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 2005. 5. 7
1. 산행기 들머리에서
산행기를 쓰기 시작했다가 열 번도 더 지운다.
매번 그 말이 그 말
많은 회원님들이 올려주는 산행기가 있는데
굳이 나까지 피곤한 눈을 더 피곤하게 할 필요가 있을까??
그래도 한 주의 산행을 마감하면서 산행 노트에 몇 자 적어본다.
일 시 : 2005. 5. 7. 07:30분 청주체육관 출발
산행지 : 강원도 춘천시 소재 삼악산, 등선봉
주 관 : 인터넷 다음 카페 산내음 산악회
산행지 이동 로선 : 보은관광 버스 중부고속도로 - 영동고속도로 - 중앙고속도로
산행시작 : 강촌역 맞은 편
산행코스 : 강촌하우스-408.8봉-450봉-삼악좌봉-등선봉- 616.5봉-흥국사-
삼악산-636봉-635봉-깔닥고개-상원사-산장-상원사입구
단지 이것으로 마무리하긴 조금 아쉬운데......
좋은 산을 눈으로 보고, 마음으로 느끼고,
더러는 좋은 글귀하나를 머리에 담아
마음에 새겨두고 행여 잊을까 적어 놓는 몇 마디 글귀.
그와 관련해서 번뜩 스치는 기괴한 발상이나 생각들이
행여 잊혀질까 적어 보던 산행기가
이젠 산을 다녀오면 해야 할 숙제처럼 받아 들여진다면
이것 또한 그리 좋은 일은 아닌 것 같은데....
산행 후
산행기가 당연히 올라오겠지 하고 몇번을 접속하지만
아직까지 산행기는 올라오지 않고,
행여 모든 산내음 식구들이 나와 같은 것은 아닌지???
그럼 안될텐데...
그 생각에 내가 먼저 주절거리며
본 식사의 메뉴가 아닌 주전부리식의 요깃감을
먼저 이렇게 올려본다....
2. 팬지가 있는 화단 속에서 잡초의 생일 잔치를......
아내와 함께 산행을 하겠다고 예약을 해 놓고
혼자서 산행을 하게 되는 산행.
체육관 앞 계단.
똥마려운 강아지 마냥 엉거주춤 들썩들썩이는 멤버들.
산내음 식구만 보면 그냥 웃음을 입에 다는 신대장님.
약간은 오바를 하는지 정말 그래 반가운지 거품 무는 회장님.
황소가 암소를 보고 웃듯 씩~ 웃어주는 총무님.
어떤 시인의 시에 등장하는
"이제는 거울 앞에 선 내 누님 같은" 부회장님.
이들에게 난 또 멋 적은 웃음을 보낸다.
"하이~!!!!!!"(손으로만.... 그리고, 고개는 거의 75도쯤 숙여서.....)
차에 오르니
가로수 옆 긴 화분에서 본듯한 모습들이 보인다.
마치 행사때 시에서 내 놓은 [팬지꽃]같은 웃음을 띤 모습...
물론 더러 잡초도 보이지만......
잡초와 꽃을 헤치면서 뒷좌석으로 가
설 잠 깬 추레한 몸을 꼬깃꼬깃 접어
버스의 창 쪽으로 적당히 찔러 넣는다.
뒷좌석에선 이슬로 님이 친구를 만나 반가움에 들뜨고,
조금 늦은 시간 산사랑님이 가글가글 웃음을 띠고 자릴 잡고,
감꽃님을 연신 불러대던 딸딸모님이 이웃으로 자릴 잡는다.
'음~~ !! 전에 보니 조금 번잡스럽던데..
오가는 오늘 하루의 시간 잠자기는 글렀지 싶다'
석화의 불참으로 선두는 이슬로님과 곽흥한님이 맡고,
후미는 매번 그때 그 사람.
산행지를 향해 출발을 하고 나니
생각보다 그리 부산하진 않다.
뒷좌석의 맴버로 봤을 때 엄청 부산할줄 알았는데...
하긴 돌아올 때 한잔씩 목구멍에 쪈즌(끼얹은) 다음에
그때 봐야 정확한 건 알수있으련만......
신대장님이 둔전거리며 뒷좌석에 다가와
산사랑님과 딸딸모님 그리고 못보던 얼굴들에게 인사를 건넨다.
