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 아침 어머니를 교회에 모셔다 드리고
교회로 향한다.
성경 본문 말씀은 갈라디아서 5장 17절(??)부터로 기억이 된다.
늘 감동적이었지만 오늘의 설교는 유난히 감동적이었다.
좋은 나무는 좋은 열매를 맺는다는 것.
열매를 보고 그 나무를 알 수 있다는 것.
때를 기다리면 열매를 맺는다는 것...
하나님의 특별한 은혜는 능력으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성품으로 나타난다는 말씀에 정말 숙연해진다.
마태복음 7장17절 이하의 말씀을 들어
주의 이름으로 선지자 노릇하며, 귀신을 쫓아내고,
많은 권능을 행하더라도 주님께서는
"내가 너희를 도무지 알지 못한다" 고 말씀하신다는 것이다.
성령의 열매는 능력이 아니라 성품이라는 것이다.
사랑. 희락. 화평. 인내. 자비. 양선. 온유. 절제. 충성....
정말 가슴 깊이 새겨둬야지.....
예배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니 찬밥 한 술 남아 있는게 없으니
혼자 밥해먹기도 그렇고 그냥 간단히 옷을 챙겨입고
효자촌 묵집에서 보리밥 한 그릇을 사 먹었다.
살면서 지독하게 외로움을 느낄 때
그 외로움의 경지를 넘어서 비참함을 느낄 때
정말 세상 지랄같이 살았다는 자괴감이 들 때
바로 식당에서 혼자 밥을 먹을 때라는 사실.....
일단 식당을 들어서면 식당 종업원이 졸라 우습게 본다.
"혼자세요?"
이 말의 본 뜻은
'너 같이 밥 먹어 줄 인간 하나도 없지?'라는 뜻일게다.
일단 아무렇지도 않게
"네"라고 하면서도 맘 속으론 '너 이죽거리지마'라고 생각을 한다.
밥을 가져다 놓는 종업원의 태도 또한
마치 고양이 밥 주듯이 동그란 원형 접시같은 곳에
아주 조금씩 반찬이 얹힌 그릇을 큰 상에다 아무렇게나 내려놓으면서
"맛있게 드세요."라고 말을 하게 되는데
거기엔 이미 '그 인간성에 쳐 먹구 살라구....'라는 뜻을 내포한다는 것이다.
비위장 좋기로
노래기 회쳐먹을 만큼 비위가 좋은 나이지만
이럴 땐 정말 꺼억꺼억 울고 싶은 심정이 든다.
하지만 어쩌냐구...???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염치없는 무당년 쌀자루처럼
보리밥 한 그릇을 다 뱃속에 밀어 넣을 수 밖에.......
식사를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서 커피를 한잔 빼
천천히 마시면서 나설 때
'이그~!! 싸가지라고는 찍어 먹을래도 없으니 혼자서 밥을 먹겠지.
그러면서도 커피까지.....'라는 눈총이 날아들까
부지런히 계산하고 식당을 나선다.
고향을 향해 가는 길은 늘 설레임이다.
가덕 공원묘지를 지나면서 한가한 전원풍경을 느끼며
여유있게 부드럽게 휘어지는 말꼬리 같은 길을 따라 올라가니 피반령이다.
피반령의 표지석을 사진한장찍고
지금은 폐교가 됐지만 그 옛날 내가 다녔던 회동국민학교를 사진을 찍고
학교 앞 산에 올라가서 학교와 고석리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다.
조금 올라가 지바우 사진도 한장 찍고
우리 동네 능암을 사진 찍으러 여기저기 헤메이다가
옛날 우체부 아저씨가 세촌으로 편지 배달을 하러 갈때 다녔던
앞산의 길을 찾아 올라가는데 어찌나 미끄럽고 더워 힘들던지...
그래도 산이라 좋긴 좋더라구요.
헌데 정상을 올라가 능선을 타면서
사진찍으려 동네가 잘 보이는 곳을 찾아보았지만
얼마나 숲이 우거졌는지 앞이 보이질 않아 결국 사진을 찍지 못했다.
내려오는 길이 어찌나 미끄럽고 힘든지
겨우 내려와 청주로 향하다 신문리로 가는데
동네입구 표지석에서 동네까지가 상당히 멀다.
국민학교 때 소풍갈 때 신문리를 두어번 갔던 것 같으니
내 기억 속에 뚜렷히 남는게 없는데
입구 표지석에는 신문리에 대한 유래가 씌어있다.
동네 가운뎃 길을 따라 올라가 시멘트 포장이 끝난 곳 좌측에
어릴 때는 그리도 크게 느껴졌던 저수지가 왜그리 작게 느껴지는지...
어제 내린 풍성한 비로 시원함과 깨끗함을 자랑하며
아래로 물을 흘려보내는데 넘침도 부족함도 없이
참 행복한 전원풍경으로 남는다..
옛날 소풍을 갔을 때 앉아서 밥을 먹었던 곳은
지금 감나무가 심겨져 있어 새로운 풍취를 자아낸다.
굵은 빗방울이 바람을 타고 볼을 때리니
서둘러 청주로 돌아오는 내내 참 행복하다.
함께 저녁식사를 하자는 도올님의 제안을 은근히 사양하다
집 근처에 와 있다고 하니 거절할 방법도 마땅찮아
어머님 저녁진지를 지어놓고 큰 놈에게
할머니 저녁진지상을 봐 드리라고 하고 나가
반디, 까투리, 도올님 부부와 함께 [신거상식당]에서 식사를 했다.
식사 후 [오래된 음악이 흐르는 곳]에서 차한잔 하면서
한참을 떠들다 보니 11시를 훌쩍 넘겼다.
오늘도 내 입이 너무 부산하게 떠들었구나
그것도 좋은 이야기도 아닌 것을 말이다...
내가 언제나 철이 들려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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