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마당/책마을 산책

[장영희]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

나무소리 2010. 8. 13. 15:13

제   목 :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

읽은 날 : 2010. 6.


 사람이 살아있다는 것은 그 자체가 기적일 수밖에 없다.

숨을 들이 마시었다 내뿜지 못하면 그 자체가 죽음이고,

들이마시지 못해도 그것이 죽음으로 연결된다고 본다면

피곤한 몸으로 지난 밤 아무 의식도 없이 잠이 들었음에도

호흡이 멈추지 않다가 아침이면 벌떡 일어나는 것은 기적이 아닐 수 없다.


 그렇게 본다면 살아온 것도 기적이고,

살아갈 날 또한 기적이라고 할 수 밖에......


 1급 장애인으로 소아마비와 각종 암으로 힘겨운 삶을 살아가면서도

삶 자체를 기쁨과 감사로 받아들이며 살다간 장영희 교수의 삶의 메아리를

잔잔한 감동으로 엮어 내린 에세이집.


 장애인이라는 자신의 삶을 심하게 비관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언어의 꾸밈이나 수식어로 삶을 미화하지도 않았으며,

그저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여 최선을 다해 살아간 생활을

그대로 글로 옮겨 적은 이 책은 내게 잔잔한 감동으로 남는다.


 유학시절 엘리베이터가 고장 나 3주일동안 외출을 하지 못하는 고통 속에서

루시 할머니를 만난것은 큰 행운이었다는 [루시할머니]


 '소금 3퍼센트가 바닷물을 썩지 않게 하듯이

우리 마음 안에 나쁜 생각이 있어도 3퍼센트의 좋은 생각이

우리의 삶을 지탱해준다‘는 [마음속의 도깨비]


 “중요한 것은 믿음입니다.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이곳의 삶을 마무리하고 떠날 때

그들은 우리에게 믿음을 주는 것입니다.

자기들이 못 다한 사랑을 해주리라는 믿음,

진실하고 용기 있는 삶을 살아주리라는 믿음,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고 받아 주리라는 믿음,

우리도 그들의 뒤를 따를 때까지 이곳에서의 귀중한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않으리라는 믿음

- 그리고 그 믿음에 걸맞게 살아가는 것은 아직 이곳에 남아 있는 우리들의 몫입니다.”

[20년 늦은 편지]


 나는 사랑없는 돈보다는 돈 없는 사랑 쪽을 택하겠다는 [돈이냐, 사랑이냐]


 내가 살아보니 남들의 가치 기준에 따라 내 목표를 세우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고,

나를 남과 비교하는 것이 얼마나 시간 낭비이고,

그렇게 함으로써 내 가치를 깎아 내리는 것이 얼마나 바보 같은 짓인 줄 알겠다는 것이다.

그렇게 하는 것은 결국 중요하지 않은 것을 위해 진짜 중요한 것을 희생하고,

내 인생을 잘게 조각내어 조금씩 도랑에 집어넣는 일이기 때문이다.

(중략)

소중한 사람을 만나는 것은 1분이 걸리고,

그와 사귀는 것은 한 시간이 걸리고

그를 사랑하게 되는 것은 하루가 걸리지만,

그를 잊어버리는 것은 일생이 걸린다는 말이 있다.

그러니 남의 마음속에 좋은 기억으로 남는 것만큼 보장된 투자는 없다.

[내가 살아보니까]


 초등학교 때 깨엿 두 개를 내밀면서 “괜찮아”라고 말한 엿장수를 기억하며,

뭐가 괜찮은지 모르지만 그 말이 큰 위로가 됐다는 [괜찮아]



 장애인이 ‘장애’인이 되는 것은 신체적 불편 때문이라기 보다는

사회가 생산적 발전의 ‘장애’로 여겨 '장애인‘으로 만들기 때문이다.

무언가를 못 해서가 아니라 못 하리라고 기대하기 때문에

그 기대에 부응해서 장애인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단지 신체적 능력만을 능력으로 평가하는 비장애인들의 오만일지도 모른다.

 서울 명혜학교 복도에는 윤석중 씨가 쓴 다음과 같은 시가 걸려 있다.

사람 눈 밝으면 얼마나 밝으랴

사람 귀 밝으면 얼마나 밝으랴

산 너무 못 보기는 마찬가지

강 건너 못 듣기는 마찬가지

마음눈 밝으면 마음 귀 밝으면

어둠은 사라지고 새 세상 열리네

달리자 마음속 자유의 길

오르자 마음속 평화 동산

남 대신 아픔을 견디는 괴로움

남 대신 눈물을 흘리는 외로움

우리가 덜어 주자 그 괴로움

우리가 달래 주자 그 외로움

[네가 누리는 축복을 세어보아라]


 ‘당신은 좋은 사람이요’ 그리고 매클레인 박사,

오늘 나는 당신에게 그 말을 쓰고 싶소. 당신은 좋은 사람이오.‘

(중략)

 누군가 단 한 사람이라도 따뜻한 마음, 아끼는 마음으로

날 ‘좋은 사람’으로 기억해 준다면 수천 수만 명 사람들이 다 아는

‘유명한’사람이 되는 일보다 훨씬 의미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좋은 사람]


 여러 자신의 삶의 이야기를 통해 살아온 것이 기적이고,

앞으로 살아갈 모든 것이 기적이라는 장영희 교수의 에세이집.

책을 읽은 지 두 어 달이 지난 이제야 후기 글을 쓰는 지금도

내게 잔잔한 감동으로 남는다.


 누군가에게 병문안을 갈 때 이 책을 한권 들고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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