠오른다.

“내 벗이 몇인가 하니
水石(수석)과 松竹(송죽)이라“더니
이곳의 정취를 바라보니 그 말이 내 말이구나.
달만 떠 올라준다면 다섯 친구가 될 텐데......


아침 떠오르는 태양을 삼킨 소나무는
그 뜨거움에 온 몸을 이리저리 비틀고
식지 않은 붉은 빛을 몸으로 드러내며,
그 힘으로 커다란 바위를 움켜쥐고 있다.

‘참 너도 살아남기 위해 고생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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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쭉 군락지에서 봄을 보내는 아쉬움을 달랜다.

조금씩 시들어가는 진홍빛 철쭉을 보며
참꽃이나 물망초처럼 조금은 흔하면서도
슬픈 전설하나도 남기지 못한 철쭉을 불쌍히 여겨본다.

여기저기서 사진 찍기에 바쁜 우리의 예술가들.

이 봄의 정취를 삶의 일기장에 기록하려
카메라 앞에서 웃어도 보고,
자세를 점쟎게 고쳐 잡아보기도 하는 산벗님들..

철쭉 군락지를 지나 평전에 서니
장승 둘이서 크게 불거진 눈망울과
커다란 이빨을 드러내며, 인사를 한다.

‘멀리서 오느라고 수고했네......’
‘아니 뭘~!! 늘상 서있는 자네가 고생이지......’
이 한마디를 던지고 무심히 지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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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게 펼쳐진 너럭바위에 주질러 앉아
하모니카를 꺼내 불어본다.

어떤 곡을 부르겠다는 생각도 없고,
그냥 시원한 바람에 취해 소리를 내다보니
“홍아의 골짜기” “어메이징 그레스” “애니로리”
세 곡이 흘러나온다.

본래 하모니카가 우리나라 것이 아니라
외국에서 만들어진 악기다 보니
우리의 노래 정서보다는 외국정서가 더 맞는 건 아닌지....

‘난 토종인데 우리나라 노래는 안나오고
외국에서 흘러온 곡만 불러서야......‘
하는 생각에 우리 노래를 다시 불어본다.

“섬집아이” “과수원 길”

우리의 귀에 익숙하다보니 흥얼거리는 소리가
간간히 들리는 것이 자못 정겹다.


모산재의 바위와 나무를 데리고 올수 없는데다
그 절경과 바람을 두고 와야만 하는 아쉬움에
다른 사람의 기분이야 어떻든 소리를 지르며,
되지 않는 노래로 혼자만의 흥을 돋운다.

어지간히 시끄럽고 짜증스러울텐데
마음이 넉넉한 산내음 식구들이
모든 것을 포용하고 마음을 토닥여 준다.....

산 밑자락을 흐르는 물에
하루의 피로를 황매산 계곡에 떠내려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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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갈스런 저녁식사 후
하늘을 보니 아직은 살이 덜 오른 초생달이
비스듬이 누워 쳐다본다.

이제사 다섯친구가 모였구나.
水石松竹月(수석송죽월)

‘여보게~!!
자네들 오늘 저녁 멋들어지게 마지막 봄을 보내게나.
나는 자네들을 두고 가겠네.....‘



청주에 도착을 해 보니
산내음과의 헤어짐이 아쉬운지
초생달이 먼길까지 따라와 있네......


허~! 자네도 오늘의 헤어짐이 몹시도 아쉽구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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