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 2005. 4. 30
1부 : 세수대야가 혼수상태라....
토요일이면 당연히 해야만 하는
습관적 생활이 되어버린 산내음 산행.
체육관 앞에 도착을 하니
옛날 우시장 국밥집 천막 앞처럼 북적대는 인파.
이젠 봄이 푹 물러 터졌구나.
하긴 엊그제부터 봄 꼭지를 떨어뜨리려
날씨가 푹푹 쪄대는 걸 보면 코 앞이 여름이지 싶다.
평소보다는 적은 인원이지만
정감어린 주절거림과 먹거리의 나눔으로
자리를 비운 회원님의 자리를 정으로 채우니
오늘도 차는 만원이구나......
늘상 출근 길에 오가는 청주와 충주간의 길이
먹이를 주우러 가는 일상의 출근길과는
사뭇 다른 들뜸에 새로운 풍경이다.
새싹을 위한 희생인지
운명을 다한 등불인지
음성을 지나 도열한 도로변 조팝나무는
조금은 슬픈 눈망울을 지닌 꽃잎을 떨구고 있다.
단양으로 들어서는 편도1차로 도로는
양곱창 만큼이나 꼬여있다.
살살 흔들리는 버스 안은 움직임에
속이 메스꺼릴 만하니 외중방가든 앞이다.
차에서 내려 기념촬영을 하려는데
신대장님이 앞으로 빨리 와서 서라고 한다.
“이거 세수대야가 혼수상태라 그냥 여기 설께요”
“예????”
“아~!! 저 생긴 게 영 혼수상태라서~~!!”
신대장님이 뭔 말인지 이해가 안가는 표정인데
18년 동안 살면서 적응이 된 아내가 옆구리를 쿡 찌른다.
* 여기서 세수대야란 얼굴을 말함이고,
혼수상태란 정신이 산만할 정도로 못생김을 뜻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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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 야~!! 개년아~!! 조용히 햐~~~~!!!!
프로 사진사 틈에 끼어
두 팔을 잔뜩 오므려 턱 밑에 갖다 대고
초점이 맞지 않게 적당히 풀린 눈동자로
1/3 쯤 헤~ 벌린 입에서 1.5센티의 혀를 빼물고는
‘헥~ 헥~’ 거리는 폼으로 사진을 찍어주시는 분
누구라고 말은 못하지만
우리 산내음 식구 중에 한 사람을 보는 순간
오랜 친구를 만난 반가움에
활기차게 “컹~ 컹~” 짖어대는 외중방 가든의 견공(犬公)
‘저 견공이 뭐라고 하는 걸까?’
일본의 [다카하시]라고 하는 완구 제조업체에서
개소리를 번역하는 기계를 만들어 냈다는데
그 기계가 있으면 해석이 가능할 텐데......
혹시 저 견공이 그렇게 사진을 찍는 분을 보고
같은 동족으로 아니면 친구로 착각 한건 아닌지....
‘그 동안 얼마나 기다렸는데 왜 인제 오냐?’
그게 아니면
‘너 수놈이구나 나 암놈... 내가 찜했어~!!’
라는 뜻으로 짖는 건 아닌지.
사진을 찍기 위해 이러저러 자릴 잡는데
어찌나 견공이 시끄럽게 하는지 정신이 사납다.
“야~!! 이 개년아~~!! 조용히 햐~~~!!”
한 마디를 뱉는 순간
왼쪽에 있던 옆지기가 옆구리를 쿡 찌른다.
오른쪽에서 잔잔하게 미소를 띈 감꽃님
‘이 자식이 차 멀미를 했나???
아니면 대마초를 한대 빨았나???’ 하는 눈빛으로 쳐다본다.
“저 개가 아무래도 암 놈 같아서
개년이 맞는 거 같은데 왜 그랴~~!!“
아내는 옆에서 또 한번 옆구리를 찌른다.
‘이거 마눌이랑 다니면 언론의 자유가 막혀
옛날 박모 정권 생각난다니께......‘
남자분들 혹시 부인들과 다니면 다들 그런가요???
나만 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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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 : 이화에 월백하고 은한이 삼경인데
들머리에서 몇 발짝 떼지도 않았는데
4월의 마지막 날의 날씨가 어찌나 뜨거운지
“메뚜기 마빡 벳겨지것네~~” 하는 말에
설익은 풋 웃음을 짓는다.
