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부 뽀뽀한번 3만원 --
모처럼 아내와 함께 산행에 나선 길
항상 그렇 듯 버스 뒤쪽에 자릴 잡는다.
힘들이지 않고, 느물느물 넘어가는 총무님 입담.
평소답지 않은 광고성 인사말의 회장님 달변.
발음이 가끔 이빨에 묻어 설 발음 되는 등반대장의 산행안내.
톨 게이트를 지나면서 뒷좌석 분위기가 살아난다.
‘평소 책 한권도 안 보는데
지도책을 갖고 오다 놓쳐 책 모서리에 새끼발가락이 맞아
발가락이 부러진 줄 알았다‘고 대장님이 자리를 펴니
“나 어제 저녁에 신랑한테 뽀뽀 한번해주고 3만원 받았고,
라면 한 그릇 끓여주고 5만원을 받았어....“라고 하는데.....
‘아니 이게 뭔 소리????
모처럼 집식구하고 산행 왔더니
분위기 진짜 묘하게 돌아가네....
내일부터 마눌한테 라면 한끼도 못 얻어먹게 생겼구먼.....‘
흥부 볼때기의 밥풀을 뜯어먹지..
아니 거지 똥구멍에 콩나물 대가리를 뽑아 먹지...
나 같은 봉급쟁이는 월급이 마눌 통장으로 다 들어가는데
라면 한 그릇에 5만원이면......
오늘 산행 묘하게 꼬이는거 아닌지 모르것다.
-- 2부 개나리, 망초의 유래 --
전남 영암 월출산을 지나며,
하얀 매실 꽃, 노란 개나리가 눈에 밟히고,
조금은 메말라 보이는 빨간 흙이 인상적이다.
뒷좌석에서 키 큰 미남아저씨가
“개나리는 ‘나리꽃’에서 나온 말로
가짜 나리꽃을 말한다“고 어원을 설명한다.
어린시절
자상했던 아버지께 물었더니
아버지는 내게 개나리를 지나가는 말로 이렇게 설명하셨다.
[나리]는 옛날에 선비나 상전을 나타내는 말이었는데
왜놈들이 들어와 상전행세 하는 꼴이 우습지만
양반대접을 받고 싶어 하다보니 [나리]로 불렀는데
“니가 나리면, 개도 나리다”라는 뜻으로 [개나리],
즉 [개 같은 나리]로 불렀다고 한다.
어느 날
일본 순사가 그 말을 듣고 동네사람들을 잡아 족치는데
기지가 있던 한 사람이 길 옆 [개나리]를 가리키면서
“이 꽃을 보고 한 말입니다”해서 위기를 모면했고,
그때부터 [개나리]가 되었다고 들었는데......
또한,
[망초 꽃]을 보면서
“계란 후라이 한거 같지요?” 하고는
“이게 왜 이게 망초 꽃이냐”고 여쭤보니
글쎄 나도 할아버지한테 들은 말인데
이 꽃이 우리나라에 없던 꽃인데
을사년에(1905년) 일본 놈들이 들어오면서
갑자기 이 꽃이 산지사방에 생기기 시작해
[亡國草(망국초)]라고 하다가 나중에 망초라고 했다는데
그게 나라를 망친 건지 어쩐지 몰라도
농사에는 아주 못쓰것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가
돌아가신 아버지 생각에 눈시울의 초점을 잃어,
뒤로 기댄 채 조용히 눈을 감았다.
-- 3부 남자가 흘리지 말아야 할것은 눈물만이 아닙니다 --
강진의 휴게소에 들러 물을 한 병 사고,
화장실을 들렀는데 소변기 앞에 써 있는 묘한 문구.
[남자가 흘리지 말아야 할 것은 눈물만이 아닙니다]
「***비뇨기과」
스티커 옆쪽에
빨간 고추에서 거시기가 떨어지는 그림이 있다.
거 참 묘한 뉘앙스를 주네...
‘아니 남자가 뭘 자꾸 흘린다고 저런댜???
그리고, 남자는 흘리면 안되고, 여자는 흘러도 되나??
