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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후기] 그것은 목탁구멍속의 작은 어둠이었습니다.

나무소리 2007. 3. 30. 14:53

비가 몹시 퍼붓던 날.....

갑자기 연극이 보고싶어졌다.

지방이라는 한계에 부딪혀 어딜 가야할지...ㅠㅠㅠㅠ

 

신문을 보고 전화를 해서

어렵게 시리 극단 청사의 위치를 물어 찾아갔다.

 

[그것은 목탁 구멍속의 작은 어둠이었습니다]

등장인물 7명에 관객 7명...

 

휴~~!!! 얼굴이 후끈.

관객이 너무 적어 내가 괜히 민망......

 

서울에서 보던 소극장의 규모와는 전혀 다른 지방극단

'우쒸~~!! 그래도 너무 초라하쟎아~~~!!'

 

조명은 꺼지고 썰렁한 좌석에 연극은 시작됐는데

내용? 흥미? 이건 모르고 7명의 관객을 놓고 하는 열정적인 연기.

일단 여기에 감동을 먹으면서 빠져드는데

어느 듯 나는 스스로 도법스님이 된다.

 

잠시 후

난 원주스님이 되고 망령이 되고,

탄성스님이 되기도 한다.

 

방장스님의 정말 달관한 모습의 연기속에서

난 이미 관객이 아닌 주인공이었다.

 

탄성스님역의 문길곤님 참 오랫만에 뵈었는데

10년 전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연기력에 놀랐고,

방장스님 역의 길창규님도 정말 많이 변했는데

표정에서 모든 삶을 달관한 듯한 연기력에 사람 뻑~~가게 만든다..

 

도법스님역의 서홍원님은 연기력도 훌륭해 감탄을 먹었지만

10년전이나 지금이나 조금도 변함없는 모습이

늙지 않는 비결이 어디에 있는지 배워야겠는데......

 

어쨌든

연극에서 전하는 메시지가 아주 강렬했지만

무엇보다 7명 밖에 되지 않는 적은 관객에게

열정적인 연기로 사람을 빠져들게 하는 모습이 눈물겹다

 

난 행복하다.

아마 한동안 무지 무지 허벌나게 행복할 것이다.

 

화요일쯤에

아들녀석의 손목을 끌고 다시 한번 가야겠다....

 

이날의 감동을 다시한번 느끼게......

 

2007. 3.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