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밤 꿈 자리가 몹시 뒤숭숭해
아침 일찍 어머니 방문을 여니 촛점 없는 눈으로 바라보신다.
불과 열흘 전까지만 해도 뭐라도 좀 드시더니
이제 아무것도 드시지 않고, 먹고 싶지 않다고 한다.
나같은 자식을 낳아 효도한번 받아보지 못하시고,
91년의 삶에 아픔과 상처와 고독 뿐...
세상 사는 게 이런게 아닐까?
가시기 전이라도 다만 몇 일이라도 효도할 기회를 주시면 좋으련만......
병원에서 약을 처방 받고,
호박죽, 소고기죽, 송이죽을 놓고 고민을 한다.
고기를 좋아하시니 소고기 죽이 어머니 입에 맞지싶다.
혹시 죽도 안드시고 못드신다면 황도 국물이라도 드리지 싶어
황도를 한 캔 사고 뭘 사야할지 모르니 막막하다.
소고기 죽을 조금 잡수신다.
한 숟가락씩 떠먹이는데 받아 드시는 모습이 얼마나 이쁜지.
소변기를 찾기에 그냥 기저귀를 사용하시라해도 거절하신다.
내 손으로 소변을 받아 낸 적이 병원 계실때 말고는 없다는 생각을 해본다.
어지간한 불효자구나..
자꾸 눈물이 흐른다.
큰 녀석 수리에게 문자를 한다.
"수리야 할머니가 얼마 남지 않으신거 같으니
아침 저녁 빼먹지 말고 꼭 할머니 방에 들러라."라고......
내일은 형님 누님들한테 다녀가시라고 해야겠다.
그날이 언제일지 모르니.......
아흔 한 해가 결코 짧은 시간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그렇게 긴 삶도 아닌데
어쩜 그리 험하고 힘겨운 삶을 사셨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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