저런 표어를 만들어 내는 사람의 IQ는 얼마나 될까?
도자기로 유명한 강진에 들어서니
어느 대하소설에서 본 “핏빛의 한 서린 땅이여”라는
절절한 표현이 마음 속에서 전율로 다가선다.
착취당하고, 억압당한 그 아픔으로 인해
“핏빛 땅”이 되었다는 것과 더불어
‘그 모든 한이 흙을 붉게 물들였기에
이 땅 사람들은 급하고 격하게 된 것은 아닌지‘라는
어느 작가의 글귀가 떠오른다.
버스에서 하차해
봄이 왔음을 속삭이는 냇물 소리를 들으며
경사면을 따라 활기차게 발걸음을 내딛는다.
봄 여신의 질투 탓인지,
산행을 시작한 지 겨우 10여분이나 되었을까??
철인에 가까운 고정 선두 ‘석화’가
평소답지 않게 힘들어한다.
산을 오르며 바람을 맞고자 눈을 드니
멀리 보이는 강진만이
한 주간 눈의 피로를 풀어주며,
시원하게 몰아치는 봄바람이 볼을 간지른다.
이름모를 작은 들풀은
제 키를 키우려 까치발로 일어섰는데
아침 이슬을 양식으로 삼아
힘겹게 피워 올린 꽃의 무게에 못 이겨
등을 반쯤은 굽히고 있다.......
‘네 삶도 참 무겁구나
우리네 고단한 사람의 삶처럼......’
-- 4부 자루 벌린 년이나, 퍼 넣는 놈이나....
이 산행 콧노래가 절로 나오는데
아내가 한마디 한다.
“노래 한곡 해 보슈~~ 집에서 소리지르지 말고....”
“기타가 있어야 하지... 집에서야 기타가 있으니 하지만....”
“당신 [명태] 좋아하니까, 그냥 한번 해봐”
“됐시유~!! 반주없인 안햐~~~”
첫 쉼터에서 무전기를 잡은 대장님은
정상에 오르면 인자무적이 가곡을 한 곡한다고
회원들에게 다 전달을 하는데
눈앞에 동봉을 두고, 아내가 또 한번 채근을 한다.
“꼭 [명태] 해야 돼~!!!”
‘자루 벌린 년이나 퍼 넣은 놈이나......’
제대로 할 줄도 모르는 가곡을 하라는 마누라나
넉살 좋게 한다고 한 나라는 놈이나....
“알았어~!! 헌데 [명태]는 지금 분위기가 아녀”
서봉에 올라 가뿜 숨을 내 쉬는 순간
착착 몸에 감기는 봄바람의 단맛이 일품이다.
힘들게 오른 탓인지
여자 회원분이 서봉 표지석을 끌어안는데
“서방이라고 그래 끌어안나”하는 대장의 말.....
‘허~~ 누군 뽀뽀해주고 삼만원 받았다는데
저 표지석은 돈이 얼마나 있기에 끌어안지?‘
미인의 품에 안긴 표지석이 빙그레 웃네.....
‘음~~!! 저 표지석도 숫놈인가????’
-- 5부 황혼의 노래 --
시원한 바람을 맞으면서 앉은 서봉에서
호랑이 개 끌고 가는 소리를 한번 토해본다.
‘아지랑이 하늘거리고, 진달래가 반기는 언덕
헤어진 꿈 추억을 안고, 오늘 나는 찾았네...
내 사랑아 그리운 너 종달새에 노래싣고서
그대여 사랑에 노래 나는 너를 잊지 못하리
가슴깊이 새겨진 사랑이 아롱질 때
맑은 시내 봄꿈을 안고 어린 싹이 눈을 비빌 때
그 옛날에 아련한 모습 내 맘에 새겨진다‘
“황혼의 노래”를 한곡 해보지만
삶에 찌들고, 욕심에 더해가는 나이까지
이 모든 것으로 늘어진 테이프 소리만 밀려 나간다.
남들이 잘 모르는 깐소네를 한 곡하려 했으나
언제 해본 노랜가 싶어 포기를 하고 자리에 않는다..
‘남의 괴로움이 나의 즐거움???’
