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염쟁이 유씨
배 우 : 유순웅님
공연일 : 2009. 3. 8. 17:00
공연장 : 청주 시민회관
같은 연극을 같은 배우가 공연하는 것을 몇 차례 보기는 쉽지 않지만
[목탁구멍] [돼지와 오토바이]를 포함해 이 작품은 공연 때마다 찾게 된다.
무대장치는 어느 곳이든 마찬가지이고, 복장 또한 늘 그렇다.
처음 “마하반야 바라밀다....”의 핸드폰을 끄도록 유도하는 것부터
관객을 빨아들이는 배우의 표정과 목소리는 뛰어나다고 할 수 있다.
“죽은 사람이 무섭긴 뭐가 무서워. 산사람이 무섭지.
죽은 사람이 사기치고, 사람 해꼬지 하는 법은 없응께...“라는 말에서
요즘 세상이 얼마나 각박하고, 믿음이 없는 세상인지를 인식시키면서
관객 중에 한사람을 기자로 끌어 들여 관객과 호흡하도록 한다.
모노드라마에서 가장 힘든 게 아마도 관객의 반응을 몸으로 느끼고
함께 호흡을 해야 하는 것이 큰 부담일 텐데 시체를 시상판에 옮기는 것부터
무리없이 관객 중 한사람에게 배역을 맡겨 흥미를 유도하는
배우 유순웅님의 개성있는 목소리와 외모는 그 연기력에서 더욱 빛난다.
사람들이 죽어가는 모습 속에서
“내 나라에서 미군 장갑차에 깔려 죽고, 원조교제하다 쪽팔려 죽고....”등
이런 죽어가는 모습 속에서 박장대소하며 웃겨 놓고는
“한 사람의 음식 솜씨는 상차림에서 보여 지지만 사람의 됨됨이는 설거지에
있는 법이고, 뒷모습이 깔끔해야 하는 것이여.“라는 말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강하게 표현한다.
수시부터 시작을 한다는 장례절차를 설명하면서
전라도 땅에서 죽었던 한 사람이 살아나 살았던 일가족이 죽은 얘기며,
잘나가는 조폭의 죽음 뒤에 대해 코믹한 연기로 흥미를 이끌면서
“세상에서 죽는 거만큼 확실하게 정해진 게 없는건데
과장, 부장, 사장, 회장이 되면 뭐할껴 결국 다 송장으로 끝나는 인생인 걸..“
하는 말 속에서 죽음 앞에 누구나 평등함을 피력한다.
칠성판에 옮기고, 사자밥을 놓으면서 뇌물에 대해 권력자들에게 일침을 가한다.
수시부터 수의를 갈아입히고 관에 넣을 때까지를 염이라고 하는데
상주의 예가 있고, 문상객의 예가 있는데 자기 방식대로 슬퍼하면 된다고 한다.
곡을 하는 것에서 관객들 모두가 함께 화음을 맞춰 곡을 하라는 것에서
관객이 헛웃음을 터뜨리는데 학교에서 배우는 것만 배우는 게 아니란다.
상조회를 빙자한 장사치가 등장을 하면서 사람의 죽음을 사업으로 이용하는
현실의 상조회에 대해 코믹하게 한번더 일침을 가한다.
시인 천상병님의 시 [귀천]을 가수 이동원님의 목소리로 들려줌으로
인간의 죽음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하게 되면서 아버지로부터
염쟁이를 물려받게 된 경위를 이야기하며 아버지로부터
“좋은 삶은 좋은 죽음으로 마무리된다.”고 들은 교훈을 말한다.
이번(09년) 연극에서 지난(작년 10월) 공연 때와 달라진 부분이 있다.
지난 10월에는 잡지사 기자로 한 사람이 등장해
염쟁이가 된 이유를 취재하는 과정이 코믹하게 들어가 있는데
이번 연극에서 이 부분을 완전히 빼게 됐는데
의도적이었는지, 아니면 실수였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나름대로 내 느낌에는 뺀 부분이 훨씬 좋았다고 생각된다.
사람은 누구나 한번은 죽는데 땅에 묻히고,
살아있는 사람의 가슴에 남아있지 못하면 그게 진짜 죽는 것이고,
남아있는 사람도 한사람의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가 중요하다고 한다.
옛날에 회갑이 지나면 어른들이 수의를 준비하고 관을 준비했는데
죽음을 준비한다는 것은 남은 생을 좀 더 보람있고 의미있게 살겠다는
하나의 표현으로 기뻐할 일은 아니지만 결코 나무라서도 안된다고 한다.
재산상속을 놓고 큰아들 부부와 작은아들과 딸의 반응을
관객을 무대 위로 올려 폭소를 자아내게 만드는 것 또한
너무 재미있기도 하고, 아버지의 죽음 앞에서 재산에 눈독들이고,
심지어 부의금까지 놓고 다투는 현세를
“죽은 사람 썩는 냄새보다 더 구역질나는게 산사람 썩는 냄새여.
자기 몸 썩는 줄 모르고 돌아다니는 시체들.“이라고 적나라하게 꼬집는다.
마지막 클라이막스에서 높은데서 떨어져 죽으려는 자식을 보면서
아버지로써의 절규는 보는 이의 가슴을 안타깝게 하지만
결국 자식이 죽음으로 돌아와 마지막으로 자식의 시체를 염해 놓은 모습을 보며
죽은 자식에게 혼잣말로 중얼거린다.
“죽는다는 것은 생명이 끝나는 거지 인연이 끝나는 게 아냐.
부끄럽지 않은 죽음. 그런 죽음은 그런 삶에서 비롯되는 게 아니것어.
죽음이 있으니 사는 게 소중하고 귀한 거 아니것어.
하루를 잘 살면 그날 잠자리가 편하지? 살고 죽는 것도 마찬가지여“
“공든 탑도 언젠가는 무너지게 마련이지만 끝내 허물어지지 않는건
그 탑을 쌓으며 바친 정성이여. 산다는 건 누군가에게 정성을 쏟는거지.
죽은 사람을 위해 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산사람을 위해 흘리는 눈물이 더 소중해“
그러면서 마지막으로 가슴에 남는 말을 쓸쓸히 마치면서 막이 내린다.
“죽는 거 무서워들 말어. 잘 사는게 더 어렵고 힘들어.”
다음에 이 연극을 볼 기회가 다시 온다면 난 또 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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