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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후감] 만남, 은어와 보낸 하루

나무소리 2004. 12. 14. 10:18

[만남, 은어와 보낸 하루] 원재훈 시인이 쓴 서정 소설

몇년 전 그 책을 서점에서 볼 때 시인이 소설을 썼다는 특이한 점과 내가 좋아하는 정호승 시인과 안도현 시인이 추천을 한 것에 마음끌려 책을 구입하여 읽었을 때 별다른 감정없이 그냥 읽어서인지 아니면 머리의 한계 탓인지 그 책의 내용이 전혀 기억되지 않는다...

그냥 평범하고 알듯말듯한 동화같았었다는 느낌만 남았을 뿐인데 일요일 읽을 꺼리에 굶주린 난 책장에 꽂혀있던 오래 전의 책을 꺼내 다시 읽기 시작한다..

문맥이나 단어 그 어떤 것도 어렵고 알지 못할 것이 없는데도 그 깊이를 이해하는 것은 쉽지 않다.
아내와의 불편한 심기 마음때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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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평범한 잡지사의 부도로 실직이 된 사진작가의 여행으로 부터 이야기는 출발한다.
그는 실직 후 그 동안 하지 못했던 여행을 섬진강으로 떠난다..

그 곳에 도착해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고 앉았을 때
섬진강으로 부터 걸어나오는 한 여인을 만난다.
그 여인은 과거 은어였고, 실직한 사진 작가 또한 전생이 은어였음을 알려주면서, 둘은 은어였을 당시 사랑하는 사이였음을 통해 전생의 여행을 한다....

둘이서 처음 만난 것은 아주 어두운 심해에서였다.

둘은 살아남기 위해 서로 의지하며,
강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하는 것을 알게되지만
어두운 바다 밑바닥에서 길을 찾지 못해 여기저기 헤메다가
지혜의 소리를 듣게 된다...

"그 길은 누군가 안내해 줄수 없는 것으로 스스로가 찾아야 하며, 눈으로 보면서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느껴야만 찾을 수 있다"
고...

둘은 그 말을 듣고 눈을 감고, 마음으로 느끼면서 눈을 뜨고 뭔가를 찾으려 했을 때 찾지 못했던 길을 찾게 된다..
세상을 살아가는 것은 이처럼 눈으로 보면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느끼면서 살아가는 것은 아닐까??

그들이 강으로 거슬러 올라가면서 같은 것을 보고 느끼면서
서로가 그리워하며, 사랑하는 사이가 되었지만 둘은 서로 떨어져 살아야만 한다고 은어의 사회에선 규정을 했다.

그 이유를 그들은 인정할 수 없었지만 과거의 관습이 그래왔었다는 알수 없는 집단 논리에 의해 함께 살아갈 수 없이 서로 떨어져 그리워해야만 하는 슬픈 현실을 인식하고, 주인공 은어는 행복을 찾아 물줄기를 거슬러 올라가게 된다..

행복은어는 물줄기를 따라 거슬러 올라가는 도중
희망을 찾아 홀로 여행하는 은어를 만나게 동행을 하며,
희망이나 행복은 같다는 것을 공감하게 된다.

행복은어와 희망은어는 여행 중 낚시바늘에 걸려 온 몸이 상처투성이로 죽어가는 사랑은어를 만나게 된다...

행복은어와 희망은어는 죽어가는 사랑은어를 바라보며
안타까워하는데 상처입은 곳에서 흘러나가는 향기(피 냄새)로 인해 죽은 고기를 먹이로 찾아다니는 다른 고기들에게 공격을 받을 위험에 처하게 된다.

그때 한장의 꽃잎이 떨어져 사랑은어의 상처에 붙게되자
그 향기는 멈추게 되므로 인해 겨우 살아날 수 있게 되지만
두눈이 실명되면서 앞을 볼수 없게 된다...

사랑은어는 행복은어와 희망은어에게 자신을 버리고 떠날 것을 권유하지만 두 은어는 사랑은어를 양쪽에서 인도하면서 함께 여행을 하게 된다..

여행을 하는 과정에서 희망은어와 사랑은어는 서로 사랑하게되자 행복은어는 더 이상의 여행을 쉬고 안전하고 풍부한 먹거리가 있는 곳에서 서로 사랑하는 희망과 사랑은어가 편안한 삶을 살도록 권유하며, 자신이 행복과 희망이 있는 근원을 찾은 후  다시 찾아 올 것을 약속하고, 혼자서 여행을 떠난다...

강물의 근원지인 아주 작은 개울까지 거슬러 올라가 빈 낚시대를 드리운 낚시꾼을 만나면서 모든 여행을 마치게 된다..

그는 모든 여행을 마치고, 다시 자신이 살던 곳으로 돌아가는 도중 자신과 헤어진 친구들을 찾아가지만 그곳은 이미 오염돼 있었고, 고향에 찾아갔지만 자기를 알아보는 은어는 아무도 없었다.

많은 여행을 통해 이미 훌쩍 커 버린 행복은어는 모든 물고기들의 존경과 두려움의 대상이 되어 있었으며,  그것을 인식하고 이젠 물 속 세상에서의 모든 것을 버리고, 일부러 낚시꾼의 낚시에 걸려 낚시꾼에게 자신의 몸을 고기로 주면서
그의 짧은 생을 마감한다...

그리고, 행복은어는 이렇게 말을 한다..

"나도 누군가에게 처음으로 무엇인가를 베푼 것이다. 행복했다"
고......

그가 섬진강 한쪽 풀밭에서 눈을 떴을 때
반짝이며 빛나는 비늘 한장을 발견하게 된다...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여행을 통해 깨쳐가는 인생사
어쩌면 은어와 같은 삶을 살아가는 것은 아닌지...

서로 사랑하고 그리워하는 사람끼리 함께 있는 것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하지만, 함께 있을 때는 아름답고, 소중한 것을 깨닫지 못하는 사람들.

또한, 집단 논리나 어떤 알 수 없는 압력, 그 외 여러가지 여건에 의해 사랑하는 사람과 떨어져서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삶..
이 모든 것을 포함해 은어의 삶과 여행을 통해 우리의 삶, 나의 삶을 되돌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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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책을 읽고, 그 감상문이나 독후감을 쓴다는 것이 쉽지 않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각지도 않는 일 중의 하나.

늦은 시간까지 그 책을 읽고 잠자리에 들면서 머리가 복잡해지고 내 삶을 다시한번 반추한다...

은어는 그 여행 가운데서 많은 것을 보고, 듣고, 느끼면서
특히나 많은 만남을 통해 새로운 것들을 깨우치게 된다...
무엇보다
'은어의 세계나 사람의 세계나 마음으로 느껴야 하고, 행복이나 희망을 찾아가기 보다 느껴야 하는 것일꺼라'고...

새벽녘까지 잠을 이루지 못하다가 선잠이 들었다.
얼핏 잠을 깨보니 내 발이 아내의 침대 쪽으로 치우쳐있다.
다시한번 잠자리를 고치고, 잠으로 빠져든다...

평소 잠을 깰 시간 쯤 아직도 젊은 탓인지 젊음이 꿈틀하며, 살아 있음을 느낀다...

거실에 나가 신문을 뒤적이며,
오늘 하루 인생의 여행을 생각해본다....

2004. 1.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