듣는 이 귀야 괴롭든 말든
내 속이 시원하도록 노래 불렀으면 됐지.....
동봉으로 가는 길에 아내가 한마디 한다.
“거 봐~!! [명태]하래니까”
“북어국이라도 한번 끓여주고 명태를 하라고 하지......”
능선을 따라 가는 길에
지나온 길을 뒤돌아보면서 흐뭇해하고,
가야할 길을 바라보면서 조금은 허탈해하고
그러면서 또 가야할 길이기에 기뻐하고
이 모든 것이 사람의 살아가는 일이려니......
-- 6부 치욕의 역사는 되풀이 되고... --
대장님이 동백나무 군락지라고 소개하는
동백나무 숲에 도착을 하니
빨간 동백이 흐드러지게 피어있고
더러는 그 붉은 핏빛 잎을 떨구고 있다.
100년 전 을사년
치욕의 우리나라 역사.
영.일동맹으로 영국은 인도를, 일본은 조선을,
카스라 태프트 밀약으로 미국은 필립핀을, 일본은 조선을,
제 멋대로 나눠 먹기식의 외교전에
힘없는 우린 그저 당하기만 했는데......
지금의 동북아 정세는
또 다시 100년 전의 시계로 돌아가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해
미국은 일본에 힘을 실어주고,
일본은 미국을 등에 업고 날뛰는데.....
힘없는 우리는 그저 당해야만 하는가????
마음 아픈 현실이다.
역사의 왜곡이나 독도문제.
이 모든 것이 미국의 힘이 아니라면
국제적으로나 외교적으로 일본이 저럴 수 있을까?
우린 언제나 미국과 일본의 눈치 속에 살아야 하는가?
'제 아무리 독도가 우리 땅이라고 해도
그저 힘이 있어야 확실한 우리 땅인데...
일본문제도 우리 힘만으로 어렵다면
일본과 국경분쟁이 있는 중국, 러시아, 인도네시아, 필립핀.
역사 왜곡에 있어 함께 맞물린 중국과의 연대를 통해
대응하는게 현명할거 같은데....'
하긴 높은 양반들이 어련히 알아서 할까만....
미국의 눈치때문에 중국과 연대도 하지 못하는 것 같고
그대로 넘어가자니 그저 속은 끓고.....
몹시도 서글픈 오늘의 현실에
동백꽃이 더욱 붉게 느껴진다.
그 빛이 한의 빛으로 내 눈에 다가선다...
-- 7부 천리마보다 고양이.... --
덕룡산을 눈 앞에 두고,
동봉을 하산하는 마지막 코스.
산내음 식구들과의 헤어짐이 섭섭해
그 발걸음을 잡는 가파른 웰빙구간.
더듬적 버비적 거리는 발걸음 속에서
인어공주님 대퇴부에 쥐가 난다고 한다.
‘음~~ 앞으로 산에 올때 고양이를 데리고 와야 하나?
쥐 잡는데는 천리마보다 고양이가 최고지.
천리마인 대장이나 회장, 총무도 속수무책인데...‘
옆에 있던 시나브로님이 다리 좀 주물러 주랜다.
‘헉~~!! 주물르라고??? 나야 좋지...ㅋㅋㅋㅋ~~!
본래 내가 여자하고 새우깡은 옆에만 있으면 손이 가는데
산내음에선 쫓겨날까 가만있었더니
눈치 빠른 사람이 벌써 알고 주무르라 하니......ㅎㅎㅎㅎ~~‘
(손이 가요 손이가 새우깡에 손이가요
어른 손 아이, 손 자꾸만 손이가....ㅎㅎㅎㅎ)
울 식구가 혹시 잘못보고 오해하면
집에 가서 주걱으로 맞을까 걱정돼
주먹으로 몇 번 툭툭 칠 뿐 해줄게 없다.
어쨌든 좋아져 무사히 내려가니 그저 다행스럽고
그리 힘들어하면서도 우회로를 택하지 않고
끝까지 내려가는 모습이 참 보기 좋다.
