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마당/삶을 노래하며

나는 아내의 말을 잘 듣는 착한 남편입니다...

나무소리 2005. 3. 7. 13:53

어제 저녁

얼마나 용돈을 주어야 하느냐고 묻는다.

뭐라고 할말이 없어 묵묵부답이다.

차라리 그냥 주면 부족해도 알아서 쓸 텐데......

 

오늘 아침

출근 길을 나서는데 또 묻는다.

"카드 대금만 70만원이니 그것만 줘"

 

아주 못마땅한 표정의 아내......

조금은

아니 상당히 민구스럽다.

 

카드를 내가 혼자 쓴 것도 아닌데......

나 혼자 쓴 것은 책 몇권 산것 뿐인데......

 

모든 사람들이 이렇게 살아가겠지???

 

출근해 책상에 앉아서도 맘이 그리 편치는 않다.

떠도는 몇줄의 글이 마음을 긁는다.

아주 박박 긁어 놓는다.....

 

****************************************************

 

아내 앞에서 나는 나를 내 맘대로 할 수 없는 아내의 남편입니다.

명세서만 적힌 돈 없는 월급 봉투를 아내에게 내밀며
내 능력 부족으로 당신을 고생시킨다고 말하고
계면쩍어하는 아내의 무능한 남편입니다.

두 아이의 엄마로 힘들어하는 아내의 가사일을 도우며
내 피곤함을 감춥니다.

그래도 함께 살아주는 아내에게 고마움을 느낍니다.

나는 내가 아닙니다.

나는 아내의 말을 잘 듣는 착한 남편입니다.

--마음 속에 차오르는 아픔을 삭히는 어떤 사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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