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마당/삶을 노래하며

수리야~! 사랑해!!(아들과의 첫 통화)

나무소리 2006. 7. 21. 10:23

2006. 7. 17일 제헌절.

3일 연휴가 폭우로 인해 죽어버렸다.


군에서 비 오는 날은 공치는 날이라고 했던가?

강원도 지역의 폭우로 많은 수해가 매스컴을 들썩하게 하지만

그나마 다행스런 것은 수리가 있는 철원지역의 경우

닭 잡아먹은 개처럼 조용한 걸 보니 별일이 없는거겠지.


한주에 4-5번의 편지를 보냈으니

못해도 10여 통이 넘는 편지를 보냈건만

답장은 달랑 한 통.

그 한통의 편지를 열 번도 넘게 읽어 구멍이 날 지경.


힘들고 어렵겠지만 간단하게라도 편지 좀 해주면 좋으련만......

'훈련받으랴, 남들 눈치 보랴,

오죽하면 편지도 못할까?' 하면서도 조금은 야속하다.


꿀꿀한 날씨에 집에 있기 답답해

같은 산악회 신대장이 운영하는 [산과 사람들]에서 

점심으로 만두국과 칼국수를 먹고,

허름한 솜씨나마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는데

바짓 속에 있던 전화기가 부르르 떤다.


배꼽아래는 흔들면 문제되는데...... 쩝~~


시간 오후 4:17분

발신자 033-452-9769

전혀 알지 못하는 전화번호지만 일단 받아보자.


"여보세요??

아버지~! 저 수리예요.."

들려오는 전화목소리에는 눈물이 잔뜩 젖어있다.


"수신자부담 전화입니다.

받으시려면 숫자버튼을 눌러주시기 바랍니다."


아무런 감정이 들어있지 않은 무덤덤한 목소리가

야속하게도 아들의 목소리를 막아버리는데

놀라고 조급한 마음과 더불어 당황한 나머지

전화기 버튼이 눌러지질 않아 더듬적거리는데

광복이 형이 대신 전화기 버튼을 눌러준다.


"아버지~! 저.... 수리예요"

울컥 토해내는 눈물 섞인 목소리엔 반가움과 함께

그리움과 한달여의 힘겨움이 죽죽 쏟아지니

차마 전화를 받을 수 없어 집식구를 불렀다.


"어???.....잠깐 기다려라. 엄마 바꿔 줄께"


"수리엄마~! 수리여, 전화 받어"

얼른 넘겨주고 목이 메어 말이 나오질 않고,

목구멍이 후끈 달아오르며, 눈자위가 울컥한다.


무슨 말인지 몰라도 제 엄마와 몇 마디 통화를 하는데

내 귀엔 아무소리도 들리지 않고,

혼비백산 정신이 없는데 다시 내게 전화기는 돌아온다.


"그래, 힘들지? 건강하냐?"

"네, 괜챦..ㅠㅠ...아요....ㅠㅠㅠㅠ  하늘이ㅠㅠㅠ 는요???"

"..으....음~, 학교에......갔지..ㅜㅜㅜㅜㅜㅜ"

"..할머니...는요???"

"(~꿀꺽~) 어..., 건강하시다.. 큰아버지 집에.... 잠깐 가셨고~~ㅜㅜㅜㅜㅜ

이번 주면 훈련이.... 끝나는구나.

면회가 되면 가겠는데 면회가 안되는 거 같더라.

면회가 안되면 자대 배치받고 두주쯤 지나서 면회갈께"

"......네(울먹울먹)...ㅠㅠㅠㅠ 아버지 저 포병으로 떨어졌어요.

관측반이라는 거 같기도 하고, 사격지휘소라는 거 같기도하고......"

"음~~!! 잘 됐다.. 보병보다 훨씬 편하지.

오늘, 아니 어제 교회는 갔었니???"

"네...ㅠㅠㅠㅠ"

"힘들 때마다 기도해라. 건강조심하고......"


뒤에서 조교인지 동료인지 누군가 전화를 끊으라는 소리가 들린다.

".......(울먹울먹) 아버지 저 끊어야 해요."

"그래,,,,,, 힘들 때마다 기도하고....ㅠㅠㅠㅠ"

결국 눈물 젖은 목소리가 서로 간에 겨우 밀려나온다.


전체 통화시간은 4분15초.

전화를 끊고 나니 정작 할말은 한마디도 못한 기분이다.


잠시 후 제 엄마가 말한다.

수리가 부대에서 드럼을 쳐서 잘했다고 상점을 받아

전화할 기회가 주어져 전화를 하게 되었고,

몸무게가 10키로가 빠졌다고 했단다.


아~~!!

감사한다.

하나님께 감사한다.


저녁시간 집으로 돌아오며,

고3인 작은 놈 하늘이를 학교에서 데리고 오는 길에

수리한테서 전화왔었다는 이야기를 하고,

집으로 돌아와 어머님께도 말씀을 드렸다.


"사방거리(나 군생활하던 곳)는 엄청 춥던데 지금은 괜챦것지?"

"네, 잘있대요..."

하루의 나머지 시간을 수리 생각과 이야기로 시간을 보낸다.


밤 늦도록 비는 그칠 줄 모른다.

군에 간 가족을 생각하는 우리 가족의 마음을 위로라도 하듯......


2006.  7.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