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로 출,퇴근 10년..
매일 같은 시간, 같은 기차에서 출,퇴근하며 만나는 수많은 사람들.
출근 시간 나는 늘 4호차를 타고,
퇴근시간이면 늘 1호차를 탄다.
아무런 이유가 없이 처음 그렇게 했었고,
특별히 변화를 싫어하는 나로썬 그렇게 길이 들었기 때문이리.....
기차에 오르면 조용히 차창 밖을 통해 계절 감각을 느끼고,
출근 시간 아침 안개를 만끽하기도 하고,
퇴근하면서는 조금은 멍한 채 저녁 노을 빛깔에 취해
본드마신 자세로 몽롱하니 행복한 여행을 하면서
아주 가끔은 시집을 뒤적이거나 책 몇 쪽 읽기도 한다.
매일 만나는 낯익은 얼굴들이 많지만 낯을 가리는 나로써
누군가에게 먼저 말을 건네본 일이 한번도 없고,
그냥 사람들의 차림새나 기차를 타고나서의 행동이나
듣고 싶잖아도 들리는 핸드폰 통화내용으로 저 사람 직업이 뭐겠다,
성품은 어떻겠다는 짐작을 하면서 무심하게 지나친다.
오늘 아침 기차에서 내려
'이젠 봄이구나' 생각하며 무심하게 걷는데
늘 나보다 먼저 타고, 나보다 늦게 내리는
30대 중, 후반쯤 돼 보이는 사람이 급히 뒤따라와 인사를 한다.
"지난 주일에 기차를 안타셔서 발령나서 다른데 가신 줄 알았네요."
뒤를 돌아보니 말을 건네고 본인도 무척 어색했는지 뻘쭘한 표정이다.
"아~~ 넵~~!! 일이 있어 차로 출근했습니다."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몰라 그저 뻘쭘하니 걷다가
"좋은 하루 되세요~~!!!!" 인사를 하고 내 길을 간다.
짐작이지만 지나치다 차에서 보는 책을 보면
교양과목 수준의 일본어 교재나 에세이 집을 를 가끔 들여다 보고,
그리 많지 않은 나이에 기차를 내려서 늘 건국대 방향을 가는 것으로 보아
교수는 안됐을 나이고, 시간강사가 아닌가 생각했었다.
두어 마디의 인사 속에서 나를 기억해주는 사람이 있고,
보이지 않아 궁금해하는 사람이 있다는 생각에 한편 뿌듯하다.
솔직히 누군가의 기억 속에 내가 남아 있다는 것이 참 행복하다.
가만 생각해보니 늘 그랬다.
내가 누군가에게 먼저 말을 건네본 적이 없이
누군가가 언제나 먼저 말을 건네 왔다.
신용보증기금의 박 모 팀장,
충북보증재단의 모 지점장.
대전관세청 충주출장소 모 반장.
전문건설공제조합의 이 모과장.
이제까지 말을 나눴던 사람은 누구든 내게 먼저 말을 걸어왔고,
나를 기억하며 다른 지역으로 발령받아 가면 꼭 전화로라도 내게 인사를 했다.
내가 많이 부족한 사람이구나.
누군가에게 말한마디 따뜻하게 건네기 보다는 받기만 했구나.
이제
누군가에게 뿌듯함과 행복감을 주는 사람이 돼 봐야할텐데......
내일은 매일 만나는 사람들에게
내가 먼저 목례라도 해야겠다.
환하게 웃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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