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마당/시인의 마을

[신동엽] 껍데기는 가라

나무소리 2006. 4. 21. 11:34

껍데기는 가라     

 

                         신동엽(申東曄)


 

껍데기는 가라.
사월(四月)도 알맹이만 남고
껍데기는 가라.

껍데기는 가라.
동학년(東學年) 곰나루의, 그 아우성만 살고
껍데기는 가라.

그리하여, 다시
껍데기는 가라.
이 곳에선, 두 가슴과 그 곳까지 내논
아사달 아사녀가
중립(中立)의 초례청 앞에 서서
부끄럼 빛내며
맞절할지니

껍데기는 가라.
한라에서 백두까지
향그러운 흙 가슴만 남고.
그, 모오든 쇠붙이는 가라.  

              
         출전 : <52인 시집>1967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