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 : 2016. 1. 30
산행지 : 지리산 큰고리봉, 만복대
산행코스 : 고기리 - 큰고리봉 - 정령치 - 만복대 -묘봉치 - 위안리
들뜬 마음으로 산행신청을 했건만 이미 좌석은 꽉 찬 상태로 대기 몇 번인지 갈 희망은 없다.
기회가 되면 다른 산악회 찾아봐야지 하는데 좌석이 났다는 연락이 더 없이 반갑다.
낯 익은 얼굴들과 눈 인사를 나누고 악수를 나누는 체육관 앞의 풍경은 산보다 사람이다.
고기리에서 큰고리봉으로 오르는 조금은 지루한 길.
허나 그리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는 것은 고리봉에서 맛 볼 또 다른 세계때문이겠지.
고리봉 정상에 서는 순간 눈 앞에 펼쳐진 새로운 세계와 와락 나를 껴안는 찬 바람.
그래 모처럼 찾아도 이리 반겨주니 고마워~~~
착 착 감기는 바람과 함께 온 몸으로 나를 반기는 상고대.
달각 달각, 사각 사각, 툭탁 툭탁, 쨍강 쨍강.
그 어떤 의성어로도 표현할 수 없는 상고대의 정겨운 소리.
눈을 감고 찬바람을 맞으며, 조용한 겨울의 소리를 듣는다.
같은 음악을 들으면서도 사람들은 각기 다른 느낌을 갖는다.
같은 음식을 먹으면서도 각기 다른 맛을 느끼고,
같은 자연을 보면서도 각기 다른 생각을 하는게 사람이다.
하지만, 오늘 산행을 함께 하는 이들은 다른 생각, 다른 느낌, 다른 맛이 있을리 없다.
모두가 아름답다는 그 느낌 하나로 의견일치가 되지 않을까?
지옥이 이만큼만 아름답다면 지옥도 갈만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살아가는 게 만만찮지만 이러한 자연의 경이로움이 있기에 살만한 세상일거야.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는 말을 만들어 낸 사람이 이런 풍경을 본 건 아녔을까?
고리봉 정상을 약 400미터쯤 앞 둔 능선에서 얼음꽃을 피우기 위해 안개를 온 몸으로 맞아들이는 소나무
상고대, 눈 꽃, 그 어느 것이 아니어도 카메라 렌즈를 받기에 부족함 없이 충분이 아름다운데.....
너도 사람만큼 욕심이 많은 건 아니겠지??
고리봉 정상에 서니 지척의 분간만 가능할 뿐 보이는 조망은 없고 세걸산으로 향하는 길은 러셀도 돼 있지 않다.
조금은 거만하리만큼 각이 진 표지목이 팔을 쭉쭉 펴면서 방향을 알려주고 있다.
추운데 팔 벌리고 서있기 피곤하겠다.
'고마워~~!!!'
자연이 만든 모든 것은 다 곡선인데 넌 역시 인간이 만들었구나.
날을 세우고, 각을 세우고....
좀 더 부드러웠으면 좋겠는데.....
그래도 고마워~~~
참 가녀리다. 그러기에 더 아름답다.
바람만 불어도 꺾일 것 같은 약한 존재이면서도 굳세게 버티는 너.
혼자서 버티기 힘드니 서로 기대면서도 쓰러지지 않는 자연의 힘
참 대견하다고, 아름답다.
온 몸으로 눈과 안개를 맞으며, 숨을 죽이고 있구나.
'춥지? 그래도 묵묵히 버티면서 조금 있으면 싹을 틔울꺼지? 기대한다.'
살각 살각 소리난다.
'겨울은 흑백인 줄 알았어...
미안해, 고정관념에 갇힌 내가 네게 괜히 미안해~!!'
가늘고 여린 가지라고만 생각했는데 대견스럽다.
그 무거운 얼음을 온몸으로 껴입고도 살아는 근육을 드러내는 너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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