8부 미다스의 손
암릉의 험한 마지막 코스를 내려서는 순간
언제 암릉을 왔나 싶게 눈앞에 펼쳐진 모습은
갈대밭인지 억새밭인지 색다른 분위기로
산행의 맛을 더욱 깊게 한다.
사진을 찍으라는 회장님 권유에
아내와 이리저리 갈대밭을 헤집고 사진을 찍는데
그 사각거리는 소리와 밟히는 촉감.
이것은 내게 또 다른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말없이 걷는 산행 길이 머쓱해
아내에게 갈대밭에 대한 이야기를 주절거린다.
켄타로스던가 어딘가 지명은 잘 기억이 안나는데
어쨌든 그리스지방에 ‘미다스’라는 왕이 살었댜~.
아버지는 유명한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남긴 고르디우슨데
어느 날 술의 신‘디오니소스’의 스승 ‘실레노스’가
술에 취해 비틀거리면서 사람들에게 조롱당하는 걸 보고,
열흘 동안 잘 대접해서 보냈다네.
실레노스는 그 제자 ‘디오니소스’에게 그 이야기를 하자
‘디오니소스’는 감사의 표시로 ‘미다스’왕에게
어떤 것이든 한가지 소원을 말하면 들어주겠다고 하지.
‘미다스’는 그 말을 듣자
‘내 손으로 만지는 모든 것은 황금이 되게 해 달라’고 해
미다스가 만지는 모든 것은 황금으로 변하게 되지
자신의 딸을 만지자 금으로 변하고, 빵을 먹으려는데 금이 되고,
물을 마실래도 금이 되자 결국 크게 후회를 하지..
결국 욕심으로 자신이 죽게 될 것을 생각하면서
행복은 황금에 있는 것이 아니라
불행의 원천 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지...
다시 ‘디오니소스’를 찾아가 마술을 풀어줄 것을 요청하는데
무슨 강에 가서 손을 씻으면 그 마술이 풀리게 된다고 해
손을 씻고 마술이 풀렸다네....
마술이 풀리면서 손에서 금이 녹아내려
그 후 강가의 모래에는 금이 붙게 되고,
그게 사금이라는 겨..
내가 어릴 때만 해도 무심천에서 사금채취 많이 했었걸랑
지금이야 오염도 되고 모래도 별로 없지만....
-- 9부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
그 후 ‘미다스’는 자연과 함께 들에서 살게 되었는데
들의 신 ‘판’이 리라라는 악기를 연주하는 소리를 듣고
세상에서 최고의 연주자로 칭찬하게 되는데
그 때 음악의 신이며, 활의 신 아폴론이 자신이 최고라고 자부를 하는데
자신보다 더 연주를 잘한다는 말에 화가 나
둘이서 대결을 하게 되지.
머리가 나빠서 심판관 이름은 기억이 안나는데
어쨌든 그 때 심판관은 아폴론이 연주를 잘한다고 칭찬을 하지만
‘미다스 왕’은 ‘판’이 더 잘했다고 주장하자
아폴론이 미다스를 벌하게 되지.
음악도 들을 줄 모른다는 이유로
제대로 소리를 들으라고
두 귀를 크게 만들고, 그 귀에 털이 나게 만들게 됐다네.
우리가 어릴 때 들었던 ‘당나귀 귀’의 주인공이
바로 그 미다스 왕이야.
그 왕은 자신의 귀가 너무 쪽팔려
그 귀를 가리느라 머리에 수건같이 생긴 터번을 쓰고 다니게 되고,
그 지방의 모든 백성들까지 그걸 쓰게 만들었다네.
그래서 지금까지 그 신화의 중심인 중동지역에서는
터번을 쓰게 되었다고 하는데
진짜는 아닐테고 신화가 그렇다는거지....
어쨌든 그 털이 자꾸 길게 자라다 보니
그 털을 자르는 이발사가 필요했고,
그것을 알게 된 이발사는 그 말을 하지 못해
병이 될 것 같아 들로 나가
갈대가 있는 들판에 구멍을 파고
거기에다 소리를 질렀댜.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그 후 부터 갈대밭을 가서 가만히 들어보면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는 소리가 들리는데
"지금 혹시 그 소리 들리나????"