군인 사열하듯 열오를 맞춰
위쪽에 보이는 연분홍 꽃이 복사꽃이고,
길 옆 하얀 꽃이 배꽃이라는 떠돌이님의 말씀에
한 편의 시조를 떠올려 한 소절씩 댓귀로 주고받는다.
“이화에 월백하고 은한이 삼경인제”
“일지 춘심이 자귀야 알랴마는”
“다정도 병인 양하여 잠못들어 하노라”
“이 시를 누가 썼더라.....”
“글쎄요, 저도 그건 기억에 없는데요”
“황진이 시의 유형이 이런데......”
떠돌이님께서 황진이의 시 한 수를 덤으로 얹어 주시고,
그의 시에서 나타나는 대장부적인 시성(詩性)과
대범함에 빠져들지 않은 남자가 없었음을 일러주신다.
아마도 지족선사의 30년 수도를 도로아미타불로 만든
그 이야기를 염두에 두고 하신 말씀이려니 생각하며
정비석 님이 쓴 "소설 김삿갓"에 나오는
황진이와 서화담의 일화를 떠 올려본다.
“그래도 황진이가 서화담(서경덕)은 못 꺾었다던데요??”
“그렇죠... 거기에 감탄을 해서 황진이가 서화담의 제자가 됐지요....”
이러니 저러니 몇 마디를 주고 받다보니
함께 산행을 한 아내가 보이질 않는다.
이렇게 나만 즐기며 산행하다
집에 가선 라면 한 그릇도 못 얻어먹지 싶어 돌아보니
아내는 팥죽 땀을 흘리며 몹시 힘겨운 표정이다.
길 옆에 지천으로 널린 노란 애기똥풀이 작은 입을 옹동그리며
힘찬 응원을 한다. ‘힘을 내라’고......
** 이화에 월백하고는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청구영언에 수록된
이조년의 시조였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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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부 : 드라큐라같은 부회장님 고마워유~~~!!!!
조금은 아쉽지만 떠돌이 형님과 걸음을 따로 하고
옆지기와 함께 산을 오르는데
산길이 시작되는 첫 머리에 먹거리가 왜 그리 많은지..
길 바닥에는 이제 막 물 오른 [물곳]이 널려 있고,
산 비탈에는 [거렁대][지칭개]가 비스듬히 누워있다.
이미 쇠해서 먹을 수 없는 홑잎은
홑잎이 아닌 쌍닢이 되어있고,
늦 깎기 신갈나무, 개옻나무는 이제 움을 피워 올린다.
잰 걸음으로 내 발걸음을 따르기 버거웠는지
먼저 오르라는 아내의 채근에
앞서 선두그룹과 먼저 오르다 보니 산비탈에 고사리가 지천이다.
친구 “세균맨”과 함께 고사리를 뜯기도 하고,
잔데도 캐고, 꽤 오래 묵은 산도라지도 캐고,
길 옆에서 가시오갈피와 엄나무 순도 몇 개 따고......
산나물에 취해 이리저리 발길이 헤메다 보니
뒤에 쳐진 산내음 식구들의 발길이
앞지르는데 옆지기는 보이지 않는다.
유난히 더위에 쉽게 지치고,
땀을 많이 흘리는 사람이기에
함께 하던 일행들을 먼저 올려 보내고,
길 옆에 주질러 앉아 하모니카를 불어본다..
비척비척 게 걸음으로 죽은 거위 발 놀리 듯
발을 떼는 아내의 등을 두드리고, 찬물을 먹이지만
체력 조절에 실패한 탓인지 몹시도 힘들어한다.
부회장님께서 오셔서 침으로 손가락을 따주고,
정과 사랑을 모아 쥔 손으로 어루만지니
새롭게 기운을 얻어 버겁게 산길을 오른다.
‘헌데 부회장님
그 이쁜 얼굴에 우찌 그리 모지락시럽게
손가락을 침으로 팍팍 찌른대유????
그 순간 드라큐라 같더래니께유~~!! 크크크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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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부 : "국상에 개다리 꼬이 듯" 꼬이고.......
바람도 불어주지 않는 날씨에
아직은 시원한 그늘도 만들어 놓지 않은 산.
외중방가든에서 부터 사봉까지의 구간은
정감어린 산내음 식구들이 없었다면
중도하차하고 싶은 지겨운 구간으로 생각된다.
배낭 하나는 업고, 하나는 끌어 안고,
거기다 더위를 짐으로 잔뜩 얹고
오르는 산길이 쉽지 않지만 회장, 총무님의
더분더분 묻어나는 웃음 섞인 한마디에
피로와 더위를 나무 등걸에 걸어 놓고 오르니
내겐 또 다른 즐거움이다.
