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관람료 어떻게 책정되나?
박 홍 진 parkhongjin@otr.co.kr
요즘 대학로에서 하는 연극 한 편 보려면 얼마를 내야할까?
칠천원? 팔천원? 아니다. 만 오천원에서 이만원 정도 한다.
웬만한 뮤지컬 공연은 다 이만원 이상이다.
오만원이나 십만원 이상 받는 공연도 있다.
너무 비싸다고? 영화도 칠천원이면 보는데 그렇게 비싸면 누가 연극 보냐구?
맞다. 영화에 비하면 관람료가 두 배나 비싸다.
연극 전문 사이트 OTR에서 실시한 '적당한 연극 관람료는 얼마라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0%가 현재의 연극 관람료가 과도하게 높게 책정되어 있다고 대답했으며
나머지 30%만이 적당하다고 대답했다.
심지어 오천원 이하로 관람료를 내려야 한다고 대답한 사람들도 있는데 "
티켓이 비싸서 공연을 보러갈 엄두가 안난다. 공연의 수준에 맞게 관람료가 조정되어야한다."고
불만을 토로한다. 그렇다면 사람들이 생각하기에 이렇게 비싸게 책정되어 있는 연극 관람료는
도대체 어떤 기준으로 책정되는 걸까?
가장 중요한 책정 기준은 제작비 대비 관람료 산출이다.
대부분의 공연 제작자들은 이론적으로 이 산출 방식을 따르고 있는데
총 제작비가 6천만원일 때 관람료는 6천만원 나누기 예상 관람객수가 되는 것이다.
좀 더 쉽게 설명하자면 200석 규모의 소극장에서 총 20회 공연되는 작품의 총 제작비가 6천만원이라면
6천만원(총제작비) ÷ 4,000명(객석 점유율 100%) = 15,000원(관람료)이 되는 것이다.
여기서 총제작비는 극장 대관료, 무대제작비용(스탭 수고료 포함), 배우 출연료, 마케팅 비용 등
공연 제작에 필요한 모든 비용을 합친 액수이며
객석 점유율 100%는 극장 객석수에 공연횟수를 곱한 예상 관람객수를 말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공연 제작자들은 6천만원을 들여서 6천만원을 번다는 말인가?
물론 아니다. 총제작비에 이미 제작자의 이윤이 포함되어 있으며
관객 입장 수익 외에 부수적으로 기업 협찬금, 정부 지원금, 각종 책자 판매 수익 등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부수적인 수익과 객석 점유율에 따라 손익분기점이 생기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이론적 산출 방식은 그야말로 이론에 불과하다.
현실적인 산출방식은 따로 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객석 점유율이 매 공연때마다 100%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즉 위의 예와 똑같은 가정하에 현실적으로 책정되는 관람료는
6천만원 ÷ 2,400명(객석점유율 60%) = 25,000원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때에 따라서 제작비를 부풀리기도 하는데 그럴 경우 관람료는 더 높게 책정된다.
관람료가 높게 책정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부수적인 수입을 높이고 대신 관람료를 내리면 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공연 사업이 원칙적으로 부수적인 수입에 의존하지 않고 관객 입장 수입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사업이며
부수적인 수입 또한 입장 수입과 마찬가지로 확정적인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제작비 대비 관람료 산출에 이의를 달수는 없을 것이다.
문제는 제작비와는 상관없이 너도나도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관람료 책정의 관행에 있다.
제작비가 6천만원인 공연이나 3천만원인 공연이나 관람료는 똑같다.
즉 제작비 규모에 따라 관람료가 책정되는 것이 아니라 남들이 그만큼 받으니까 나도 그만큼 받는다는
주먹구구식 책정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점은 공연 제작자들이 앞으로 반드시 개선해 나가야 할 점이라고 본다.
흔히들 연극 관람료를 영화 관람료와 비교하면서 몇십억 들여 만든 영화도 7천원이면 보는데 몇천만원 들여
만든 연극을 몇만원씩 내야 하냐며 마치 관객들에게 덤탱이를 씌우려 든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영화의 경우 동시에 여러 개봉관에서 상영될 수 있기 때문에 그만큼 제작비 회수에 수월하지만
연극의 경우 한 공연장에서 밖에 공연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제작비 회수가 어려울뿐더러
실제 배우들이 공연을 하는 현장 예술이라는 측면에서
영화가 아무리 많은 제작비를 들여 제작이 된다 할지라도 연극의 관람료와 비교를 할 순 없다고 본다.