모처럼 아내와 함께 산행에 나선 길
항상 그렇 듯 버스 뒤쪽에 자릴 잡는다.
힘들이지 않고, 느물느물 넘어가는 총무님 입담.
평소답지 않은 광고성 인사말의 회장님 달변.
발음이 가끔 이빨에 묻어 설 발음 되는 등반대장의 산행안내.
톨 게이트를 지나면서 뒷좌석 분위기가 살아난다.
‘평소 책 한권도 안 보는데
지도책을 갖고 오다 놓쳐 책 모서리에 새끼발가락이 맞아
발가락이 부러진 줄 알았다‘고 대장님이 자리를 펴니
“나 어제 저녁에 신랑한테 뽀뽀 한번해주고 3만원 받았고,
라면 한 그릇 끓여주고 5만원을 받았어....“라고 하는데.....
‘아니 이게 뭔 소리????
모처럼 집식구하고 산행 왔더니
분위기 진짜 묘하게 돌아가네....
내일부터 마눌한테 라면 한끼도 못 얻어먹게 생겼구먼.....‘
흥부 볼때기의 밥풀을 뜯어먹지..
아니 거지 똥구멍에 콩나물 대가리를 뽑아 먹지...
나 같은 봉급쟁이는 월급이 마눌 통장으로 다 들어가는데
라면 한 그릇에 5만원이면......
오늘 산행 묘하게 꼬이는거 아닌지 모르것다.
-- 2부 개나리, 망초의 유래 --
전남 영암 월출산을 지나며,
하얀 매실 꽃, 노란 개나리가 눈에 밟히고,
조금은 메말라 보이는 빨간 흙이 인상적이다.
뒷좌석에서 키 큰 미남아저씨가
“개나리는 ‘나리꽃’에서 나온 말로
가짜 나리꽃을 말한다“고 어원을 설명한다.
어린시절
자상했던 아버지께 물었더니
아버지는 내게 개나리를 지나가는 말로 이렇게 설명하셨다.
[나리]는 옛날에 선비나 상전을 나타내는 말이었는데
왜놈들이 들어와 상전행세 하는 꼴이 우습지만
양반대접을 받고 싶어 하다보니 [나리]로 불렀는데
“니가 나리면, 개도 나리다”라는 뜻으로 [개나리],
즉 [개 같은 나리]로 불렀다고 한다.
어느 날
일본 순사가 그 말을 듣고 동네사람들을 잡아 족치는데
기지가 있던 한 사람이 길 옆 [개나리]를 가리키면서
“이 꽃을 보고 한 말입니다”해서 위기를 모면했고,
그때부터 [개나리]가 되었다고 들었는데......
또한,
[망초 꽃]을 보면서
“계란 후라이 한거 같지요?” 하고는
“이게 왜 이게 망초 꽃이냐”고 여쭤보니
글쎄 나도 할아버지한테 들은 말인데
이 꽃이 우리나라에 없던 꽃인데
을사년에(1905년) 일본 놈들이 들어오면서
갑자기 이 꽃이 산지사방에 생기기 시작해
[亡國草(망국초)]라고 하다가 나중에 망초라고 했다는데
그게 나라를 망친 건지 어쩐지 몰라도
농사에는 아주 못쓰것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가
돌아가신 아버지 생각에 눈시울의 초점을 잃어,
뒤로 기댄 채 조용히 눈을 감았다.
-- 3부 남자가 흘리지 말아야 할것은 눈물만이 아닙니다 --
강진의 휴게소에 들러 물을 한 병 사고,
화장실을 들렀는데 소변기 앞에 써 있는 묘한 문구.
[남자가 흘리지 말아야 할 것은 눈물만이 아닙니다]
「***비뇨기과」
스티커 옆쪽에
빨간 고추에서 거시기가 떨어지는 그림이 있다.
거 참 묘한 뉘앙스를 주네...
‘아니 남자가 뭘 자꾸 흘린다고 저런댜???
그리고, 남자는 흘리면 안되고, 여자는 흘러도 되나??
저런 표어를 만들어 내는 사람의 IQ는 얼마나 될까?