사봉을 조금 못 미쳐 잠시 휴식 시간.
지난 팔영산 산행 후 신랑이 장갑을 사줬다는
사랑이 묻어나는 자랑을 하는 인어공주님.
반면에 비비아나님이 장갑을 선물을 해준다면서
건설노무자가 쓰다 버린 코팅된 장갑을 주워
사람 열 받게 했다고 투덜거리는 회장님.
“아니 회장님~!!
국상(國喪)에 개다리 꼬이 듯 비비 돌아가는
나 같은 사람에게 선물은 하는 거지
목살, 삼겹살이 다 붙어 있는 회장님한테
선물을 하는 건 좀 그렇쟎나요??“
쉬운 말로 해야지 어려워 못 알아듣겠다는
인어공주님의 말에 또 다시 뻘쭘해진다.
잠시의 휴식과 웃음으로 피로를 물리치고,
힘겹게 사봉에 오르니 시원한 바람이 환대한다.
그린박사님의 배려로 사진을 한 장 남기고,
제비 몰러 또 다시 발걸음을 뗀다.
제비봉을 눈 앞에 두고,
“국상에 개다리 꼬이 듯” 아내의 다리가 꼬이니
붉은 몸체에 허리를 숙인 나이 많은 소나무 하나가
점쟎케 뒷짐을 지고, 나와 아내를 불러 세운다.
‘어이~!! 여보게~~!!
그리 힘들면 쉬어가게~~
내가 자네를 위해 그늘을 만들어 두었네~~‘
이 한마디에 소나무 아래 자릴 잡고,
하모니카를 꺼내 조용히 불어본다.
** 국상에 개다리 꼬이 듯 ....
옛날 임금이 죽은 것을 국상이라 하는데
상감이 죽으면 대궐에 진상을 할 진상품을 모으다 보니
백성들은 모두 수탈을 당해 먹을 것이 없고
그러다 보니 다리가 넷인 개들은 얻어먹질 못해
다리가 꼬여 걷지도 못할 정도로 기운없이 비틀거리는
것을 나타내는 말이라고 합니다.
무슨 일이 잘 안되고 꼬일 때 쓰는 말이기도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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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부 : 코딱지로 그린 산수화.....
제비봉을 밟는 순간
휴식만이 피로를 물리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오감을 통해 피로를 풀어 버릴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껴본다.
산과 산을 매끄럽게 이어주며 휘도는 물줄기.
하늘 향해 솟아 있지만 서로 다투지 않고
부드럽게 적당히 자기의 자리를 잡고 서있는
금수산, 말목산, 동산, 가은산과 그 발 뿌리들......
그 자연스런 조화에 그저 말을 잊을 뿐......
저 자연의 아름다움을 표현하려는 욕망에
사진을 찍고, 그림을 그리기도 하고, 글을 써 보지만
인간의 과학과 예술이 만들어 내는 그 어떤 것도
자연이 주는 아름다움을 나타낼 수 없으니......
분청사기로 유명한 도예가 ‘윤광조’ 선생이
저 아름다운 산의 모습에 감탄 해
분청사기 초벌구이에 그림을 그려 넣으려는데
나뭇가지로도, 쇠붙이로도 안되고,
그 무엇으로도 되질 않았는데
“코딱지로 그려보니 그림이 제대로 되더라”나......
부드럽지도 않고, 딱딱하지도 않고,
물도 아니고, 몸도 아니고,
별 것도 아닌 것이 굽이굽이 물결치는 산들을 그려내고,
그 능선의 하늘을 만들어 놓을 수 있었다나..
조금은 하챦아 보이는 코딱지가
분청사기에 그리는 그림의 도구가 되다니......
이 세상의 아름다움을 그려내는 것도
때로는 화려한 주연의 삶을 살아가는 이들보다
주변인으로 관객으로 살아가는 이들로 인해
더욱 아름답게 그려지는 것은 아닌지......
코딱지처럼 버려질 것으로 여겨지는 것이
아름다운 산을 그릴 수 있는 것 처럼......
이런저런 생각에 빠져들다가
먼저 발길을 떼는 아내를 따라
부족하지만 몇 장의 기념사진으로
아쉬움의 빈자리를 채워 넣는다.
제비봉에서 어떤 제비에게 손목이라도 잡혔는지
아내가 새 힘을 얻어 발놀림이 빨라지고,
힘들다는 말없이 편안히 내려오니그나마 내 짐이 많이 덜어진 듯 하다.
