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마당/공연관람후기

[연극] 콘트라 베이스

나무소리 2011. 2. 16. 14:31

제  목 : 콘트라베이스

관람일 : 2011.  2.  15.  19:30

공연장 : 시어터 제이(청주)

연  출 : 김영갑     주연 : 신주향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작품을 이해하긴 쉽지 않다.

그의 작품에 이해가 어려운 점은 차치하고, 

읽을 때마다 '왜 이 글을 썼을까?'라는 생각이 나로썬 가장 어려웠다.

 

 문학에 문외한으로 그의 작품을 거의 다 읽어봤지만

아직도 확실하게 어떻다고 나름대로 개념을 정립하지 못했지만

정체성이나 존재성 없이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편집증적 경향과

그 속에서 자기를 찾기 위해 몸부림치는 현대인의 모습을 통해

인간의 존재감을 나타내기 위한 것은 아닌지 조심스레 생각해본다.


 [향수]의 경우 주인공 그르누이는 추레한 몰골로 비참하게 태어나

누구에게도 주목받지 못하지만 남다른 후각으로 향수를 개발하게 되고

그 향수에 집착해 25명의 여자를 살해하면서 체취를 채취해

향수를 개발하지만 결국 그 향수 때문에 찢겨죽게 된다는 소설로

이 소설을 덮으면서 난 어떤 향기를 가진 사람일까를 생각했었다.


 내 몸에선 육체적으로는 내 자신의 냄새보다

유명메이커의 스킨과 로션에 젖어 버린 개성이 없는 대중적인 향내와

내면에선 현대인들이 추구하는 물질적인 돈 냄새만 풀풀 나는 건 아닌지도 생각했다.


 [좀머씨 이야기]에서 주인공 좀머는 이웃과의 대화나 소통이 없이

매일 어딘가로 부지런히 이유도 없이 돌아다니는 것을 볼 때

현대인들의 고독감과 단절감을 드러내는 게 아닌가 싶다.

나 또한 정해진 틀 속에서 직장과 가정을 오가면서 아무 생각없이

아니 생각할 틈도 없이 그냥 무의식적인 반사행동으로 살아가는 건 아닌지...


 작가의 정신세계가 그렇든 [콘트라베이스] 역시 그런 작품이다.

독일의 공무원인 국립오케스트라 단원인 주인공은 콘트라베이스를 연주한다.

악기의 특성상 오케스트라에서 음색이 두드러지지 않다보니

누구에게도 크게 주목을 받지 못한 그는 세라라는 메조소프라노 가수를 사랑하게 된다.


 사랑하지만 자신을 한번도 바라봐주지 않는 세라를 원망하기보다는

공무원이면서도 음악을 충분히 이해하고 사랑하는 자신이지만

콘트라베이스라는 악기로 인해 자신이 드러나지 않는다고 생각하면서

악기를 증오하게 되고, 점점 분노의 감정마저 갖게 된다.


 결국 사랑하는 사람에게 단한번이라도 눈에 띔으로 존재감을 드러나길 희망하며

수상과 정부각료들을 위한 음악회에서 연주 도중 뛰쳐나와

“세라”를 외치면서 자신의 존재를 알림으로 사랑을 얻게 될지 모른다는 생각과 함께

오케스트라 단원에서 파면이 되거나 혹시라도 경호원의 총에 맞아 죽게 되더라도

사랑하는 여인이 자신을 기억하게 될 것이라는 엉뚱한 발상을 하게 된다.


 결국 그는 그렇게 할 것인가, 하지 못할 것인가는 독자들 관객들의 몫이다.


 작품은 그렇고 오늘 연극은 어땠는가?


 연기자가 눈물겹도록 노력했을 거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작품을 소화해내는 연기력이 많이 부족했다는 생각이 든다.

열정은 넘친 나머지 빠른 말투에 정확하지 않은 발음으로 대사전달에 문제점과

감동이나 긴장을 주는 연극의 강약 조절인 하이라이트에 구분이 안되고

처음부터 끝까지 평범하게 이어지는 연기가 음악에 묻혔다는 생각이다.


 무대장치의 적당한 변화나 조명의 변화가 없다보니

관객으로 다음 장면의 기대감보다는 조금은 지루한 감이 있었고,

작품을 읽어본 사람이 아니면 내용의 이해도 쉽지 않았으리.


 배경음악에서도 조금은 이해가 가질 않았다.

사라 브라이트만의 [넬라 판타지아]가 듣기는 좋을지 몰라도

콘트라베이스에서 [넬라 판타지아]는 너무 구색이 맞질 않고,

차라리 슈베르트의 [숭어]나 헨델의 [울게 하소서] 였다면

최소한 장중한 첼로 음으로 전체의 분위기에 맞지 않았을까 싶다.


 작가의 뛰어난 작품에 배우의 피나는 노력이 있었겠지만

초회 공연을 본 탓인지 많은 아쉬움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