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마당/책마을 산책

[박완서]후남아, 밥 먹어라.

나무소리 2009. 1. 22. 14:44

4. 후남아, 밥 먹어라.

 어머니는 자식에겐 마지막 버팀목이고, 자식은 어머니에게 희망이다.

치매에 걸린 어머니에게 어떤 효도도 도움이 되지 못하고,

향수병에 걸린 자식에게 어떤 풍요도 넉넉함이 될 수 없다.


 먹고 살기 어려웠던 시절 앤은 대학교 낙방을 한 후

어머니로부터 대학교 낙방이 경제적 부담을 덜어준 효녀라 소릴 들으며,

조실부모해 군복무를 마치고 미국으로 이민 간 남자와 결혼을 하게 된다.

 

 당장 먹고 살기도 팍팍했던 상태에서 물질적 풍요로 만족하지만

점점 빈곤해지는 마음과 그리워지는 혈육의 정이 향수병을 들어가던 중

아버지의 부음을 듣게 되어 고국으로 달려온다.


 국내에 발을 들어온 앤은 자신이 미국을 떠날 때와 달리

미국과 크게 다를 바 없이 성장한 경제력에 놀라며,

형제들의 집을 돌면서 풍요로운 대접을 받다 귀국한다.


 그 후 엄마는 치매에 걸려 사람도 알아보지 못해 자식집을 전전하다

결국 이천의 이모님 댁에 가서 생활을 한다는 소식을 들으면서

다시 향수병이 생겨나게 된다.


 남편의 힘겨운 노력에

“시들해하는 건 미워하는 것보다 더 견디기 힘들었다.”고 작가는 표현한다.

 점점 깊어가는 향수병에 방화를 저지르게 되고,

정신과 의사와 심리치료사의 치료를 받게 되면서

향수병에 의한 것을 판단하고 다시한번 고국 방문을 권한다.


 조카의 집에서 하루 머물고, 이천 엄마를 찾았을 때

자식을 알아보지 못하는 엄마가 몹시 안타까워

엄마의 의식을 깨워보지만 무덤덤하다.


 밖을 나와 동네를 한 바퀴 도는데 억척스런 목소리가 들린다.

“후남아, 밥 먹어라.”

'글 마당 > 책마을 산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박완서] 대범한 밥상  (0) 2009.01.28
[박완서]촛불 밝힌 식탁  (0) 2009.01.22
[박완서] 거저나 마찬가지  (0) 2009.01.22
[박완서] 마흔아홉 살  (0) 2009.01.22
[박완서] 그 남자네 집  (0) 2009.0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