‘아줌마들한테는 제비가 특효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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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부 : 사람의 욕심에 자연은 멍들고......
발걸음을 재촉하다보니
언제나 든든한 산내음의 버팀목으로
산을 바라보는 눈을 새롭게 열어주는 떠돌이님과
풋풋하고, 목 캔디를 먹은 입 속처럼
화~~ 한 웃음을 주는 감꽃님과 합류하게 됐다.
지난 주 산행 최고의 사진으로 뽑힌
떠돌이님의 사진 속의 멋진 포즈와
그 때 불렀던 “영영”은 추억 속의 노래라는 등
이런 저런 이야기로 산행의 맛을 더해준다.
사람은 하루하루 추억을 만들면서 살아가다가
추억을 만들 힘이나 능력이 없어지면
그때부터는 그 동안 만든 추억을 까먹고 산다고 한다.
그 모든 추억을 다 먹고 나면 그때서야 죽게 되는데
먹어야 할 추억이 없는 사람은
죽기 전 고통 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내지만
많은 추억을 만든 사람은
그 추억의 맛에 고통을 모른다는데......
이 몇 마디의 말에 아내와
떠돌이님, 감꽃님 모두가 동감을 하는 것 같다.
간간히 뒤돌아보고 옆을 돌아보며
주위의 절경에 감탄하며 떼는 발걸음.
그 발길에 닿는 계단의 촉감이
마음에 상처로 다가선다.
자연을 사랑하고, 산을 사랑함이 얼마나 지극한지
산을 깎고 철주가 박힌 것을 못내 아쉬워하는 떠돌이님도
여긴 그냥 계단이 없어도 얼마든지 오를 수 있는데를
연발하시면서 안타까움을 나타낸다.
수 천년의 삶을 고즈넉이 지켜온 바위를
문명의 힘을 빌어 사람의 힘으로 구멍을 뚫고,
그 위에 쇠철주를 박아 넣어 계단을 만드는 것.
많은 사람이 편하게 즐기라고 했건만
올라가서 즐기지 못한다면
바라보면서 즐기면 될 것을
굳이 이렇게까지 해서 산을 올라야만 하는 건지......
이러한 모습을 장자가 보면
미친 짓들 했다고 할 텐데......
어느 날 공자의 제자가 장자를 찾아가
쌀을 다섯 섬을 담을 수 있는 바가지가 있는데
너무 커서 뭘 담을 수도 없고,
물을 뜰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쪼개서 쓰려 해도 아래가 넓어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더라며
장자의 마음 그릇만 넓지 아무 쓸모가 없음을 탓을 하니
장자가 하는 말이
‘어찌 꼭 자기의 필요한 용도로 맞춰서 쓰려하누.
그냥 바가지가 크면 큰대로 내버려 두면 될 것을......
자기한테 맞출게 아니고 바가지에 맞춰서
저 하수에 띄워놓고 그냥 타고 놀면 될 것을......
그 모든 것이 욕심이지.‘ 했다는데......
우리네 사람들 하는 짓이 뭐든지 꼭 저한테 맞추려다 보니
산을 깎아내고, 바위를 쪼개고, 철주를 박고......
산에 좋은 나무를 그냥 두고 보면 될 것을
집으로 캐다 놓고는 철사로 칭칭 감아두고,
모가지를 자르고 뿌리를 잘라서 분재를 만들고는
보기 좋다고 하는 그 모든 것들이
인간의 욕심에서 불거져 나오는 것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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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부 : 벌레 인간......
한 걸음씩 떼면서 하산 하는 길이 못내 아쉽다.
서너 발자국을 떼고 아쉬워 뒤돌아보고,
몇 발자국 떼고는 또 앞에 펼쳐진 충주호를 바라보면서
파란 하늘과 산과 물이 한데 어울어진 풍경에서
피곤함은 잊혀지고 아쉬움만 남는데
뒤돌아 볼 때 마다 머리 위로 보이는 계단이
몹시도 신경에 거슬린다.
‘이 지구가 정말 누구의 것인가?
이 자연이 인간의 것이란 말인가?‘
‘쌀을 먹는 쌀 벌레 입장에서 본다면
인간같이 독종인 쌀 벌레가 없을 테고,
나무를 갉아 먹는 나무 벌레 입장에서 본다면
인간보다 더 끈질긴 해충이 있을까??‘
‘그렇다면 산을 병들게 하고,
물을 병들게 하며, 지구를 병들게 하고
더 나아가서는 우주를 좀 먹는 해충 중에서
인간보다 더한 해충이 존재할까???
