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마당/책마을 산책

[공지영]사랑한 후에 오는 것들..후기글.

나무소리 2009. 7. 31. 13:53

 “변하지 않는 사랑이 있다고 믿어요?”

나는 있다고 믿는다.

아니 사랑은 결코 변하지 않는 것이다.

다만, 사람이 변할 뿐이다.


 이 책의 첫 장을 열면서부터 책을 덮는 그 순간까지

내내 난 그 사람을 생각했다.

지금 두 아이의 엄마로 내 곁에 없는 그녀를......


 “누가 무어라 하든 말든 나는 운명이라는 것이 있다고 믿는 사람이었다.

기적도 있고, 우연을 가장한 필연은 정말 있으며,

진심으로 간절히 원하면 풍요로운 우주의 선이 나를 도와줄 거라는

열렬하고 턱없는 신앙을 가진 사람이었다.“라는 글에서 맘이 확 당긴다.

나도 그렇게 믿는다.


 일본으로 어학연수를 갔던 스물두살의 [최 홍]은 이노카시라 공원에서

조깅을 하다가 넘어지면서 일본남자 [준고]를 만나게 된다.

어쩌면 사랑은 그렇게 아주 우연히 아무것도 아닌 일처럼 찾아와서

모질도록 사람을 아프게 하면서 하나하나를 만들어간다.

내가 그녀를 처음 만났을 때처럼......


 부모의 이혼으로 학비며 생활비를 아르바이트로 감당하며

경제적으로 힘겹게 살아가는 준고에게 홍(베니)은 당돌하게 찾아가

당돌한 동거 생활이 시작된다.

사랑은 저런 용기도 필요한 것인데......


 사랑에는 늘 기대와 행복이 있지만 삶에는 갈등과 상처가 있게 마련이다.

진정한 사랑은 믿음을 바탕으로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고,

상대의 아픔까지 감싸안아야 하지만 주는 만큼 받고 싶어 하는 이기심.

그것으로 대부분 사랑은 상처로 마침표를 찍는다.

 

 준고와 홍의 사랑 또한 힘겨운 경제여건을 이해하지 못한 홍이

상처를 받으면서 사랑이라는 글자 뒤에 마침표를 찍는다.

그렇지만 그녀는 내게 아무것도 바라지 않았고,

상처를 받았지만 상처를 받았다고 말하지도 않았다.

나를 바라보는 것만으로 행복해 했고,

조금은 막연하게 불투명한 사랑한다는 한마디 그 말에 의지해

세상을 아름답게만 보고, 밝게 빛나던 눈동자는

눈물을 가진 슬픈 눈으로 아파했던 바보 같은 사람.

이제야 그때의 너를 알 것 같다.


 삶을 통해 사랑이 받는 상처와 아픔은 치유와 회복이 필요하다.

홍은 일본을 떠나 한국으로 돌아와 그를 잊어가고 있다.

잊은 것이 아니라 잊어가고 있다.

아니 잊기위한 몸부림에 아파하지만 그러면서도 

일상 가운데서 대하는 모든 것을 준고를 생각하며 아파하고,

그와의 아픈 사랑의 씨앗을 가슴 깊이 꽁꽁 묻어 두게 된다.


 씨앗을 땅에 묻어 둔다는 것.

그것은 새로운 탄생을 의미한다.

날이 풀리고, 따뜻한 햇살이 아무도 모르게 두터워지고,

봄기운과 함께 단비가 스며들면 씨앗은 움을 밀어 낸다.

그 다음은 그 움을 가꾸기 나름이지.

 

 사람의 마음에도 진실한 사랑의 씨앗을 고이 간직한다면

하늘이 감동하는 그 날 비가 내리고 하늘이 축복해 씨앗은 움을 틔우고,

가꾸어만준다면  푸르름을 자랑하고 꽃을 피우고, 

결국은 죽어있던 것 같은 씨앗에 아름다운 열매를 맺는다.

나는 그렇게 믿는다. 그 사랑의 씨앗이 진실하다면......


 준고는 홍이와 헤어진 후 그 사랑을 그대로 표현한

[한국의 친구, 일본의 친구]라는 책을 사사에 히카리 라는 필명으로 소설을 출간하게 되고,

한국과 일본의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어 출판사 초청으로 한국에 오게 된다.


 준고를 초청한 출판사에 근무하는 홍이는 그 통역을 맡게 되면서

그와의 애틋한 지난 날 사랑의 기억으로 힘들어 하지만

진정 사랑하였기에 그의 성공을 축하하면서도 이루지 못한 사랑에 아파한다.


 결국은 해피엔딩이다.

 

헤어진 지 7년 만에 다시 만난 그들은 사랑을 이룬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많이 아파했고,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 읽었을 때 공감을 하면서도 그냥 아파만 했다.

가슴 속에 닿는 글을 그냥 정리만 해 두었다.

그냥 눈물이 글썽이고 가슴 한쪽이 저려오는 순간들을 외면했다. 

 

 '사랑을 하면 슬픈귀가 열린다'

이렇듯 난 슬픈 귀가 열리고, 슬픈 눈을 가지는구나.

 

 정말 사랑은 슬퍼서 아름다운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