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마당/삶을 노래하며

어원 2) 얼굴

나무소리 2005. 2. 14. 11:37
12월 10일 오후 2시경.
기껏해야 한주일에 두어번 떨어대는 전화가 부르르 떤다.

"엽~ 떼요~~!!!"
"안녕하세요 선생님? 저 누군지 아세요?"
"잉.... 박** 선생?? 맞지?"
"기억하시네요. 고맙습니다. 근데 선생님 보고싶어서 전화했는데......"
"헉~~!! 크~~!! 문암동 광역쓰레기장같은 나를 보고싶은 사람이 있어?
그려~~ 보자구! 사람은 대가리를 맞대야 정이 나오는 겨...아님 뭘 같이 쳐 먹든지.."
"에고~~!! 제발 그 말투좀 바꾸세요...나 샌님만 보면 우수워서 말도 안나와요.."
"지금은 보는 것도 아닌디 뭘 나두 허벌나게 보고 싶은께...어서볼까?"
"청주역 옆에 「스테이션」에서 뵙죠.. 몇 시까지 나오실 수 있으세요?"
"음 내가 6시에 약속이 있는데... 청주에 4시 30분까지 갈 예정이니 그때 보자구"

길이 밀리고, 먹고사는 일에 쫓겨 약속장소에 도착하니 4시45분...

"에고 미안혀라~~ 내가 사생활이 좀 많이 복잡하쟎어.... 그래서 늦었지...커커커~~"
"아이고 선생님~! 그 복잡한 사생활 아직도 정리 다 안됐어요? 히히히~~"
"크크크~~!! 그거 다 정리하면 뭔 재미로 살어~~!! 하하하~~"
"거 뭐라고 해야하나....음~~ 얼굴? 그래도 되나?? 신수? 어쨌든 많이 좋아진 거 같네요"
"음~~!! 하하하~` 내가 전에 허름했던게지.... 얼굴이 맞는 거 같다.....신수보담은..."

"음~~ 왜 얼굴이 맞느냐 하면 말야.... 얼이 들어있는 굴이 「얼굴」이걸랑
즉, 얼굴이 좋아졌다면 얼(精神)이 좋아졌다는 얘기겠지.."
"어?? 정말요? 얼굴이 그런 뜻 맞아요?"
"그래... 얼이 들어있는 굴...
눈구멍은 그 얼이 비춰주는 굴이구, 귓구멍은 남의 얼을 접수해야 하고,
콧구멍은 내 안에 있는 얼을 정리 정화하는 굴이고,
아가리는 그 얼을 남에게 전달하고 그러는 거지...."
"크크크~~ 근데 선생님 말은 들을 때는 맞는 거 같은데 좀 이상한 거 같아서...
그리고 눈깔, 아가리 이런 말 안쓰면 안돼요?? 글쿠 확실히 맞는 건가요? 하하하~"
"허~~ 참 믿거나 말거난데 나두 몰러...그냥 개발소발 지껄이는 겨...하하하하~~~"

"지금 애들이 몇 살이지?"
"내년에 학교 들어가요... 저 내년이면 학부형이구 인제 어른이예요..."
"크~~~ 염불하고 있네....어른이든 어머니든 자격이 있기나 한지 몰러...?"
"흐흐흐~~ 지가 생각해도 자격미달입니다..
안 그래야지 하면서도 맨날 좀 모자란거 같구 애들한테두 방방뜨는게
아무래도 선생님 영향이 좀 있는 거 같아요...."
"엥?? 참 지랄이네...하필 그런걸 내한테 배우냐??
그런 지랄 같은 거 내한테 배우지 말고 책이나 봐
음~~ 학부형이나 엄마가 제대로 될라믄 '루소'의 「에밀」이나 한번 읽어봐"

"그거 읽으면 어른되고 어머니 자격 돼요??"
"글쎄 그건 나두 모르지.. 읽긴 읽었어도 내두 모르니까 어쨌든 읽어봐...
대가리에 들은 게 없어서 뭘 물어봐도 새끼들 혼만 내는 거 보다 낫지 싶은데...
혹시 어른이나 어머니라는 말이 왜 어른이나 어머니가 됐는지 알기나 하간???"
"글쎄요.. 선생님 닮아 무식해서 잘 모르겠는데요???"
"내가 전에 말 안했던가?? 이래서 우리나라 교육이 문제라니까~!!
어머니가 뭔지도 모르고 어머니가 되고, 어른이 뭔지 모르고 흉내를 내니..."

(이어서 계속되는 대화로 어머니, 어른 등에 대해 어원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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