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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중앙일보]책읽는 스타 김윤진 - 달의 바다

나무소리 2009. 7. 21. 10:13

 달에도 과연 바다가 존재할까요?

요즘 만나는 이들에게 '강추'하는 책이 바로 소설 '달의 바다'(정한아)입니다.

2007년 문학동네작가상 수상작인데 필자가 대학을 갓 졸업한 1982년생 여자 분이라 깜짝 놀랐어요.

 이 보물을 만난 곳은 작년 인천공항 서점이었어요.

ABC-TV 드라마 '로스트' 촬영차 서울과 하와이를 오갈 때인데

정말 아무 정보 없이 제목과 표지 디자인 때문에 끌린 책이었죠.

사실 표지가 예뻐 책을 샀다가 낭패감을 여러 번 경험했는데 이번 '달의 바다'는 예외였어요.

작가의 풍부한 상상력과 필력, 마지막 울림까지 더해져 얼마나 행복했는지 모릅니다.

하와이에 도착한 다음날 한번 더 꺼내봤을 정도였으니까요.

 간추린 줄거리는 이래요.

'나'는 언론사 시험에 번번이 낙방한 20대 취업준비생입니다.

어느날 할머니로부터 15년간 가족과 소식을 끊고 미국에 사는 고모 얘기를 듣게 되죠.

할머니와만 몰래 편지를 주고 받은 고모는 나사(NASA) 소속 우주비행사였고,

'나'는 단짝 친구와 함께 고모를 만나러 플로리다로 떠납니다.

현실의 고단함과 막막함에 신음하는 많은 현대인들의 어깨를 토닥여주는,

긍정의 힘을 느낄 수 있는 책이에요.

현실과 이상의 괴리, 뫼비우스 띠처럼 연결된 진실과 거짓이 등장하고

때론 선의의 거짓말이 타인에게 희망을 줄 수 있다는, 복선이 아주 매력적입니다.

너무 자세히 말하면 독서의 재미가 반감되겠죠?

 그런 문장이 나와요.

가까이에서 보면 오래도록 꿈꿔왔던 장소라도 전혀 예쁘지 않고 오히려 징그러울 수 있다는.

지구에서 보는 달도 그렇지 않을까요?

낭만적이고 움푹 패인 부분에 마치 거대한 바다가 있을 것 같지만 막상 그곳에는 생명체가 살 수 없죠.
 요즘 나문희 선배님과 '하모니'라는 새 영화 촬영을 시작했어요.

저는 이 책을 강대규 감독님께 선물할 생각이에요.

'하모니'는 여자교도소 내 합창단 얘기인데, 절망 끝에 희망을 길어올린다는 점에서

'달의 바다'와도 일맥상통하거든요.

 매달 도서구입비로 20만원 정도 씁니다.

물론 인터넷이 편리하지만 저는 집에서 가까운 삼성동 코엑스 내 서점도 자주 가요.

책 냄새를 맡을 수 있고, 서점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에겐 왠지 모를 동지의식 같은 걸 느낄 수 있어서 더 좋은 것 같아요.

'로스트'를 찍으며 배우들끼리 돌려본 책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건 'Outliers'였어요.

직역하면 '특출난 천재' 정도가 될 겁니다.

'Tipping Point' 'Blink'라는 꽤 호평받은 책을 쓴 글래드웰(Gladwell)의 신간이죠.

비범한 두뇌와 사람을 자극하는 법 등을 쉽게 적었는데

비틀즈나 빌 게이츠 같은 천재들을 분석한 내용이 무척 흥미롭습니다.

비틀즈가 영국에서 유명해지기 전 독일의 무명 클럽에서 하루 두 차례씩 공연을 뛰었고,

그 무대 경험이 오늘날 비틀즈를 만들었다는 분석이죠.

 빌 게이츠도 하루 아침에 컴퓨터 전문가가 된 게 아니더군요.

아무래도 아이들의 교육에 관심이 많은 학부형들이 열광할 것 같습니다.

 인터넷 시대에 책이 여전히 유효한 건 그만큼 책 속에 삶의 지혜가 담겨있기 때문일 겁니다.

아무리 적극적인 성격을 가졌다 해도 사람을 만날 수 있는 물리적 한계가 있는 거잖아요.

하지만 책을 통해서는 원하는 만큼 사람을 만나고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 있죠.

그런 점에서 독서는 축지법의 달인이 되는 길인지도 모르겠어요.

 

 * 위 글은 중앙일보에서 퍼온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