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6년 8월쯤부터 지금까지 만 26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내 생활의 일거수일투족을 알고 있고,
우리 가족 역사의 증거물인 우리 집....
당시만 해도 꽤 좋았던 집이었고,
아파트와는 비교할 수 없는 고가의 집이었는데
이젠 너무 늙어버린데다 편리성에 의한 현대의 주거환경을 따라가지 못하다보니
아무도 정을 주거나 안타까와하지 않는
누구에게도 외면당하고 버림받는 현대의 늙은이 같은 집이 돼 버렸다.
이제 너무 지겹고 답답해 제발 이 집을 떠나고 싶다는 아내.
'그럴만도 하지.....'
팔기는 아깝고, 일단 전세를 놓고
밝고 환한 새로운 집으로 이사하고 싶다는 열망에
그리 멀지않은 곳에 세을 얻었다는데......
새로 얻었다는 집을 찾아가는 길에 집근처로 갈수록 마음이 착잡하다.
길 한 옆에 송곳하나 꼽기도 어려울 정도로 빽빽히 주차돼 있는 길을 따라
좁은 골목길을 조심스레 들어가 미노타우르스의 미궁같은 길을 돌아
주차 공간하나 얻기조차 힘든 곳에
본래 어떤 페이트의 색이 칠해졌는지도 알아볼 수 없는 허름한 이층집.
아마도 지어진 몇 십년동안 한번도 페인트 칠을 하지 않은게 한눈에 보이고,
집안에 들어서니 거실, 주방, 안방 한 것없이 어 느 한곳도 깨지지 않은 곳이 없어
시멘트를 사다 새로 발라야 장판이고 도배를 할 수 있는 집.
대체 이 집 주인은 왜 집을 이렇게 관리했을까 싶다.
넓직한 주차공간에 바로 집 옆엔 공원 있고,
5분 거리에 청주시내 어디든 갈 수 있는 편리한 교통.과 시장도 가깝고,
고속도로, 역이 10분 이내 거리에 있어 어디든 접근성이 좋고
시장도 가깝고 지대도 높아 청주시가 한 눈에 보이는 내 집을 두고
왜 하필이면 이런 집을 얻었을까?
주거환경의 문제가 아니구나.
일단 수십년 동안 정체돼 있던 삶을 떠나고 싶어하는거겠지?
뭔지 모르게 잘 풀리지 않는 현실을 탈피하고 싶은게 아닐까?
좋고 나쁨, 편리함과 불편함, 미와 추가 문제가 아니라,
일단은 어디든 무조건 떠나고 보자는 그런 생각이겠지.
아마 그럴게다.
이유도 목적도 없이 그냥 현실을 탈피하고 싶은
나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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