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마당/삶을 노래하며

[스크랩] [강추]워낭소리.(2월 5일부터 CGV상영)

나무소리 2009. 2. 4. 16:53


                               삶과 죽음의 경계선

 

★  평생 농사만 지어온 최원균 할아버지와 그런 할아버지에게 시집온 이삼순 할머니.

   한쪽 다리가 불편한 할아버지에게 소는 그냥 동물이 아니라, 이동할 수 있는 다리이며,

   농사를 지을 수 있는 농기구이자, 무엇보다 가장 친한 친구 - 삶의 동반자이다.


     영화에서 직접 설명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소의 평균 수명은 15년인데,

   이 소는 10살 정도에 할아버지와의 인연을 시작해 벌써 30년이나  그 질긴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할머니는 할아버지가 소만 살핀다며 불평을 늘어놓지만, 할아버지는 불편한 몸에도 새벽이면 일어나 
   쇠죽을 쑤어 먹이고, 소와 함께 들로 나가 소와 함께 일을 한다.

   그런데 어느 날 수의사는 소의 수명이 다했다며 일 년을 넘지 못할 것이라고 최종 선고를 내린다.

     영화 상영 내내 죽음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진 <워낭소리>는 아무런 내레이션이나 설명 없이

   목가적인 풍경을 배경으로 할아버지와 말 못하는 짐승의 동행을 담담히 그려낸다.

   화면에 그려지는 영상은 너무 애닯고 쓸쓸하지만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오는 할머니의 따뜻한
   불평불만은 때때로 큰 웃음을 선사한다.

  (특히 영정사진을 찍는 할아버지에게 ‘웃어’하고 소리 지르는 장면은 한 마리도 죽인다)


   <워낭소리>는 죽음을 눈앞에 둔 소와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하고 있음에도 암울하다거나 마냥 어둡지만은 않다.
  어쩌면 죽음은 그저 일상의 한 자락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이런 점에서 <워낭소리>는 죽음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에 대한 이야기다.

    영화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건 인간인 할아버지와 짐승인 소가 너무나 비슷하다는 점이다.

  절뚝이며 걷는 할아버지와 비틀거리며 걷는 소의 걸음걸이도 비슷하고,

  묵묵히 들판을 바라보는 눈길도 비슷하며, 심지어 조는 모습조차 비슷하다.
  30년 동안의 동행은 종의 차이를 뛰어 넘어 이토록이나 비슷한 이미지로 가꿔 놓았다.


  소를 위한 할아버지의 마음 씀씀이도 참 정겹다.
  거의 말이 없으신 할아버지는 농약 때문에 소가 죽을 까봐 논과 밭에 농약 한 번 쓰지 않았고,

  젊은 소의 행패에 가슴 아파 한다.
  일을 하다가도 시간만 되면 기어 기어 풀을 베어 소를 먹인다.
  머리가 가려운지 배가 고픈지 소의 울음소리만으로도 알 정도로 둘의 교감은 두텁다.

    할아버지에 대한 소의 마음도 여기저기 묻어난다.
  아마 대한민국에서 가장 오래 산 소일지도 모를 녀석은 폭우로 우리가 무너졌는데도

  할아버지 깰까봐 조용히 장맛비를 견뎌내고,
  비틀거리면서도 할아버지의 자가용 역할을 묵묵히 감내해낸다.
  심지어 우시장에서 팔리는 신세가 되기 위해 나서는 길에서도 한 번 댓거리 없이 조용히 따라 나선다.
  굵은 눈물을 흘린 채. 이 장면이 <워낭소리>에서 가장 슬픈 장면 중 하나다.
  소의 눈물에 객석 여기저기선 조용히 훌쩍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내가 가장 염려되는 건 소의 죽음 이후 할아버지가 혹시 잘못되시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앞에서도 얘기했지만, 할아버지와 소는 너무나 닮았다.
   외모로도 닮았지만, 무엇보다 죽음을 눈앞에 둔 처지가 닮았다.
   그리고 소(일반 대명사로서의 소가 아니라 할아버지의 소)가 없이 할아버지는 아마도 생존의 가치를 느끼시지 못할 것 같다.
   할아버지에게 농사일은 벗어날 수 없는 일종의 천형이다.
   그리고 그 천형을 해내기 위해 소는 꼭 필요한 존재이다.
   그런데, 이제 잡아먹기 위한 소가 있을 뿐 일하는 소는 찾을 수조차 없다.
   할아버지는 “소가 죽으면 나도 죽는다”고 입버릇처럼 되뇌신다.
   그래서일까. 죽기 직전에야 고삐를 풀게 된 소의 마지막 모습이 내내 가슴에서 떠나질 않는다.

- 장르 : 다큐멘터리
- 시간 : 78분
- 국가 : 한국
- 제작 : 스튜디오 느림보 / 배급 : 인디스토리
- 감독 : 이충렬
- 출연 : 최원균 / 이삼순
- 제작 : 고영재

------ 아래글은 어느 네티즌의 관람평을 옮겨왔습니다. ------

영화관 알바하는 친구가 영화보여준다길래 친구한명이랑 먼길 갔더니
워낭소리 주길래 이자식이 우릴 엿먹일라 하는구나 했다 그래서 바꿔달라고 막 소리치는데
뒤에서 한 중년부부께서 요즘 젊은것들은 겉모습만 따진다며 우리를 혼내셨다

그래서 결국 잠이나 자자며 뒷자리에 앉았는데 아까 우리를 혼내시던 아줌마 아저씨께서
우리 옆에 앉으셨다ㅡㅡ 이건 뭐 잘수도 없었다;
하지만 결국 나올때는 눈물 콧물 다뽑았다.

차갑게 굳은 가슴에서 짠 눈물이 한방울 세어나오면서 부터 시작해
결국 홍수가 터져버렸다.........

아저씨랑 눈마주치면서 무지 쪽팔렸지만 부커티 닮은 내친구가 앞좌석 붙잡고 그만을 외치며 울었기에
그나마 위안이 되었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가 아닌 사람과 소의 관계에서 묻어나는 더 깊은 정.
와 진짜 영화에서 향기가 나긴 첨이였다ㅠㅠ

할아버지가 요즘 사람보다 말 못하는 소가 낫다는 말은
지 살길바쁘게 사는 우리에겐 너무 와닿는 말이였음.

영화관을 나오면서 눈이 붉게 충혈된 우리를 보며 알바하는 친구색히가 사진찍으며 실실쪼개길래
로우킥을 허벅지가 아닌 그색히 생식기에 날리고 싶었지만,
그 와중에도 자꾸 할아버지의 말이 계속 머리속을 맴돌았다.

" 좋은곳으로 가그레이. "

 

 

 

 

 

  

 

 

출처 : 문화공간쉼터(청주)
글쓴이 : 쉴만한물가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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