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마당/삶을 노래하며

2004. 12. 13일 일기

나무소리 2009. 1. 8. 11:40

요즘 무슨 안개가 그리 많이 생기는지

오늘 아침에도 자욱한 안개 속을 달려왔다.

 

평소에는 느끼지 못했었는데

오늘 아침에는 안개에도 그 냄새가 있음을 알게 됐다.

왜 오늘에서야 그 내음을 알게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바쁜 삶 속에서 그것을 느낄 여유가 없었던 것 같기도 한데

내 감정의 빈곤으로 인해 그 냄새를 알지 못했던건  아닌가?

 

 사무실에서 창을 통해 바라보는 바깥세상의 풍경은

이리저리 삐쭉삐쭉 솟아오른 건물들이 불규칙적이고,

조금은 불쌍하게 보이는 앙상한 가로수도 눈에 들어온다.

 

이 모든 것들이

안개로 인해 자신의 형체를 모두 드러내지 못하고,

대략적인 형태와 희미한 색감으로 자신의 모습을 나타낸다.

희미하다고 말을 하지만 솔직히 참 부드러운 느낌이다.

 

 내 삶의 모습도

조금은 안개가 낀 듯 살아가는 것도 참 좋을 듯 싶다.

 

일상의 삶 속에서

앞의 차가 실수해도 조금은 희미하게 화를 내고,

짜증스런 아내의 바가지에는 빙그레 헛웃음 짓고,

형편없는 아들 성적에 흐물흐물 부드럽게 꾸짖으며,

안개 속에 비치는 사물처럼 조금은 부드럽게 살아보고 싶다.

 

평생을 그리 살지 못한다면

오늘 하루만이라도.......

 

2004. 12. 13. 안개가 자욱한 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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