도자기로 유명한 강진에 들어서니
어느 대하소설에서 본 “핏빛의 한 서린 땅이여”라는
절절한 표현이 마음 속에서 전율로 다가선다.
착취당하고, 억압당한 그 아픔으로 인해
“핏빛 땅”이 되었다는 것과 더불어
‘그 모든 한이 흙을 붉게 물들였기에
이 땅 사람들은 급하고 격하게 된 것은 아닌지‘라는
어느 작가의 글귀가 떠오른다.
버스에서 하차해
봄이 왔음을 속삭이는 냇물 소리를 들으며
경사면을 따라 활기차게 발걸음을 내딛는다.
봄 여신의 질투 탓인지,
산행을 시작한 지 겨우 10여분이나 되었을까??
철인에 가까운 고정 선두 ‘석화’가
평소답지 않게 힘들어한다.
산을 오르며 바람을 맞고자 눈을 드니
멀리 보이는 강진만이
한 주간 눈의 피로를 풀어주며,
시원하게 몰아치는 봄바람이 볼을 간지른다.
이름모를 작은 들풀은
제 키를 키우려 까치발로 일어섰는데
아침 이슬을 양식으로 삼아
힘겹게 피워 올린 꽃의 무게에 못 이겨
등을 반쯤은 굽히고 있다.......
‘네 삶도 참 무겁구나
우리네 고단한 사람의 삶처럼......’
-- 4부 자루 벌린 년이나, 퍼 넣는 놈이나....
이 산행 콧노래가 절로 나오는데
아내가 한마디 한다.
“노래 한곡 해 보슈~~ 집에서 소리지르지 말고....”
“기타가 있어야 하지... 집에서야 기타가 있으니 하지만....”
“당신 [명태] 좋아하니까, 그냥 한번 해봐”
“됐시유~!! 반주없인 안햐~~~”
첫 쉼터에서 무전기를 잡은 대장님은
정상에 오르면 인자무적이 가곡을 한 곡한다고
회원들에게 다 전달을 하는데
눈앞에 동봉을 두고, 아내가 또 한번 채근을 한다.
“꼭 [명태] 해야 돼~!!!”
‘자루 벌린 년이나 퍼 넣은 놈이나......’
제대로 할 줄도 모르는 가곡을 하라는 마누라나
넉살 좋게 한다고 한 나라는 놈이나....
“알았어~!! 헌데 [명태]는 지금 분위기가 아녀”
서봉에 올라 가뿜 숨을 내 쉬는 순간
착착 몸에 감기는 봄바람의 단맛이 일품이다.
힘들게 오른 탓인지
여자 회원분이 서봉 표지석을 끌어안는데
“서방이라고 그래 끌어안나”하는 대장의 말.....
‘허~~ 누군 뽀뽀해주고 삼만원 받았다는데
저 표지석은 돈이 얼마나 있기에 끌어안지?‘
미인의 품에 안긴 표지석이 빙그레 웃네.....
‘음~~!! 저 표지석도 숫놈인가????’
-- 5부 황혼의 노래 --
시원한 바람을 맞으면서 앉은 서봉에서
호랑이 개 끌고 가는 소리를 한번 토해본다.
‘아지랑이 하늘거리고, 진달래가 반기는 언덕
헤어진 꿈 추억을 안고, 오늘 나는 찾았네...
내 사랑아 그리운 너 종달새에 노래싣고서
그대여 사랑에 노래 나는 너를 잊지 못하리
가슴깊이 새겨진 사랑이 아롱질 때
맑은 시내 봄꿈을 안고 어린 싹이 눈을 비빌 때
그 옛날에 아련한 모습 내 맘에 새겨진다‘
“황혼의 노래”를 한곡 해보지만
삶에 찌들고, 욕심에 더해가는 나이까지
이 모든 것으로 늘어진 테이프 소리만 밀려 나간다.
남들이 잘 모르는 깐소네를 한 곡하려 했으나
언제 해본 노랜가 싶어 포기를 하고 자리에 않는다..
‘남의 괴로움이 나의 즐거움???’