두 번째 책정 기준은 '사랑티켓'이다.
사랑티켓은 '연극·뮤지컬·음악·무용 등 공연예술 관람료의 일부를 한국문화예술진흥원이 지원하여
관객은 실제 관람료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 공연을 볼 수 있도록 한 공연예술 종합 관람권'이다.
사랑티켓의 종류에는 세 가지가 있다.
1만 5천원, 7천원(이상 일반·대학생용), 3천원(초·중·고등학생용)짜리로
원래 티켓 가격은 2만원, 1만 2천원, 8천원인데 한국문화예술진흥원이 5천원을 부담하여
일반 관객들은 5천원 싸게 공연을 관람할 수 있는 것이다.
바로 이 사랑티켓 참가 공연이 되기 위해선 일반·대학생 관람료는 1만 2천원,
초·중·고등학생 관람료는 8천원 이하로 책정을 할 수가 없는 것이다.
따라서 대부분의 공연 작품들이 사랑티켓 제도에 참가를 하고 있기 때문에
관람료 또한 그에 맞게 책정되는 것이다.
만약 공연 관람료가 비싸다고 말하는 분들이 있다면 바로 이 사랑티켓을 구입하여
5천원 저렴한 가격으로 공연을 관람하라고 권하고 싶다.
사랑티켓 구입 문의는 대학로 '티켓박스'에 하면 된다. 전화 02-3672-2466∼7.
(참고 : 제가 사용해보니 실제 일반인의 경우 아무효과가 없었다는 겁니다.
과거 충북의 “좋은공연관람권”이 훨씬 이용에 이해가 쉽고, 도움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세 번째 책정 기준은 시류에 맞춰서 적당히 책정하는 것으로
그때 그때 물가를 봐가며 유동적으로 정하는 것이다.
이런 경우는 거의 없지만 예전에 장기공연시 간혹 있었다고 한다.
또한 비슷한 규모의 공연들끼리 서로 가격을 봐가며 정하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기획적 아이디어로 책정되는 관람료가 있다.
'관람료 백원부터'라든가 공연을 보고 나서 내고 싶은 만큼 알아서 내라는 '후불제 공연' 같은 것이 이런 경우에 해당된다. 일단 와서 보고 관객 스스로 관람료를 책정해서 내라는 것이다. 그야말로 기획적 아이디어에 따른 기발하지만 위험천만한 방법이다.
이외에도 여러 가지 다른 관람료 책정 방법이 있겠지만
그 어떤 방법일지라도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생산자와 소비자의 입장에서
서로 신뢰할 수 있는 '관람료 책정의 투명성'이라고 생각된다.
아무리 비싼 관람료라고 할지라도 그 액수를 관객이 아무런 이의없이 수용한다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공연 제작자들은 이 점을 명심하여 불필요한 제작비를 최대한 줄여
보다 설득력있는 관람료 책정이 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며
제작비에 따른 작품의 완성도 측면에서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반면 영화와 연극의 관람료를 단순 비교하는 것은 현장 예술이 갖고 있는 라이브 공연의 특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것으로 일반 관객들의 많은 이해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본다.
최근 거대 자본을 들여 공연되는 몇몇 수입 공연들을 보며 이제 공연도 "돈 놓고 돈 먹기"라는 얘기들을 한다.
과거의 '공연예술'이 점차 '공연산업'이 되가고 있으며 정책적으로 장려하는 추세이기도 하다.
관람료 또한 들인 만큼 뽑아야 되기 때문에 관객들이 원하는 것처럼 하향 조정이 이루어지진 않을 것이다.
오히려 더 오르면 몰라도...
P.S 이글은 제 글이 아니라 스크랩한 글로 작성일자는 2002. 9. 3일 글로 대부분 공감을 합니다.
하지만, 영화와의 비교나 사랑티켓의 실효성, 관람료 책정의 투명성에 일부 반론이 있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제 나름대로의 의견을 써서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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