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마당/시인의 마을

[성래운낭송]진달래 산천(신동엽)

나무소리 2006. 4. 21. 11:02

   진달래 산천

 

                  - 신 동 엽 -

 

길가엔 진달래 몇 뿌리
꽃 펴 있고,
바위 모서리엔
이름 모를 나비 하나
머물고 있어요.


잔디밭엔 장총을 버려 던진 채
당신은
잠이 들었죠.


햇빛 맑은 그 옛날
후고구렷적 장수들이
의형제를 묻던,
거기가 바로
그 바위라 하더군요.


기다림에 지친 사람들은
산으로 갔어요.
뼛섬은 썩어 꽃죽 널리도록.


남햇가,
두고 온 마을에선
언제인가, 눈먼 식구들이
굶고 있다고 담배를 말으며
당신은 쓸쓸히 웃었지요.


지까다비 속에 든 누군가의
발목을
과수원 모래밭에선 보고 왔어요.


꽃 살이 튀는 산 허리를 무너
온종일
탄환을 퍼부었지요.


길가엔 진달래 몇 뿌리
꽃 펴 있고,
바위 그늘 밑엔
얼굴 고운 사람 하나
서늘히 잠들어 있었어요.


꽃다운 산골 비행기가
지나다
기관포 쏟아 놓고 가 버리더군요.


기다림에 지친 사람들은
산으로 갔어요.
그리움은 회올려
하늘에 불 붙도록.
뼛섬은 썩어
꽃죽 널리도록.


바람 따신 그 옛날
후고구렷적 장수들이
의형제를 묻던
거기가 바로
그 바위라 하더군요.


잔디밭엔 담배갑 버려 던진 채
당신은 피
흘리고 있었어요.

2. 진달래 산천 (신동엽).mp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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