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마당/책마을 산책

[펌] 책읽는 스타 남희석 - 혜초

나무소리 2009. 7. 21. 09:58

 책 많이 읽는 사람처럼 보이는 법, 제가 알려드릴까요?

 베스트셀러 8~9위를 꾸준히 읽으세요. 1위는 누구나 읽은 책이니 대화에 낄 말이 별로 없고요,

2위 이하는 읽는 사람은 있어도 화제에 잘 오르지 않으니 효용성이 떨어지죠.

8~9위권을 얘기하면 읽은 사람이 많지 않으니까 ‘그런 책까지 찾아 읽는구나’ 하는 눈길을 받게 돼요.

똑똑한 척 하기 딱 좋은 방법이랍니다.

 개그맨 남희석입니다. 좀 썰렁했나요. 사실 제 진짜 ‘독서론’은 전유성 선배께 배운 겁니다.

전 선배는 늘 말씀하시죠.

“시간 날 때 책 읽는다, 가을은 독서의 계절, 이런 말 다 잘못이야. 책은 시간 내서 읽어야 하는 거고, 독서의 계절은 따로 있지 않아.” 선배 말씀을 깊이 새겨서 화장실·자가용·대기실 공간마다 책을 두고 짬날 때마다 읽어요.

제가 MC를 맡고 있는 ‘미녀들의 수다’(KBS-2TV)는 중국·일본·캐나다·불가리아·파라과이 등 세계 각지에서 온 한국 거주 외국인이 함께 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예능물이긴 해도 사회·문화에 대한 너른 이해가 있어야 진행할 수 있어요. 인터넷이나 TV 다큐멘터리를 통해서도 세상 각종 정보를 접할 수 있지만 책만큼 휴대가 쉽고 골라보기 편한 게 있을까요. 제 직업 밑천이 책인 셈이죠.

 요즘 제가 푹 빠진 책은 김탁환 KAIST 교수의 소설 『혜초 1·2』(민음사, 2008)랍니다.

신라 고승 혜초(704~787)의 실크로드 기행을 재구성한 장편소설인데,

처음 3분의1만 참고 넘기면 그 뒤론 이야기에 술술 빠져들어요.

장대한 상상력의 세계도 놀랍고, 줄 치고 싶은 수려한 문장도 많아요.

 김 교수의 다른 작품들, 『리심』 『김탁환의 독서열전』 등도 읽었어요.

실은 2005년 유치원 아빠들의 모임에서 만난 이래 가깝게 지내는 사이거든요.

덕분에 김 교수가 소설을 구상하는 단계부터 귀동냥을 하게 됐는데, 사전 조사가 대단하시더라고요.

『불멸의 이순신』 쓸 땐 여수 앞바다를 동이 트도록 바라보며 당시 충무공 심정을 헤아려보려고 했대요.

그런 배경을 알고 읽으니, ‘아 소설이란 게 이렇게 씌어지는구나’ 하고 더 재미나요.

읽어야 할 책을 자주 추천해 주시는 멘토이기도 하시죠.

참, 자랑같아서 그냥 넘어가려고 했는데, 저…, 김 교수 소설에도 등장한 적 있어요.

그분이 한 일간지에 연재 중인 소설에 미래사회의 ‘로봇MC 남’이 묘사되는데,

하회탈 외모니 뭐니 딱 저를 모델로 했답니다, 하하.

정치·사회·문학 등 안 가리고 읽는 편인데,

『이나중 탁구부』나 『이원복의 와인의 세계』 같은 만화책도 즐겨 읽어요.

딸 보령이가 요즘 『만화로 읽는 그리스 로마 신화』에 빠져 있어서 어깨너머로 같이 봐요.

책 읽을 땐 저자에 대한 호기심을 못 참는 편이에요.

어떤 사람인지 궁금하면 출판사에 연락처를 물어 만나야 직성이 풀리죠.

예전에 『광수생각』을 읽고 저자 박광수씨를 만나러 갔는데,

찻집에서 저자 사인을 받으러 온 아가씨가 첫눈에 괜찮은 거예요.

광수 형더러 전화번호 따달라 해서 만났어요. 그녀가 지금 제 아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