듣는 이 귀야 괴롭든 말든
내 속이 시원하도록 노래 불렀으면 됐지.....
동봉으로 가는 길에 아내가 한마디 한다.
“거 봐~!! [명태]하래니까”
“북어국이라도 한번 끓여주고 명태를 하라고 하지......”
능선을 따라 가는 길에
지나온 길을 뒤돌아보면서 흐뭇해하고,
가야할 길을 바라보면서 조금은 허탈해하고
그러면서 또 가야할 길이기에 기뻐하고
이 모든 것이 사람의 살아가는 일이려니......
-- 6부 치욕의 역사는 되풀이 되고... --
대장님이 동백나무 군락지라고 소개하는
동백나무 숲에 도착을 하니
빨간 동백이 흐드러지게 피어있고
더러는 그 붉은 핏빛 잎을 떨구고 있다.
100년 전 을사년
치욕의 우리나라 역사.
영.일동맹으로 영국은 인도를, 일본은 조선을,
카스라 태프트 밀약으로 미국은 필립핀을, 일본은 조선을,
제 멋대로 나눠 먹기식의 외교전에
힘없는 우린 그저 당하기만 했는데......
지금의 동북아 정세는
또 다시 100년 전의 시계로 돌아가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해
미국은 일본에 힘을 실어주고,
일본은 미국을 등에 업고 날뛰는데.....
힘없는 우리는 그저 당해야만 하는가????
마음 아픈 현실이다.
역사의 왜곡이나 독도문제.
이 모든 것이 미국의 힘이 아니라면
국제적으로나 외교적으로 일본이 저럴 수 있을까?
우린 언제나 미국과 일본의 눈치 속에 살아야 하는가?
'제 아무리 독도가 우리 땅이라고 해도
그저 힘이 있어야 확실한 우리 땅인데...
일본문제도 우리 힘만으로 어렵다면
일본과 국경분쟁이 있는 중국, 러시아, 인도네시아, 필립핀.
역사 왜곡에 있어 함께 맞물린 중국과의 연대를 통해
대응하는게 현명할거 같은데....'
하긴 높은 양반들이 어련히 알아서 할까만....
미국의 눈치때문에 중국과 연대도 하지 못하는 것 같고
그대로 넘어가자니 그저 속은 끓고.....
몹시도 서글픈 오늘의 현실에
동백꽃이 더욱 붉게 느껴진다.
그 빛이 한의 빛으로 내 눈에 다가선다...
-- 7부 천리마보다 고양이.... --
덕룡산을 눈 앞에 두고,
동봉을 하산하는 마지막 코스.
산내음 식구들과의 헤어짐이 섭섭해
그 발걸음을 잡는 가파른 웰빙구간.
더듬적 버비적 거리는 발걸음 속에서
인어공주님 대퇴부에 쥐가 난다고 한다.
‘음~~ 앞으로 산에 올때 고양이를 데리고 와야 하나?
쥐 잡는데는 천리마보다 고양이가 최고지.
천리마인 대장이나 회장, 총무도 속수무책인데...‘
옆에 있던 시나브로님이 다리 좀 주물러 주랜다.
‘헉~~!! 주물르라고??? 나야 좋지...ㅋㅋㅋㅋ~~!
본래 내가 여자하고 새우깡은 옆에만 있으면 손이 가는데
산내음에선 쫓겨날까 가만있었더니
눈치 빠른 사람이 벌써 알고 주무르라 하니......ㅎㅎㅎㅎ~~‘
(손이 가요 손이가 새우깡에 손이가요
어른 손 아이, 손 자꾸만 손이가....ㅎㅎㅎㅎ)
울 식구가 혹시 잘못보고 오해하면
집에 가서 주걱으로 맞을까 걱정돼
주먹으로 몇 번 툭툭 칠 뿐 해줄게 없다.
어쨌든 좋아져 무사히 내려가니 그저 다행스럽고
그리 힘들어하면서도 우회로를 택하지 않고
끝까지 내려가는 모습이 참 보기 좋다.