다니기 불편하다고 산을 깎아 내어 길을 만들고,
부족하지도 않은 양식을 더 얻겠다고
바다를 메워 간척지를 만들고,
조금 편리한 생활을 하겠다고 댐을 만들고.....
인간이 아닌 다른 자연의 입장에서 본다면
인간은 가장 못된 독충에 불과할 텐데......‘
얼마 전
무균 실험용 원숭이 99마리의 생명이
인간의 욕심에 의해 무참히 죽어갔는데
그들의 삶을 침해할 권리가 정말 인간에게 있는 건지......
그들도 자연의 일부인데......
자연의 심각한 훼손을 바라보면서
좋은 산행 속에서 조금은 착잡함을 느끼는데
떠돌이님이 한 말씀을 얹어 주신다.
“입장료를 받고 아무것도 안할 수도 없고 하니
계단을 놨는가본데
가끔 청소나 해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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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부 : 누군가를 감동시키기에 눈물이 필요한 건 아니지......
어찌나 더운지 함께 동행하는 일행 모두
물은 바닥이나 몹시도 갈증을 느끼는데
옛날 2000여년 전
예수님이 신었던 슬리퍼를 질질 끌며,
자신의 피곤함은 못 본척하고,
작은 병에 물을 잔뜩 담아 석화가 올라온다.
갈증에 지쳐 고맙다는 인사는 뒤로하고
염치없이 선뜻 받아 마시는 물은 잘 넘어가는데
그 물에 함께 담긴 정은 목에 걸려 넘어가질 않는다.
‘아~~!!!
이 따뜻한 정이여~~!!‘
살아오면서 이렇게 시원한 물은 마셔본 적이 있던가?
물이 해결해 주는 갈증은 다시 찾아들겠지만
물 속에 녹아 있는 석화의 그 따뜻한 마음으로
우리 산내음의 회원들은 언제나 목마르지 않으리니......
사람을 감동시키는 데 꼭 눈물이 필요한 것은 아니구나.
또한,
누군가를 감동시키기에는
말이나 글에서는 그 한계가 있지만
진실로 우러나는 따뜻한 마음은 끝이 없으려니......
산행의 목적지에 도착을 하니
텁텁한 동동주가 목구멍을 바라보고 있다.
떠돌이님의 손에 들려 한 순배 돌고,
석화의 손에 들려 또 한 순배 돌고,
돌아가는 술잔 위에는 정이 동동 떠 오른다.
뜸 물먹고 핵 갈리나, 막걸리 먹고 핵갈리나
핵 갈리는 건 마찬가지다 보니
남들 막걸리 마실 때 쌀 음료를 마시던 나지만
이런 좋은 분위기에서 한 잔 하지 않는다면
막걸리가 섭섭하지......
목 울대를 타고 넘는 텁텁한 한잔 술에
도토리 묵 안주가 제격이구나.
회장님이 하산해서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돌리니
아이스크림과 함께 산행의 피로는 녹아내리고,
하루의 산행은 마감을 한다.
돌아오는 버스 안
로즈마리님이 가져오신 기타를 한곡 쳐보라는데......
이거 할 수도, 안 할 수도 없는 입장인데
아내가 답을 내려준다.
“하지 마!! 다음에 당신 기타 가져와서 해~!!”
본래 클래식을 배운 나로써
통기타나 일렉트릭을 잡는 것은 다소 무리가 따른다.
일반적으로 그냥 같은 것이려니 생각하지만
건반악기로 볼때 클래식이 피아노라면,
통기타의 경우는 키보드(전자올겐)로 이해하면 될 것 같은데
피아노 치는 사람이 키보드 쳐보면 이상하고,
키보드 치는 사람은 피아노가 이상한 건데....
어쨌든 이래서 키타는 다음에 기회가 되면
비록 소음이 될지라도 한번 튕겨 봐야지
하는 생각과 산행기를 써야하나 말아야하나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보니 목적지에 도착했단다.
모든 일정의 마무리로
[설악추어탕]에서의 시원한 추어탕 한 그릇에
삼천갑자 동방석이도 부럽지 않다고 함포고복하는데
옆자리에 앉은 “노랑원추리” 님이
어깨에 묵직한 배낭을 하나 걸어준다.
“이번에 산행기 바로 올리실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