"썬글라스가 잘 어울리는데......"
'허~!!! 썬글라스는 돈을 좀 들였는데' 하는 소리 같기도 하고,
'어울리는 건 썬글라스 밖에 없는데.....' 하는 소리로도 들리고,
'저 말의 의도가 뭘까? 혹시 도시락을 안싸온건 아닌가?'
슈렉님은 지난주에 처음 온 코만도님께 거침없이 다가서고,
산도적님은 힘도 안들이고 스물스물 말을 던지고......
이 모든 것이 뒷좌석의 진풍경......
갑자기 초코파이에 초를 몇개끼워넣고
총무님~~ 생일 축하 파티를 한다나????
총무님~!!!
진심으로 생일 축하혀유~~~~~!!!
'근데 솔직히 총무님
첨 갓난아기로 태어났을 때 볼만했을껴~~
부잣집 짱아찌 마냥 시꺼멓고,
비쩍 말라서 길쭉하니....
그래도 산내음 들어와서 국무총리 격인 벼슬을 하니
인물은 인물이지~~!!!'
3. 산행 들머리에서
목적지 강촌에 도착하자
보은관광 버스가 산내음 식구를 토해 놓는다.
이름만으로도 추억에 젖게 할 강촌역
너도 나도 한마디씩 던진다.
“「강촌에 살고 싶네」하는 강촌이 여기여?”
隔江千里(격강천리)
천리 밖에 강촌역이 보이는데
대부분 나이에 걸맞지 않게 경춘선 열차를 통해
옛날의 사춘기 시절을 떠 올린다.
‘그래 누구에게나 추억은 아름다운거지......’
들머리 입산통제 표지판이 호령을 하고 서있다.
우리 회장님 머리만 큰 줄 알았더니
그 큰 머리에서 잔머리가 떠 올라
입산통제기간 날짜 위에 풀을 뜯어 가려놓고
뻘쭘한 표정으로 올라가도 된단다......
‘머리가 크면 모자만 큰 거 쓰는 줄 알았는데
잔머리도 굴릴 줄 알고,
목이 굵어 와이셔츠만 큰 거 입는 줄 알았는데
청도 소싸움을 보니 목이 굵어야 힘이 세더라고
산내음을 이끄는 뚝심도 좋고,
배가 나오면 허리띠 긴 것만 맬 줄 알았는데
수 백명 회원을 이끌 배짱도 두둑하고,
키가 커 싱겁기만 한 줄 알았더니 보는 게 많아
세심하게 헤아리는 것도 많고......‘
‘근데 솔직히 얼굴이 너무 커~~!!
후라이 팬이라면 계란 세 개는 부치지 싶은데
실험해볼 수도 없고...... ‘
****隔江千里(격강천리) : “강 하나의 간격이 천리” 라는 뜻으로
옛날 다리가 없던 시절 강 하나를 건너가는 것이
천리를 가는 것 만큼이나 힘들다는 뜻으로
쓰여진 말이 아닌가 싶습니다.
4. 개미의 눈을 통해 본 등산객....
잔뜩 세워진 산을 기어오르는 산내음 식구들
비행기 타는 사람 바지에 기어 올랐다가
멋모르고 비행기까지 올라간 개미가
하늘에서 우릴 내려본다면 뭐라고 할까??
‘저 인간이라는 동물들 왜 저렇게 줄을 서
팥죽 땀을 흘리며 산 위로 기어 올라갈까?
혹시 비가 올까봐 미리 산으로 올라가나?
우리 개미들은 그런데......‘
‘아니 우리 개미들이 짝짓기를 위해 하늘로 비행하듯
인간들은 짝짓기를 위해 산으로 오르는 건 아닐까?
수놈들만 올라가는 것도 아니고 암놈들도 같이 가니......‘
‘저 인간이라는 동물들도 우리 개미들처럼
군집생활을 한다는데 우리처럼 짝짓기를 위해
저리 기를 쓰고 올라가는 게 아마 맞지 싶은데......‘
하는 식으로 생각하지 않을까???
내 엉뚱한 생각에 입을 옹동그려 아문
둥글레 꽃망울이 한마디 던진다.
‘저 생긴대로 놀구 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