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마당/시인의 마을

[공광규]얼굴 반찬

나무소리 2008. 5. 9. 15:24

옛날 밥상머리에는

할아버지할머니 얼굴이 있었고

어머니아버지 얼굴과

형과 동생과 누나의 얼굴이 맛있게 놓여 있었습니다.

가끔 이웃집 아저씨와 아주머니

먼 친척들이 와서

밥상머리에 간식처럼 앉아 있었습니다.

어떤 때는 외지에 나가 사는

고모와 삼촌이 외식처럼 앉아 있기도 했습니다

이런 얼굴들이 풀잎반찬과 잘 어울렸습니다.

 

그러나 지금 내 새벽 밥상머리에는

고기반찬이 가득한 늦은 저녁 밥상머리에는

아들도 딸도 아내도 없습니다

모두 밥을 사료처럼 퍼 넣고

직장으로 학교로 동창회로 나간 것입니다

 

밥상머리에 얼굴 반찬이 없으니

인생에 재미라는 영양가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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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 재미라는 영양가있는 밥을 먹고싶다.

이웃집의 정겨운 사는 소리를 조미료로 넣고,

마당에서 군침흘리는 강아지를 바라보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