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마당/삶을 노래하며

2004년 9월 어느날

나무소리 2009. 1. 8. 12:14

 어제 저녁 중3인 작은아들이 학원간 사이 잠시 아들 놈 책상에 앉았다.
소위 아버지라는 내가 아들이 공부하는 모습을 다는 알지 못해도
어떤 책이 있는 지라도 알아야 하겠기에 교과서를 뒤적여 본다...

영어책을 펼쳐보니 내가 학교 다닐 때 교과서와는 다르게 삽화가 많다.
중간 쯤에 톨스토이의 '사랑이 머무는 곳에'라는 원문이 있어 대충 보니
사랑이 머무는 곳에 신은 있다는 결론으로 간간이 설익은 단어가 눈에 띤다.
이구 형편없는 내 영어실력에 게으른 내 모습을 자책한다....

국어책을 펴는 순간
정호승님의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제목의 시에 그저 감탄 할 뿐이다..
어쩌면 이리도 세상을 아름답게 바라볼 수 있을까?
삶의 아픔을 쓸어안고, 기쁨을 제어하고, 고통 속에서도 빛을 볼수 있는 눈....

"가끔은 하나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린다"라는 표현으로 내 마음을 사로잡은
정호승님의 "수선화"에서 느꼈던 그런 감동을 다시 한번 맛본다.

그 뒤 한 장을 넘기니 "낙화"라는 이형기님의 시가 실려있다.
봄이 지나가면서 청춘이 가고, 사랑이 간다는 뜻인 것 같은데
어딘지 모르게 정호승님의 시와는 반대되는 의미같기도 한데
머리가 돌인 내가 정확히 그 의미를 알 리가 없지...

그 뒷편을 넘어가니 이수복님의 "봄비"가 나온다..
아니 이건 내가 학교다닐 때도 교과서에 실렸었는데 지금도....
하~~ 굉장히 반갑다.....
우리의 전통시의 운율조라고 배웠던거 같은데.....

한참을 뒤로 넘기니 현진건의 "운수 좋은 날"이 나온다.
예전 고등학교때 읽다보니 제목 정도만 기억이 나는데 다시 한번 읽어본다..

소설의 내용대로 세상사는 게 어디 다 내 기분에 맞춰서 되랴...
운수가 정말 좋다고 정말 다행하고 좋은 일이라고 생각하더라도
그것이 정말 좋은 것인지는 좀더 두고 봐야 알 수 있는 일이고,
한 시간 전의 기쁨이 지금의 눈물이 될 수도 있고,
지금의 눈물이 내일의 기쁨이 될 수 있는 게 사람 사는 일이지....

우리네 세상 살아가는 것도 요철위에 공을 던지는 것과 같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세상사인데....

잠시 잠깐 아들의 책상에 앉아 옛날에 배웠던 글들을 생각하며,
삶의 미천이 짧은 중3 짜리가 40대가 돼서야 겨우 느끼는 것을 배우며 외워야하니
에고 우리 자식들 불쌍혀라....

 

2004.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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