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마당/삶을 노래하며

어버이 날(청남대)

나무소리 2010. 5. 10. 14:24

 독립기념관에서 고속도로를 타고,

문의IC로 빠져나와 문의면 [시골집]에서 점심을 먹는다.

 

 풍성한 쌈 재료가 있지만 손이 불편해 쌈을 싸서드시지 못하는 어머니.

된장에 밥을 비비고, 쌈을 싸서 드리는데 어찌나 잘 드시는지....

한 쌈씩 싸드릴 때마다 니나 먹으라는 어머니 말씀에

목이 메어 밥을 먹을 수가 없다.

 

 청남대 가는 길의 전원적인 호반의 풍경과

시원한 바람이 어우러진 것을 보면서 어찌나 좋아하시는지..

호영이 선배를 통해 청남대 정문에 연락이 되어

차를 가지고 들어가는데 아무런 제재없이 통과를 시킨다.

 

 언제나 이렇게 여러사람에게 도움을 받아 사는 나는 복이 많다.

 

 

 휠체어에 몸을 의지하고 계시면서도 어찌나 좋아하시는지..

"여긴 꽃이 참 좋아..."

"작년에도 여기 왔었잖어 엄마. 작년에 췄는데 오늘은 날이 좋다"

 

 

 

 그늘집과 오각정 갈림길에서 모듬 북소리와 함께,

공연하는 소리가 나는 곳으로 달려가 보니

우리소리 한마당 잔치를 벌어지고 있어 참 잘왔다는 생각이 든다.

 

 작년엔 오각정으로 해서 한바퀴를 돌았으니

이번엔 작년에 가보지 못한 그늘집 방향을 향해 간다.

좌측으론 대청호가 푸르고 아름답게 펼쳐지고,

왼쪽으론 잘 가꿔진 조경에 멋진 소나무와 어우러진 골프장이 펼쳐져있고,

철쭉과 여러 야생화들이 아름답게 봄을 노래한다.

 

 

 

 "어~!! 나무도 참 잘 해놨고, 꽃도 좋다."

"엄만 여길 좋아하나벼...  "

"저기 봐라. 저거 홑잎이다"

화살나무를 가리키며 홑잎이라며 향수에 젖는 어머니의 눈엔 행복감이 물씬풍겨난다.

 

 

 그늘집에 도착해 대청호를 배경으로 안내원에게 사진을 부탁하니

"어머니 정말 너무 고우셔요.

 어쩌면 아드님과 두분 인상이 그렇게 좋으시고 닮았어요."

 

 자원봉사를 맡은 두 사람이 

"아들이 혼자 어머니 모시고 오는 건 첨보네.."라며 주고 받는 말에 눈물이 왈칵 솟는다.

 

 천천히 여유있게 휠체어를 밀고,

시원한 그늘집에 도착해 향수에 젖게 하는 물건들을 둘러본다.

 

 

 

 "엄마, 저기 왱왱이 있네.. 홀태도 있고...

 이쪽에 디딜방아도 있어. 옛날에 만영이네 집에 있었던 디딜방아."

"저기 봐라. 도롱이도 있다"

"그러네.. 저런게 지금도 있긴 있네. 엄마 저거 쓰면 이쁘것다..ㅋㅋㅋㅋ"

"너 힘들어서 얼렁 가자"

"난 젊잖어.. 하나두 안힘들어.."

 

  살가운 바람이 어머니의 귀밑머리를 흩어놓는데

그런 어머니의 모습이 참 정겹다.

들일을 나가시면 머리에 일꾼들의 밥을 이고,

귀밑머리 날리며 팔을 저으시며 돌아오시던 어머니 생각에 가슴이 뭉클하다.

 

 

 

오각정 방면으로 가다 수경분수 쇼하는 곳으로 간다.

현란한 음악과 함께 시원하게 뿜어대는 분수를 보고 돌아가는 길

내 엄마를 닮은 하얀 구절초가 철이 아닌데도 환하게 웃고 있다.

 

"이게 무슨꽃여?"

"엄마랑 많이 닮은 구절초네... 이쁘지?"

 

 아직도 해가 많이 남아있지만

집을 나선 후 한번도 화장실을 가시지 않은 어머니..

축축하고 꿉꿉하실테지만 일체 내색을 하지 않으시는 내 어머니.

말 한마디 하지 않으시기에 더 안쓰런 어머니.

 

 집에 가는 동안 전화가 울린다.

"엄마 니가 모시고 나갔다메.

 우리집에 임희도 온다고 했으니까 엄마 모시고 빨리와 저녁 먹고 가."

"집에 들렀다가 거기로 갈께요."

 

 이렇게 하루를 마감한다.

언제까지 이렇게 다니실지 모르지만

내년 봄에도 지금처럼 함께 다닐 수 있을거야......

 

 집에 돌아와 거울을 보니 얼굴이 시뻘겋게 타고,

뒷목이 뻣뻣하니 약간 피곤하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어머니는 얼마나 피곤하실까 생각에 맘이 편치않다.

 

 

 작년에 이 맘때 찍은 사진과 비교하니 더 수척해지신 어머니..

어머니, 더 건강하셔요..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