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 이야기
이광석
남을 미뤄내고 피는 꽃도 있지만
제 노동으로 피는 꽃도 있습니다
남의 텃밭을 넘보기보다는
제 힘으로 피는 꽃도 있습니다
크고 화사한 꽃들이 침묵을할 때
작아도 할말 다 하는
당찬 꽃도 있습니다
봄은 꽃들이 제 생각대로 제 목소리를 내는
감성의 계절입니다
밟히면서 아파하면서 이 땅의 토박이를
고집하는 당신의 상처가 지켜낸 꽃
크고 화사한 어떤 꽃도 그려낼 수 없는
야성野性의 생명력 하나로
세상의 아침 밥상을 차리는
눈꽃, 혹은 조선의 여인 같은
억세고 질긴 다부진 꽃,
당신의 이름은 들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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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의 앞 부분이 너무 좋다.
전문이 좋아야 하는데 왜 앞 부분만 유독 좋을까?
남의 텃밭을 넘보기보다
그냥 자신이 있는 곳에서 누구의 도움도 없이
바라봐주거나 관심 가져주는 이 없어도
제 힘으로 피는......
헌데 왜 조선의 여인같은 억세고 질긴 꽃이라했을까?
일제 시대에 태어난 작가의 눈에 비친 모습?
아마 그럴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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