8부 미다스의 손
암릉의 험한 마지막 코스를 내려서는 순간
언제 암릉을 왔나 싶게 눈앞에 펼쳐진 모습은
갈대밭인지 억새밭인지 색다른 분위기로
산행의 맛을 더욱 깊게 한다.
사진을 찍으라는 회장님 권유에
아내와 이리저리 갈대밭을 헤집고 사진을 찍는데
그 사각거리는 소리와 밟히는 촉감.
이것은 내게 또 다른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말없이 걷는 산행 길이 머쓱해
아내에게 갈대밭에 대한 이야기를 주절거린다.
켄타로스던가 어딘가 지명은 잘 기억이 안나는데
어쨌든 그리스지방에 ‘미다스’라는 왕이 살었댜~.
아버지는 유명한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남긴 고르디우슨데
어느 날 술의 신‘디오니소스’의 스승 ‘실레노스’가
술에 취해 비틀거리면서 사람들에게 조롱당하는 걸 보고,
열흘 동안 잘 대접해서 보냈다네.
실레노스는 그 제자 ‘디오니소스’에게 그 이야기를 하자
‘디오니소스’는 감사의 표시로 ‘미다스’왕에게
어떤 것이든 한가지 소원을 말하면 들어주겠다고 하지.
‘미다스’는 그 말을 듣자
‘내 손으로 만지는 모든 것은 황금이 되게 해 달라’고 해
미다스가 만지는 모든 것은 황금으로 변하게 되지
자신의 딸을 만지자 금으로 변하고, 빵을 먹으려는데 금이 되고,
물을 마실래도 금이 되자 결국 크게 후회를 하지..
결국 욕심으로 자신이 죽게 될 것을 생각하면서
행복은 황금에 있는 것이 아니라
불행의 원천 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지...
다시 ‘디오니소스’를 찾아가 마술을 풀어줄 것을 요청하는데
무슨 강에 가서 손을 씻으면 그 마술이 풀리게 된다고 해
손을 씻고 마술이 풀렸다네....
마술이 풀리면서 손에서 금이 녹아내려
그 후 강가의 모래에는 금이 붙게 되고,
그게 사금이라는 겨..
내가 어릴 때만 해도 무심천에서 사금채취 많이 했었걸랑
지금이야 오염도 되고 모래도 별로 없지만....
-- 9부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
그 후 ‘미다스’는 자연과 함께 들에서 살게 되었는데
들의 신 ‘판’이 리라라는 악기를 연주하는 소리를 듣고
세상에서 최고의 연주자로 칭찬하게 되는데
그 때 음악의 신이며, 활의 신 아폴론이 자신이 최고라고 자부를 하는데
자신보다 더 연주를 잘한다는 말에 화가 나
둘이서 대결을 하게 되지.
머리가 나빠서 심판관 이름은 기억이 안나는데
어쨌든 그 때 심판관은 아폴론이 연주를 잘한다고 칭찬을 하지만
‘미다스 왕’은 ‘판’이 더 잘했다고 주장하자
아폴론이 미다스를 벌하게 되지.
음악도 들을 줄 모른다는 이유로
제대로 소리를 들으라고
두 귀를 크게 만들고, 그 귀에 털이 나게 만들게 됐다네.
우리가 어릴 때 들었던 ‘당나귀 귀’의 주인공이
바로 그 미다스 왕이야.
그 왕은 자신의 귀가 너무 쪽팔려
그 귀를 가리느라 머리에 수건같이 생긴 터번을 쓰고 다니게 되고,
그 지방의 모든 백성들까지 그걸 쓰게 만들었다네.
그래서 지금까지 그 신화의 중심인 중동지역에서는
터번을 쓰게 되었다고 하는데
진짜는 아닐테고 신화가 그렇다는거지....
어쨌든 그 털이 자꾸 길게 자라다 보니
그 털을 자르는 이발사가 필요했고,
그것을 알게 된 이발사는 그 말을 하지 못해
병이 될 것 같아 들로 나가
갈대가 있는 들판에 구멍을 파고
거기에다 소리를 질렀댜.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그 후 부터 갈대밭을 가서 가만히 들어보면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는 소리가 들리는데
"지금 혹시 그 소리 들리나????"