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마당/삶을 노래하며

[푼글] 아내에게(중앙일보에서....)

나무소리 2005. 1. 27. 10:24
'사랑하는 당신에게'
라고 첫머리를 써넣고는
비스듬한 그 글씨를
한참 동안 바라보았소.

당신을 그렇게 불러본 게
얼마 만의 일인지.

옆자리 동료가 볼까
팔꿈치로 가려 가며
20년 만에 써보는 러브레터.

하얀 웨딩드레스를 입은
눈부신 모습에
"내 목숨보다 당신을 아끼겠다"
다짐했었건만

지난 세월, 못난 내 탓으로
당신 눈에서 흐른 눈물이
강보다 깊게
내 마음을 흐르는구려.

전생의 원수가
부부로 만난다더니
그동안 우린 많이도 싸웠소.

살림 좀 똑바로 해라.
뭘 잘했다고
술 마시고 큰소리냐.
이렇게는 못 산다,
갈라서자.

아무 것도 아닌 일로
서로에게 상처 주고
미안하다 한마디가
왜 그리 어렵던지.

누군가 그러더군.
결혼은
30점짜리와 40점짜리가 만나
100점을 향해 가는 과정이라고.

지금 우리는 몇 점까지 왔을까.
내 집 장만 못했으니 70점?
두 아이 잘 키웠으니 90점?

부부 성적표에
100점짜리 '합격'도장을
받는 그날까지
여보,
앞으로도 잘 부탁합니다.

*** 중앙일보에서 푼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