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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택주] 가슴이 부르는 만남

나무소리 2013. 2. 20. 14:51

  살면서 가장 소중한 게 만남이지 싶다.

처음 태어나서의 부모님과 만남을 비롯해 스승, 친구, 이웃, 직장 동료 등

그 만나는 사람에 따라 생각과 행동, 습관이 바뀌면서 그 인생이 바뀌고,

더 크게는 가정, 사회, 국가 등 엄청난 변화를 일으키게 된다.

 

  이 책은 법정스님을 만난 18명과의 인터뷰를 통해 

법정스님의 삶의 자취와 함께 그는 어떠했는지,

그를 만남으로 어떻게 변화되었는지 등을 작가의 인터뷰를 통해

법정스님의 삶과 사상, 구도자의 삶과 생각들을 잘 나타내고 있다.

 

  첫째마디에는 세상을 벼리는 사람들이라는 큰 주제로 다섯 사람으로

세상을 행복하게 만들려면 내가 먼저 행복해져야하고,

행복한 에너지를 가진 사람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세상이 충분히 맑아질 수 있다는 김선우 시인.

  다산 정약용의 삶과 법정스님의 삶은 같다고 생각한다는 다산연구가 박석무님.

  우리 문화의 발원이 중국이 아닌 게 없지만 같은 것은 하나도 없고 우리 문화는 결코 소실되지 않는다는 최완수 간송미술관장.

  성철스님이나 법정스님은 연꽃 같은 삶보다는 난초같은 삶을 사셨다고 말하는 도법스님.

  아이들이 몸을 놀려 제 앞가림을 하도록 만드는 일이 참교육으로 사람과 생태계는 목숨을 나누는 사이라며

농사꾼이 된 철학자 윤구병님의 글이 실려 있다.

 

  둘째마디는 종교를 떠나 법정스님과 함께 수행하는 수행자들로

미국을 떠나는 길에 법정스님께서「신채호 전집」을 주시며,

스님께서 “어머니가 문둥이여도 버려서는 안 되듯이, 내 나라가 아무리 썩고 잘못됐다 하더라도 잊어서는 안 된다.”는 말과

스님 밥그릇 밑에 고기를 넣어주었어도 누굴 탓하지 않고, 가만히 다른 사람 밥그릇에 올려놓은 것을 기억하는 지묵스님.

 “사람이 아프게 되면 그 사람만 아픈 게 아니라 그를 아는 모든 사람이 친분 농도만큼 같이 앓게 된다.”말에 감동을 했고, 스님과 수없이 편지를 주고 받으며, 마치 연인처럼 같은 문인처럼 나눔을 가졌던 이해인 수녀.

 주목받지 않는 삶이 종교인의 삶인데 스타목사가 아닌 거름 목사, 꽃이기보다는 거름이 되는 삶이 귀한 삶이라며,

법정스님은 ' 세상의 벽이 아닌 문이었다.'는 임의진 목사.

 석가모니 부처님은 승가라는 차별없는 공동체 모델을 만들었듯이

출가자만을 위한 수행공동체가 아닌 모든 사람이 함께할 수 있는 수행공동체를 만들고 싶다는 금강스님.

  아픔은 치유 대상이지 극복 대상이 아니다. 나를 더 힘들게 하는 것은 아픈 마음에 대한 저항이고,

사람은 존재하는 자체만으로도 사랑받을 만하다며 멈춰서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의 저자인 혜민스님.

 

  셋째마디는 자신의 길을 말없이 걸어가는 평범한 사람들의 인터뷰로

 "자녀를 교육하겠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아이들이 제 스스로 크지 부모가 키울 수 없는 존재로 어른들은 아이들이 크는 걸 도울 뿐이라며, 학교교육만이 교육이라고 여기는 데서 벗어나야 한다."는 진정한 교육자 김종서 박사.

 스님 책에 그림을 그려드리기로 해서 그려놓고도 억지를 부려 그림을 책에 싣지도 못하고 그 뒤 만나 뵙지 못하고 돌아가시게 한게 마음 아프다는 판화가 이철수님.

 “나무를 베어내야 할 사정이 생기면 나무에게 베어야 하는 사정을 말하고 용서를 빌고 나서 베라.”는 말씀을 기억하며,

배추 속은 파란 벌레가, 겉잎은 달팽이가 먹는데 조금만 먹으면 잡지 않고 그냥 둔다는 청매실농원 대표 홍쌍리 선생.

 “지식인의 눈은 굴절되어 순수하지 못하고, 세상이 무지렁이라고 일컫는 이들이 외려 더 순수하다.”며

낮아지면 세상이 더 잘 보인다는 소설가 문순태님.

 

  넷째 마디에서는 낮은 자세로 남들을 섬기면서 평범하게 사는 사람들의 삶으로

  절 이곳저곳으로 기도만 다니는 걸 보고 기도 그만 다니고, 자식 잘 돌보고, 남편 공양 잘해야한다는 말을 들으면서도

스님의 뒷바라지를 먼저했던 배차년님.

  부모와 자식이 갈등을 할 때 언제나 자식 손을 들어줬다고 기억하는 나석정님.

  장애인들 몫까지 누리는 우리가 더 잘 살아야한다며,

시각장애인과 지체장애인들을 돕는 봉사활동을 자신의 삶보다 우선하는 정태호 거사.

  제자들에게 “그림이 싫어지면 하지마라. 웬만큼 하려거든 하지 말라.”는 가르침과

화려함보다는 단순함을 좋아했다는 법정스님을 기억하는 탱화를 그리는 불화가 김의식님.

 

  그 외 법정스님의 진정한 적자라고 할 수 있는 ‘맑고 향기롭게’라는 화두를 ‘마음, 세상, 자연’으로 풀어낸 윤청광 선생이나

큰 위기가 닥쳐 힘들 때 법정스님을 찾아갔을 때

“오른쪽 가지에 달린 나뭇잎이 왼쪽가지에 달린 잎을 움직이려면 간곡한 마음으로 정성껏 기도해야한다.

그러면 간절함이 뿌리에 전해져 어머니 뿌리가 왼쪽 잎을 움직인다.

무슨 일이든지 마음을 다해 기도하는 마음으로 간절히 하면 반드시 이룬다”는 말을 기억하는 원경선생의 글은

끝맺음에 가까운 말로 두어 쪽 싣고 있으며,

‘맑고 향기롭게’ 운영지침이나 법리를 만든 김유후님,

모든 사람이 도를 통하는 것만이 능사로 생각하는데

법정스님은 ‘지금 이순간이 목적지’임을 일깨워주었음을 기억하는 도현 스님의 글은 한사코 거절해 싣지 못했다고 한다.

 

  이 책을 통해 법정스님의 삶을 다시 한번 들여다보는 계기가 됐지만

무엇보다 그 동안 알지 못했지만 진정한 구도자인

윤구병, 임의진, 김종서, 홍쌍리, 문순태님 같은 고귀한 분들의 맑은 정신과 삶을

아주 조금이나마 들여다 볼 수 있어 얼마나 좋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